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난 주말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할 만큼 야외활동에 나선 인파, 이대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을 막을수 있을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코로나19 사태로 격리생활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시민들이 뛰쳐나온 것일까.
얼마 전 코로나19 취재차 만난 한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언제쯤 종식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곧이어 돌아온 대답은 토착화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백년지대계인 교육까지 멈추고 있는 현 상황에서 토착화라니, 그럼 앞으로 개학을 무제한 연장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코로나19의 장기화 가능성은 이미 상당 수 전문가들 사이에서 예측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R0) 추정치는 1.4~3.9정도인데 현재 추세로는 쉽게 전파가 수그러질 것 같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급기야 국내 상황을 고려해 재생산지수를 2.5정도로 가정했을 때 인구의 60%정도가 감염돼야 이번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스스로 자가면역이 생성돼 더 이상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는 일명 '집단면역'이 생성돼 감염병 사태가 끝난다는 추론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우리는 잠시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아닌, 삶 자체를 비대면 형태로 새롭게 재탄생시켜야 한다. 이른바 새로운 평범함, 뉴노멀(New Normal)이다. 최근 새로운 근무 형태에 대비해 원격근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기업들이 나오는가 하면, 일부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업무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화상회의 시스템 기업인 '줌(Zoom)'이나 '웹엑스', 구글의 지스위트(G-Suite)' 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화상 면접을 통해 비대면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도 있다.
이미 산업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삶의 양식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변화다. 아직 이번 코로나19 사태로만 국한해서 '잠깐 삶의 불편함을 감내하리라'는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 이 마저도 다른 이슈로 여론이 옮겨가면서 자칫 방역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채 집단감염을 파생시킨 신천지, 대구 출신임을 숨기고 서울백병원에 입원해 병동 일부를 폐쇄시키게 한 확진자 사례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흔히 한국사람들을 냄비에 빗대어 쉽게 달아오르고 곧 잊는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곤한다. 이번 만큼은 냄비가 아닌 뚝배기로서 열을 오래 머금고 작게는 손씻기와 마스크쓰기부터 비대면 생활패턴을 생활화하는 것까지 하나씩 삶을 변화시키자.
정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최근 꾸준히 10명 안팎의 적은 신규 확진자가 나오면서 다음달 5일 이후 생활방역으로 방역체제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지되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생활방역 체제로 연계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환할지가 최대 급선무가 됐다.
그러나 무리한 방역체계 완화는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앞서 방역 선진사례로 꼽히던 싱가포르는 지난달 23일 개학을 강행하면서 개학 2주만에 확진자가 2배 이상 증가하는 파국을 맞기도 했다. 우리 정부 당국이 싱가포르의 사례를 고려, 안전하게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과 이에 걸맞는 행정적 지원책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최근 5년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새로운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감염병 방역의 관점에 맞춰 삶을 변화시키고 산업‧의료계, 시민 등 각자 자리에서 상황에 맞춰 뉴노멀을 정착시킬 때다. 코로나19의 교훈이 감염병 사태에 대한 시민 개개인의 달라진 생활 방식이 돼야하는 이유다. 어느덧 코로나19 정국이 4달째로 접어들었다. 5월 초 황금 연휴를 앞두고 봄 나들이는 잠시 접어두자. 이제는 '정책'과 함께 '삶'을 통해 코로나19에 맞설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