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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 등장한 PHR(개인건강기록)과 원격모니터링

    환자들이 체온·혈압·증상 등 입력하거나 자동전송, 이상 생기면 진료 또는 전화 상담

    기사입력시간 2020-03-25 17:40
    최종업데이트 2020-03-25 21:32

    코로나19에서 실력 발휘 나서는 IT기술 
    ①생활치료센터에 등장한 PHR과 원격모니터링 
    ②의료IT기업들, 전화 진료와 모바일 진료 지원  
    ③전화 진료 준비하는 대학병원들, 원격의료까지?     
     
    고대안암병원이 2017년에 구축한 PHR 건강관리 앱. 사진=고대안암병원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경북·대구2 생활치료센터(경주 농협교육원)에 입소한 코로나19 경증 환자 235명은 스마트폰에 고대안암병원의 PHR(개인건강관리) 앱을 설치한다. 경증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지만 환자들의 상태 악화를 대비해 체온, 혈압, 맥박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전체 환자들의 실시간 상태 정보를 한 화면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특정 환자에게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전화로 상담하거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면 병원으로 옮겨진다. 
     
    이달 초 경북·대구2 생활치료센터에 파견을 다녀온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고대안암병원 AI센터장)는 생활치료센터에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대안암병원 PHR과 EMR(전자의무기록)을 연동해 고려대의료원 의료진 컴퓨터에서도 조회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이 환자관리에 유용한 것으로 확인되자, 다른 생활치료센터에도 관련 시스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 경증환자들, PHR에서 건강 상태 의료진에 전송  
    고대안암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AI센터장) 

    손장욱 교수가 생활치료센터에 달려가 보니 환자들의 상태 확인이 가장 필요했다. 하지만 생활치료센터를 진료시설이라고 하기에는 각종 의료 장비가 부족했다. 단순히 리조트나 콘도에 환자가 거주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손 교수는 “아무리 경증이어도 환자는 환자다. 환자 진료를 위한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환자가 먼저 도착해있던 것이 초기 생활치료센터의 고민이었다”라며 “이후에 마련되는 생활치료센터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의료진이 2~3일에 걸쳐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겨우 환자 차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환자들에게 수시로 달려가 측정하기에는 의료진의 바이러스 노출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고대안암병원이 만든 개인건강기록(PHR) 앱을 각자의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했다. 그 다음 환자들 방에 체온계, 혈압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을 구비했다. 환자들이 직접 잰 수치를 앱에 입력하거나,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의료장비는 자동으로 수치가 앱에 전송전도록 했다.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앱에 바로 입력할 수 있다. 

    의료진이 직접 회진을 돌지 않아도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환자들의 수치를 간편하게 확인하고 의료진의 바이러스 노출 위험도 줄였다.   

    손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 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지 않다 보니 전체 환자의 93~97%는 스마트폰을 통해 건강관리가 가능했다. 혹시라도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전화로 상담했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이상 생기면 알람  
    한 화면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 대시보드. 

    막상 환자들이 스마트폰 활용에 성공한 이후에도 의료진의 고민은 이어졌다. 생활치료센터에 의료진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체 환자 상태를 한 눈에 보길 원했고, 환자들에게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알람이 뜨게 하는 기능이 필요했다. 

    손 교수는 개발업체 소프트넷과 논의해 대시보드 형태로 하나의 화면에 환자 235명의 체온, 혈압, 이상 증상 등이 한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생활치료센터에 파견된 의료진은 상황실에서 이 화면만 보면 된다. 고려대의료원 내 의료진 컴퓨터에서도 환자 정보 조회가 가능하다. 만약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자동으로 빨간 불이 켜지고 알람이 뜰 수 있게 했다.   

    손 교수는 “한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했다는 알람이 떠서 수치를 확인했더니, 혈당과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상태였다”라며 “당뇨병을 가진 61세 환자였다. 분류상으로 생활치료센터에 오면 안되면 환자였다”라고 말했다. 당시 전원을 보낼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한 다음, 환자가 구급차에서 산소호흡기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으면서 무사히 이송됐다. 

    손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IT 기술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기회에 만성질환자들이나 기저질환자들을 상대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환자관리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데다, 이번에 주춤해졌다가 가을철에 또 나타날 수 있다"라며 "고령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평소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