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지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때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들을 더 피곤하게 하고 옥죄는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서 활성화되지 못했다. 의사에 대한 판단을 누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오해도 있었다. 전문가평가제는 복지부 행정처분 기준에서 2~3개월 의사 면허정지가 나올 수 있는 것을 1개월로 줄일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전선룡 법제이사(변호사)는 29일 서울시의사회를 대상으로 한 의협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설명회에서 전문가평가제의 장점을 이같이 밝혔다.
전 이사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에 따라 의협이 실질적인 징계권을 갖고 있어서 그만큼 혜택을 보게 된다.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전 이사는 “전체 의사의 극소수, 1%의 문제가 있을때는 징계를 다소 세게 할 필요도 있다. 그만큼 선순환을 할 수 있는 제도라고 본다. 일부 의사사회에서는 전문가평가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옥상옥이라고 오해해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의사가 의사를 옥죄지 않으면 공무원이 의사를 옥죈다. 제도가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라며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전문가평가제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극히 일부의 의사들 때문에 전체 의사가 욕을 먹는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라며 “리더들이 의료계의 자율권을 지키고 의료계를 지켜야 한다. 전문가평가제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4월부터 전국 지자체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데, 일단 서울시 차원에서 먼저 한발을 딛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평가단 조사→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의협 중앙윤리위원회→복지부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매뉴얼에 따르면 전문가평가의 대상은 면허신고, 접수된 민원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의사의 경우 의사의 품위손상행위 의심사례, 중대한 정신질환이 있는 의사 면허, 의료인의 직무와 연관된 비도덕적․비윤리적 행위 등 전문가평가단에서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 비의사 및 기관은 사무장병원·불법의료생협 등 비의사가 의사를 교사·방조해 행하는 의료법 위반행위, 의료광고 등이다.
평가절차는 전문가평가단에서 조사한 뒤 의사는 시도윤리위원회를 통해 의협의 중앙윤리위원회로 처분을 의뢰한다. 비의사 및 기관의 경우 혐의 발견시 고발조치 후 보건소 등에서 직접 조치 또는 보건소나 복지부에 조사 및 처분을 의뢰한다.
이를 위해 평가단은 광역 시도의사회 단위에 ‘전문가평가단’을 설치한다. 평가위원은 광역평가위원 5~7명, 지역 분회 및 특별 분회 등 각 분회별로 2명씩 위촉해 구성한다. 평가위원은 지역사회 사정을 잘 아는 분야별 전문가로 위촉하고, 지역 내 의료기관과 대학병원(특별분회) 등에 소속된 의사들로 시도별 구성한다.
평가절차는 면허신고, 시도의사회 및 보건소, 보건복지부 등에 접수된 의사 품위손상 등 자율평가 대상 사례에 대해 전문가평가단이 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는 접수된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실시한다. 일차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해 해당 의사에 대한 면담 등을 통해 조사해야 한다. 해당 의사의 비협조 등으로 인전문가평가단만으로 조사가 어려우면 보건복지부, 보건소 등에 조사협조를 요청해 공동조사를 실시한다. 대신 전문가평가단에 접수된 조사사건에 대해 복지부 또는 해당지역 보건소에서는 중복조사나 이에 따른 처분에 일체 관여하지 않도록 한다.
전문가평가단 조사와 시도지부윤리위 제소까지 이뤄지면 시도지부윤리위원회 의결해 자체징계, 보건소 의뢰, 형사고발 등을 거친다. 보건소 제보는 조사에 비협조시에 진행하며, 시범사업 실시 광역시도의사회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단, 형사고발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비의료인에 대해서만 고발 조치하도록 했다.
평가단은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조치가 필요한 사항이거나 매우 경미한 사항으로서 주의 조치가 필요하면 시도지부윤리위원회에 제소한다. 조사대상자에게 혐의가 없다면 전문가평가단 자체 종결이 가능하다.
시도지부윤리위원회는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조치가 필요한 사항라고 판단되면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로 행정처분을 의뢰한다. 매우 경미한 사항이라고 판단되면 조사대상자에게 주의 조치하고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로 보고한다. 조사대상자에게 혐의가 없으면 시도지부윤리위원회 자체 종결이 가능하다.
중앙윤리위원회는 최종적으로 행정처분 필요 여부와 자격정지 기간을 정해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한다. 복지부는 요청한 내용대로 행정처분을 실시하는 절차를 거친다.
전문가평가제의 실익은 조사권·징계권 부여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은 2016~2017년에 걸쳐 경기도의사회 8건, 광주광역시의사회 5건, 울산시의사회 3건 등이 시행됐다. 올해 3월부터 본사업까지 서울특별시의사회, 부산광역시의사회, 인천광역시의사회,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전광역시의사회, 울산광역시의사회, 대구광역시의사회, 전라북도의사회 등 8개 시도에서 이뤄진다.
전 이사는 “전문가평가제를 하려면 실질적인 조사권과 징계권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복지부와 집행부와의 협상이 있어야 한다"라며 "자율징계권 확보를 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된다. 이를 하고 있는 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의사사회가 의사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믿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전 이사는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의료행위에 대해 전문가평가단이 조사해서 징계할 수 있어야 정화된다. 의사사회에서 의사가 의사를 못믿겠다면 훨씬 더 불리한 처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신 평가단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기밀 유지를 해야 한다. 전 이사는 “평가대상은 동료의사들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한다. 평가단은 개인의 비밀보호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 기밀 유지 서약서를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이사는 “평가단은 조사를 조심해야 한다. 마치 갑질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을 때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라며 “필요한 예산은 복지부와 협의하고 있는데 협의가 덜 끝난 상태이며 의협 자체 예산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문가평가제의 순기능이 훨씬 많다. 복지부와 보건소와 협조체계를 잘 갖추고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했다.
덤핑 등도 의료계 합의에 따라 예방적 징계 가능
다음은 현장에서 나온 서울시의사회의 질문으로, 의협 전선룡 법제이사가 답했다.
Q: 강남 성형외과에서 많은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대상이 의사회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의사회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해도 되는지 모든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 가령 강남구 의사회원은 1062명이고 전체 가입하지 않은 회원까지 하면 1600여명이다.
이런 제도를 시작할 때 제보, 민원에 의존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민원에 의존하면 제한적일 수 있다. 의사회 차원에서 어떤 조사까지 할 수 있을지 복지부와 명확히 정해서 알려줘야 한다.
또한 전문가평가제를 시행할 때 검찰이나 경찰, 보건소 협조가 가능한가. 이번 프로포폴 강제조사 사건은 해당 의사가 굉장히 억울한 경우다. 괜히 회원을 더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의심이 있다.
A: 당연히 의사회 가입 회원이 아니어도 평가대상이 될 수 있다. 제보만으로도 조사할 수 있다고 본다. 경찰과 검찰은 절차가 명확해서 협조를 구하기 어렵지만 정부의 행정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Q: 가장 위반사례가 많은 것은 광고라고 본다. 보건소에서 나온 접수는 협조가 가능하다면 평가단이 판단에서 이를 보건소에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
A: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부분 조사권을 부여하게 된다. 중복조사는 하지 않는다. 복지부가 전부 조사할 수 없다. 평가 받는 입장에서도 둘 다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피곤해질 수 있다.
Q: 할인 행위가 문제라는 제보가 있다. 할인은 자유 경쟁의 범위라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A: 평가단이나 의료계에서 규제를 해야 하는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이를 조사하고 예방대책을 세워서 만약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규제 기준을 정할 수 있고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본다.
Q: 의사단체만 하는 것인가. 치과의사 등의 단체도 전문가평가제를 하고 있나.
A: 치과의사협회에서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점차 확대 중이다. 확대되면 법률 개정을 하게 될 것이다.
Q: 의사동료를 평가하는데 평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평가단 구성이 공정해야 한다. 가령 의사회원이 많은 강남구는 평가위원도 비례해야 한다.
A: 평가위원구성은 당연평가와 지역평가를 통해 평가단에 있는 사람들이 조사한다. 평가단의 수는 많을수록 좋은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몇만건이 나오진 않아서 그만큼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Q: 덤핑은 환자 유인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알려주면 평가단에서 단속할 수 있다.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자체적으로 권고사항을 내고 이를 정부에 알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전문가평가제를 할 때 의료계 의견에서 기준을 만들 수 있나.
A: 경쟁병원이 24시간 진료를 하는 등 경쟁에 내몰리다 보면 의료계에 이득이라고 볼 수 없다. 덤핑도 마찬가지다. 규정에 대한 합의를 충분히 모으고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행정처분을 하겠다면 자율정화가 될 수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여러 데이터를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Q: 국민들이 덤핑을 좋아하면 의료계와의 상호 괴리가 생길 수 있다. 덤핑은 의사들의 생존권이 달려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명확하게 환자 유인행위로 볼 수 있는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A: 의료계 내부에서 설문을 돌려서 99% 찬성하는 방안이라면 의사들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합의를 해야 한다. 덤핑에 대한 합의라면 가격 하한선을 둘 수도 있다. 전문가평가제를 통해 예방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짜야 한다.
(의협 성종호 정책이사) 전문가평가제는 기존의 복지부가 하던 행정처분의 일부분을 의료계가 위임받아서 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 업무범위를 넘어선다면 과부하에 걸릴 수 있고 동시에 많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초기에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즉,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 초반에는 기존 행정처분을 위임받는 것으로 하면서 기존 행정처분을 참고해 접근해야 한다. 이후 제도가 더 발전하거나 안착된다면 의료계 내부적인 의견이나 기준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