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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사르탄 사태, 싸구려약 편들어주는 의약품 정책 개선해야"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18-07-13 13:00
    최종업데이트 2018-07-14 11:40

    #4화. 발사르탄 사태 

    일부 제약회사가 중국산 원료로 약을 만들다가 발암물질 검출로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일 발사르탄 성분의 고혈압 치료제 219개 품목 중 54개 업체에서 제조된 115개 품목에서 발암가능물질이 검출돼 판매 중단, 회수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태에는 두 가지 커다란 특이점이 있다.

    첫 번째는 영국에선 판매 중지 대상의 약의 개수가 고작 2개 업체의 8개 품목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54개 업체의 115개 품목에 해당됐다. 두 번째는 적발된 54개 업체 중 의사들도 처음 들어보는 업체가 상당수였다.

    이런 두 가지 특이점이 생겨난 데는 국내 제약회사가 생산하는 제네릭을 옹호하는 한국만의 정책적 배경이 있다. 우선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보전 정책에 문제가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다른 제약회사들은 제네릭이라는 복제약을 제조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제네릭 약가를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책정해 주고 국내 제약회사를 우대해줬다.

    제네릭 허가 절차 완화도 문제다. 제네릭 약은 오리지널 약에 비해 효과 차이가 커선 안된다. 하지만 식약처는 자체 시험을 통해 약효가 오리지널 약효의 80~120% 안에만 해당하면 쉽게 허가를 내줬다. 만일 제약회사가 제네릭 허가를 받기조차 여의치 않다면 다른 회사의 약을 빌린 다음 자신의 회사 이름을 붙여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이로 인해 자본력과 기술력이 없는 제약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유수의 제약회사들마저 신약 개발을 뒷전으로 미루고 외국 회사의 약을 복제하거나 복제한 약을 빌려와 팔기에 급급해졌다. 원가를 낮추면 낮출수록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만큼 제약회사들은 저가 원료를 통한 원가 절감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그 결과, 한국의 발사르탄 복제약은 200개가 넘으면서 직접 개발한 신약은 단 한 개도 없다. 그러면서 중국산 발암 물질 검출약이 100개가 넘는 나라가 됐다.

    의약품은 환자,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의약품 정책은 사람의 건강이 최우선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하지만 비용 절감이라는 싸구려 목표가 싸구려 결과를 낳았다. 의약품 정책에 대한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