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원에 달하는 건강보험재정 흑자에도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수가 인상에 대해 앓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공단은 2018년도 건강보험 수가 협상을 앞두고 10일 의료공급자단체장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상견례 자리에서 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내년도 수가협상을 두고 의약단체와 우호적인 관계와 더불어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협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성상철 이사장은 "어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적정 수가 등을 언급해 보건의료계의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단에서도 각 의약단체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성 이사장은 재정 흑자가 20조원에 달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고 환기시켰다.
성 이사장은 "지난 3월 공단의 숙원이었던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개선돼 어려운 지역가입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게 됐다"면서 "당장 내년 7월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보험 재정에 마이너스 효과가 있어 실은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보장성 확대, 적정 수가, 보험재정 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의약단체가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성 이사장은 "그렇지만 올해에도 의약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진정성 있는 수가 협상에 임하겠다"면서 "여러 가지 내외 여건을 감안해 이번 협상도 좋은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하자"고 밝혔다.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저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단을 압박했다.
추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이번 대선에서 모두 저수가 개선을 거론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정치인들이 적정 수가, 적정 부담, 적정 진료 시스템 구축에 많은 공감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에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추무진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강화와 의원급 의료기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추 회장은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만성질환자도 증가했는데 이는 국민의 건강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만성질환을 해결하는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추 회장은 보건의료인들의 처우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회에서 최저임금 상승을 요구하면서 새정부가 이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의원과 병원에서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추 회장은 "이런 재정을 수가 협상에서 적정하게 보상해줘야 한다"면서 "이것은 의료인뿐 아니라 환자들 안전에도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병원협회 홍정용 회장도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정용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는 굉장히 잘되어 있지만 병원에서 메르스라는 사태를 겪으면서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시설, 인력, 비용에 많은 투자가 있었다"면서 "병원이 양에서 질로 업그레이드된 측면도 있지만 규제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병원 입장에서 이해하고 적극 협조하는 부분이지만 적정 부담, 적정 급여, 적정 수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홍정용 회장은 정부가 비급여만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홍 회장은 "저수가 등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비급여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애국하는 마음과 국민 건강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2018년도 수가 협상은 오는 16일 오후 3시 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같은 날 오후 4시 의사협회, 17일 오전 10시 병원협회, 1시 30분 간호협회, 3시 치과의사협회, 4시 약사회가 공단과 협상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