#95화. 필수의료 적절 수가 책정이 코로나19 재발 방지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되어 가는 국면이다.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집단 감염이 처음 발생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이후 집단 감염이 중점적으로 발생한 곳은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이었다. 나는 이것을 우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혹자에게는 불편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입원 병원은 상하 체계가 존재한다. 이 상하 체계를 나누는 것은 냉정하게 ‘돈’이다. 그리고 이 ‘돈’의 규모는 정부가 ‘수가’라는 것으로 결정한다. 이 상하체계는 대학병원>중소병원>요양병원>정신병원 순으로 분명하게 구분돼 있다. 이 순서에 따라 1일 입원비가 낮게 책정된다. 입원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시설과 인력이 마련된다. 아마 각 병원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2016년의 일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확산 원인 중 하나로 밀집된 병상이 지목되면서 정부는 병상 간 이격거리 기준을 마련했다. 새로 여는 병원은 병상 간 간격을 1.5m, 기존 병원들은 1m로 띄우게 했다. 그럼 한 병실에 넣을 수 있는 병상 수가 줄어든다.
이에 대한 반응이 어땠을까. 대학병원들은 시큰둥할 뿐이었고, 중소병원들은 약간의 반발, 그리고 요양병원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가뜩이나 낮은 수가를 받는 요양병원들이 기준에 맞춰 병상 수를 줄이게 되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정부가 개정안의 한 구석에 작게 ‘정신병원은 예외’라고 적어 두었다는 점이다. 즉, 정신병원은 그 난리 통에도 병상 간 이격거리 기준을 피해 갔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수가 인상 없이 정신병원에 병상 간 이격거리를 강제하면, 전국 대부분의 정신병원이 완전히 도산할 것을 정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0년, 청도대남병원 환자 거의 전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코로나19는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그리고 전국의 모든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은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 문을 걸어 잠궈야 했다.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하나 뿐이다. 필수 의료, 필수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수가 책정과 지원이다. 그래야 다음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놔야 다음 소를 또 잃지 않는다. 의료진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현명하고 현실적인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