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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협 한방난임사업 임신성공률 24.9% 주장, 실제로는 절반에도 못미친 11.2% 불과…"대폭 부풀려 결과 왜곡"

    바른의료연구소, "지자체는 안전성·유효성 입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 중단하라"

    기사입력시간 2019-07-02 10:07
    최종업데이트 2019-07-02 10:07

    자료=바른의료연구소 

    바른의료연구소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3년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결과를 취합, 분석한 결과 대한한의사협회 주장인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임신성공률은 24.9%가 아니라 11.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11.2%의 임신성공률은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난임여성의 6~8개월간 자연임신율인 20~27%에도 훨씬 못 미친다. 결국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없음을 명백하게 입증했다"라며 "이렇게 낮은 임신성공률로 어떻게 난임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난임여성의 난임극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의협은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을 대폭 부풀려 왜곡하는 행태를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한의협은 지난 6월 28일 “한방난임치료를 지원하는 지자체들은 늘고 있는데 정부 지원은 아직도 전무하다. 한방난임 치료가 효과적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2016년 12월 보건복지부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지자체 한의약 난임부부 지원사업 대상자 실태조사’ 최종결과 보고서‘를 인용해 자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을 24.9%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지자체에 한방난임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연구소는 “2018년도 한방난임사업에서 지원자 8명이 전원 임신에 실패하자 사업종료를 선언한 한 지자체의 사례가 있었다. 이외에도 3곳의 지자체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다. 이처럼 효과 없음이 드러나면, 당연히 난임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한방난임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지자체장들의 마땅한 책무”라고 했다.  

    또한 연구소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도 8개월 동안 효과 없는 한방난임치료를 받느라 임신이 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치거나, 보조생식술 금지기간 설정으로 보조생식술을 제한당하거나, 한방난임치료의 부작용을 경험하거나 등의 피해사례를 자유롭게 제보할 수 있는 센터를 개설해 운영할 것을 건의했다. 만약 피해사례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지자체장에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협 발표한 임신성공률 24.9%의 절반도 못미치는 11.2%에 불과 

    한의협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실시한 전국의 11개 시도(20개 기초단체) 166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수행기관 연세대 원주산학협력단)를 실시한 결과, 한방난임치료 임신 성공률은 24.9%였다. 의학적 보조생식술의 하나인 인공수정의 임신율 13.5%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는 “한의협이 주장한 24.9%의 임신율은 20개 지자체 사업의 1669명이 아니다. 제천시(2013), 고양시(2011), 익산시(2013, 2014, 2015), 부산광역시(2014) 등 4개 지자체의 6개 사업연도에서 277명을 대상으로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 임신율은 당시 그나마 성적이 좋았던 극히 일부 지자체의 사업결과만을 취사선택한 것이므로 전혀 대표성이 없다. 2015년 제주도와 김포시의 임신율 0%, 2016년 서산시와 대전서구의 0%, 2013년 화성시 5%, 2014년 인천서구 7.3% 등 임신율이 극도로 낮은 지자체의 사업결과는 전혀 포함시키지 않았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고양시 사업은 경기도가 연구비만 지원했을 뿐 실제로는 난임치료 목적으로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을 방문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므로 지자체가 수행한 사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전국 지자체의 사업결과를 전수조사한 결과, 29개 지자체에서 총 1221명이 참여한 2017년도에는 임신성공률이 10.5%에 불과했다. 34개 지자체 사업에 총 1358명이 참여한 2018년도에는 임신성공률이 11.8%이었다. 지난 2년간 임신성공률 평균은 11.2%”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결국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이 24.9%라는 한의협의 주장은 실제 사업의 임신율을 2배 이상 대폭 부풀려 왜곡시킨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한의협이 인용한 지자체 실태조사 결과는 보건복지부 보고서가 아니라 그 전에 유럽통합의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 나온 내용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연구소는 “보고서 연구자들은 이 영어 논문을 그대로 가져다가 한글로만 번역했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들이 직접 연구한 것인 양 이 논문을 출처로 표시하지 않았다. 연구소가 표절의혹을 제보하자,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인용표시 누락은 인정하면서도 표절은 아니라고 회신했다. 술을 마시긴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궤변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전수조사 아닌 모집단 3분의 1만 조사, 결과 신뢰할 수 없어 

    한의협은 보고서를 인용해 추적조사 결과 3개월 이내 임신율을 21.2%, 6개월 이내 임신율을 27.6%라고 주장했다. 이 추적조사는 2014년부터 3년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1669명 전체를 모집단으로 했다. 

    연구소는 “실제로는 연락이 되지 않거나 조사를 거부한 사람들을 제외한 613명만을 조사했다. 이처럼 전수조사가 아닌 모집단의 3분의 1만 조사한 결과는 모집단의 임신율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사업에 만족했던 대상자일수록 조사에 응하고, 불만족한 대상자일수록 조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고서의 추적조사 결과는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저출산 문제 해결책 되려면 안전성 유효성 입증 필수 

    한의협은 한방난임치료가 저출산 문제의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구소는 “한의협이 이런 주장을 하려면, 반드시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RCT)을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에서 이를 입증했다는 보고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그나마 유일하게 체외수정 시 침술을 보조적으로 병행한 경우 임신성공률을 향상시킨다고 알려졌으나, 2013년 Human Reproduction Update지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논문에서 '체외수정 시 침술 보조요법의 이득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이마저도 부정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의 재원으로 수행된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의 2017년 '국내에서 수행된 난임 관련 한의학 치료 임상연구 경향 고찰' 논문에 따르면 난임에 대한 한의학 치료효과를 보고한 임상문헌 50편이 최종 분석에 포함됐다. 연구소는 “50편 모두 대조군이 없는 비비교 연구이며, 모두 증례보고 연구다. 이런 수준 낮은 연구로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연구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려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요청서를 제출하면, 검토 의견서에 '보건복지부에서 현재 추진 중인 임상연구(’15∼’18년) 완료 후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등 재검토 필요'라는 내용을 반드시 추가했다. 

    연구소는 “복지부 역시 한방난임사업의 유효성 및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2018년 5월 완료 예정이던 한방난임치료 임상연구는 연구자들의 요청에 의해 1년 연장됐고, 올해 7월 중순 경 복지부에 제출될 예정이라 한다. 그러나 이 임상연구는 비대조군, 비무작위배정, 비맹검 연구디자인이므로 아무리 결과가 좋더라도 임상적 의의를 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런 상황에서 한의협은 극히 일부 지자체의 사업결과만을 근거로 한방난임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입증을 위한 임상시험이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방난임사업 시행 전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받았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의협이 지자체 사업결과로 한방난임치료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그 자체가 지자체장들이 지자체 주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불법 임상시험을 시행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최근 서울시 역시 난임부부를 동시에 한방치료를 하면 임신성공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2018년도 사업에서 난임부부를 치료한 서울시 5개 자치구의 임신성공률은 6.7%로서 난임여성 대상 지자체의 임신율 11.8%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그럼에도 2019년도에 난임부부를 동시에 치료하는 서울시 자치구들은 더욱 늘어났다. 유효성 및 안전성이 미입증된 한방난임치료로 지자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지자체장들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지자체 예산 외에도 침구치료비 건강보험 부담까지  

    지자체들은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대상자에게 1인당 100만원에서 250만원까지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자체의 예산지원 외에 건강보험에서도 치료비가 지원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34개 지자체 중 서울 강동구 등 3곳의 지자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침구치료비를 건강보험에 청구하고 있었다. 2017년도 부산광역시 사업에서 215명의 대상자에게 1인당 47회의 침구치료를 시행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만약 부산 사업 계획대로 시행됐다면, 건강보험이 부담한 금액만 해도 무려 1억 5000만원을 상회한다. 한 지자체의 청구액이 이 정도인데, 전체 사업에서의 청구액은 지자체 지원액보다도 훨씬 많을 것이다. 이는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무하다는 한의협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통과된 경기도 한방난임치료 지원 조례안 제4조에는 '경기도지사는 난임 극복과 출산 장려를 위해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 난임치료를 위한 한약투여, 침구치료 등 한방 난임치료 지원'이라고 규정했다. 

    연구소는 “경기도 역시 서울 강동구처럼 침구치료비까지 전액 지원하고, 참여 한방의료기관이 건강보험에 청구하는 관행을 즉각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 지자체들은 난임여성에게 한방난임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에 생색은 낼 대로 다 내고 있다. 왜 애먼 건강보험에서 지자체 사업을 지원해줘야 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처럼 건강보험에 청구하면서도 상당수 지자체들은 대상자의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고 있다. 이는 의료법 제27조제3항을 위반한 불법 본인부담금 면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