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호스피스의원의 1인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체 20개 병실을 모두 1인실로 만든 파격적인 호스피스의원이 개원도 하기 전에 병원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3월 개원을 앞둔 C호스피스의원.
C호스피스의원의 전체 면적은 800평으로, 전체 20개 병상을 모두 1인실로 만들었다. 병상당 40평 규모다.
호스피스의료기관 지정 기준상 29개 병상까지 만들 수 있지만 말기암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순간을 최적의 환경에서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렇게 설계했다고 한다.
호스피스의료는 말기암환자들의 통증과 증상을 완화하고, 이들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15일부터 완화의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했고, 현재 의원급 9개를 포함해 67개 병의원이 지정받은 상태다.
완화의료기관은 입원료와 행위로, 약값, 치료재료 비용 등을 일당정액수가로 받는다.
호스피스의원의 일당정액수가는 5인실이 15만 3100원, 2~4인실이 19만 590원, 1인실이 23만 6720원.
수익적인 측면에서 2~5인실을 만들고, 병상 면적을 크게 줄이면 임대료 부담도 덜 수 있지만 완화의료의 '가치'를 실현하자는 차원에서 통큰 결정을 했다.
의료용 침대도 1대당 1천만원에 달하는 일본 파라마운트사의 'METIS PRO'를 선택했다.
환자가 어떤 자세를 취하더라도 신체 전체가 매트리스에 밀착돼 체압을 분산시키므로 욕창 예방 효과가 탁월하고, 안락한 게 장점이라고 한다.
C호스피스의원은 모험을 건 투자를 했지만 1인실 일당정액수가를 받으면 운영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모 원장은 "호스피스는 치료를 포기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환기시켰다.
이 원장은 "최적의 시설, 장비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종교 관계자 등 전 스탭이 포괄적 케어 시스템을 갖춰 죽음 역시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심적, 영적 지지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호스피스의원의 로비 전경
그런데 준공 한 달을 앞두고 호스피스의료기관을 관장하는 국립암센터에 지정절차를 문의하던 중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신설 호스피스의료기관의 경우 2015년 10월 16일자로 6개월간의 진료실적을 검토한 후 지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지정절차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세부기준'을 보면 말기암환자 진료 및 호스피스 제공 실적 확인을 위해 '6개월 이상의 실적보고서'를 추가 제출하도록 했다.
실적보고서에는 마약성진통제 처방 및 사용실적, 환자 및 가족 대상 표육 프로그램 운영 및 상담실적 등이 포함된다.
복지부는 "완화의료와 관련한 의료진의 경험과 인프라가 중요하므로 진료실적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복지부가 사전예고도, 사전 의견수렴도 없이, 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어느날 갑자기 '세부기준'을 발표하면서 의료기관은 이런 게 있는지조차도 몰랐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3일 "세부기준 없이 지정 신청을 받다보니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청하는 사례가 많아 6개월 실적보고서를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 황당한 것은 완화의료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일반 병의원 병실료와 행위별수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 의원은 별도의 인력 기준이 없지만 호스피스의원은 의사 외에 최소 5인 이상의 전담간호사, 사회복지사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다같은 1인실인데 10병상은 다인실 수가를, 나머지 10병상은 상급병상차액을 받을 수도 없고, 급성기환자와 달리 진통제를 투여하는 것 외에는 처치료나 진단수가 등을 청구할 수도 없는 처지다.
C호스피스의원 관계자는 "행위별수가를 받으면 하루에 5만원도 채 안되는데 그 정도 수가로는 도저히 6개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면서 "완화의료를 하면서 6개월 이상 일반 의원 수가를 받으라는 것은 그냥 죽으라는 것과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그는 "돈을 벌 목적이었다면 좁은 공간에 다인실 29병상을 만들었을 것"이라면서 "임종을 앞둔 암환자와 가족이 의미있는 이별을 할 수 있게 1인실로 설계했는데 질 낮은 의료기관, 사무장병원의 진입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느닷없이 이런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복지부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사무장병원과 같은 빈대 몇 마리를 잡겠다고 정상적인 의료기관까지 폐업하지 않을지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