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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정합의 이행 의지 있나…법안 통과 전에, 합의문 서명 하루 전에 공공의대 예산안 국회 제출"

[칼럼]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기사입력시간 20-09-11 05:51
최종업데이트 20-09-11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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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8일 국립공공의료대학 법률통과 촉구 남원향교 기원제. 이날 사회는 보건의료노조 정상태 남원의료원 지부장이 진행했다. 사진=보건의료노조

[메디게이트뉴스] 9월 10일 야당인 국민의힘의 강기윤 의원의 발표를 보고 화가 나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남원 공공의대 설립 예산 2억3000만원이 법안도 통과되기 전에 내년 보건복지부 예산에 반영됐다니요. 

정말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왜 그렇게 합의문에 정책 ‘철회’라는 용어가 없다며 대한의사협회에 격렬하게 항의했는지 십분 이해됩니다. 이는 합의문에 서명했더라도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는 분명한 증거라고 봅니다.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은 협약서 1항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 또한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대'(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법안이 통과하지 않았는데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전북 남원을 특정해 관련 예산 2억3000만원을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것도 9월 4일 의협이 민주당, 복지부와의 합의를 체결하기 하루 전날인 국회에 지난 3일 제출했다고 합니다. 

복지부가 의료계와 공공의대 관련해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을 책정한 것은 문제입니다. 복지부가 의료계와 공공의대와 관련해 원점 재논의하기로 약속해놓고 뒤로는 공공의대 설립 예산을 마련해 강행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더욱이 공공의대 법안 자체가 국회에서 심사조차 안 됐는데, 예산을 반영한 것은 명백한 입법권 침해입니다.  

법안을 발의하신 이용호 의원님, 통상 법안이 통과된 후 예산을 요청하는 게 상식이 아닌가요? 법안도 통과하지 않았는데 예산 책정이라니요? 정부가 예산 행정을 하려면 현행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법률유보 원칙'과 행정은 의회가 제정한 법에 의거해 추진해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전면 위배했다고 봅니다. 법에도 없는 예산을 집행했다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공공의대 법안은 국회 통과는 둘째 치고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복지부가 법안 통과를 전제로 기획재정부 협의까지 마치고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어서 기가 막힙니다.

복지부 예산안에는 남원 공공의대 설립 추진 경위를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명시하고 사업의 법률적 근거는 현행 법률이 아닌 전북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과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으로 정했습니다.

의사들이 그냥 그렇다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까. 합의문 서명 전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입니까. 정부가 과거에도 법안 통과되기 전에 미리 예산을 세운 적이 있다고 변명만 늘어놓으면 다입니까. 이 같은 변명은 정부의 예산 행정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자의적이고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가 늘어날 뿐입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병원에 복귀하면서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업무중단 등 단체행동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대생과 전공의 등에 대한 보호와 구제를 사전에 전제해 합의문 서명이 이뤄진 것이고, 구제책이 없다면 합의에 대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복지부 손영래 대변인은 의협과 정부 간 합의 내용은 이미 합의문으로 공개돼 있고, 의대생들의 추가시험에 대한 내용은 합의사항에는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의대생과 전공의 등에 대한 보호와 구제에 대한 사전 전제도 없이 합의문에 서명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정청래 의원님께서는 최근 TBS라디오에서 “의대생에게 재시험 기회를 주려면 의협이나 의대생, 전공의 등이 대국민 사과를 하든지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읍소해야 국민의 마음이 풀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지요?

정청래 의원님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처음부터 정부가 합의문을 이행할 생각이 없었다는 모든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정부가 의협과 합의를 체결하기 하루 전날, 그것도 현행법률의 근거도 없이 국회에 예산을 제출하는 행동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의대생들은 전체 투표를 통해 여전히 휴학 지속과 국시 거부를 결의했다고 합니다. 구제도 필요없다고 합니다. 정부가 모든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솔직히 사과하든지,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읍소해야 의대생들의 마음이 풀릴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혼란과 책임은 정부에 있을 것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