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아주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 노재성 위원장이 "의대증원 정책을 이끌었던 교육부가 돌연 정책적 책임을 각 의대에 전가하는 등 '책임회피'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이 원해서' 진행했다는 망언을 내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 책임자들이 사라졌는데 정책에 대한 재고는 왜 이뤄지지 않느냐"고도 지적했다.
노재성 위원장은 15일 "신입생이 늘어났을 때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모든 의대가 어렵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책임 당사자인 교육부는 이제와서 책임회피만 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번 사태는 정부와 교육부의 압박에 의해 시작된 일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우리가 압박한 것이 아니라 각 대학에 수요 조사를 하고 투자 준비 등이 됐다고 하니 늘린 것'이라고 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책임회피"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수요조사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비판도 했다. 구체적으로 노 위원장은 "의대증원에 따른 교육부 수요조사 과정에서 (아주대는) 큰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처럼 교육부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 교수 수도 굉장히 많이 늘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는 원래 대학이 갖고 있던 양적 팽창을 위한 투자 계획을 그냥 적어낸 것"이라며 "(증원된 의대 신입생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병원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따라 추가로 투자할 금액을 명시적으로 적은 것일 뿐이다. 이는 아마 많은 대학들이 그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의대증원 관련 교육부의 수요조사 자체가 엉터리로 진행됐으며, 정책을 추진하려는 정부와 정원을 늘리고 싶은 대학본부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된 것이라는 취지다.
노재성 위원장은 의대증원 정책의 비합리성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정책 재고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각 대학들은 늘어난 신입생 수에 맞춰 부랴부랴 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당장 정원에 맞춰 선발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어난 인원에 맞춰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은 모든 대학이 비슷하다. 아주의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제라도 정책을 재고하고 처음부터 누가 엉터리 같은 2000명 증원을 얘기했는지 명명백백하게 조사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부는 의대증원 정책 현실화를 위해 국립대 교수 1000명을 늘린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이런 약속이 이행)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현 상황에서 학생만 늘린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정책 추진 리더십이) 유명무실해졌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정부 책임자들이 사라졌는데 정책에 대한 재고는 왜 이뤄지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아주대의료원은 지난 13일 한상욱 의료원장 명의 내부 공지를 통해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신관과 교육연구동 신축 사업을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교육연구동은 의대생 강의실과 교육·연구시설이 포함될 예정이었다.
의료원 측은 교육연구동 대신 별도 의대생 교육시설을 신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어려운 경영상황과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 신규 교육시설이 확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립의대는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사립의대의 경우 융자 형식의 지원만 받을 수 있다. 내년도 사립의대 교육환경개선 자금 융자 규모는 1728억원인데, 대학 입장에선 자칫 큰 돈을 빌렸다가 정책 변화 등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의료원장 내부 공지 하루 전인 12일 아주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국회 예결위에서 의료인력 양성 관련 예산은 기존 3천900억원 규모에서 931억원가량 삭감됐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대학에 허황한 말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책임 소재를 대학으로 전가하려 한다. 증원된 인원을 정상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시설 및 자금, 의학 교육의 질 보장, 교육 인증 평가 등의 과제는 이제 온전히 학교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