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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가 퇴원한 이후에도 24시간 관리, 건강복지안전망 시범사업 시작"

    이정렬 중앙보훈병원장, "공공병원의 새로운 이정표 제시하겠다"

    기사입력시간 2018-01-16 07:33
    최종업데이트 2018-01-17 10:27

    ▲중앙보훈병원 이정렬 원장은 올해 건강복지안전망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임한슬 인턴기자(울산의대 본과3)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중앙보훈병원에서 경험해 보니 의료서비스의 세계적인 발전 외에도 공공성 강화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공의료도 단순히 비용에서 탈피해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시도때도 없이, 공간 제한없이 우리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는 건강관리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중앙보훈병원 이정렬 원장은 2016년 1월 취임한 뒤 2년이 지난 소감과 포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 원장은 서울대병원 흉부심장혈관외과 교수로 재직하다 당시 원장을 맡았다. 중앙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 30만명, 그들의 가족까지 합쳐 200만명의 건강을 책임진다. 그만큼 특징이 있고 충성도가 높은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에서 하지 못하는 진료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고민이 많다. 
     
    이 원장은 “앞으로는 의료가 급성기 치료에서 벗어나 질병을 미리 예방하고 평소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며 “200만명의 환자들이 건강하게 지내다 돌아가실 때까지 일생을 책임지는 것이 중앙보훈병원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치료나 진단이 필요하다면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다”라며 “올해부터는 환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환자 한사람, 한사람을 관리하는 노력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올해 환자가 병원에 찾아오는 개념을 뛰어넘어 환자를 찾아가는 서비스인 ‘건강복지 안전망’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건강을 관리해주는 사람인 ‘케어매니저(Care Manager)'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다음은 이달 9일 원장실에서 진행된 이정렬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건강복지 안전망, 환자가 병원 밖을 나선 다음에도 관리


    -건강복지 안전망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정확한 개념을 소개해달라.
     
    "만성질환은 약만 복용한다고 완치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별 특성에 따라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관건이다.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치료를 위해 규칙적이고 영양 있는 식사가 필요하다.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는 치료를 받으러 이동할 때 편리해야 한다. 위암 수술을 했다면 회복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고령의 환자라면 여러가지 복합 질환까지 고려해야 한다. 환자가 퇴원한 이후에 요양병원으로 가거나 요양원, 집으로 가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을 끝까지 돌봐야 한다.
     
    건강복지 안전망은 고령환자에게 질환별, 생애주기별, 욕구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예방-치료-재활-요양-재가서비스 등 전 생애에 걸쳐 의료복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이를 위해 ‘케어매니저’가 전담한다."
     
    -케어매니저는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인가.
     

    "케어매니저란 보훈가족에게 개인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보통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그 역할을 한다. 이들은 환자, 보호자와 상담한 다음 입원부터 퇴원 후 질병관리까지 환자를 돌본다. 환자가 지역사회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통합적인 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관리한다. 환자는 의료적 관리, 신체기능 향상, 사회활동 참여 독려 등 생애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중앙보훈병원은 올해 케어매니저를 확충해 보훈 가족이 건강복지안전망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건강복지 안전망을 생각해낸 배경은 어디에 있나.

     
    "사고의 방식을 의료공급자적인 관점에서 환자 중심의 수혜자로 접근하다 보니 나온 아이디어다. 이를 위해 2년동안 준비해왔다. 케어매니저가 환자를 위한 통합의료복지 서비스를 실천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 사명이고 그 일이 맞다는 것을 체험했다. 그 결과 지난해 공공기관 평가에서 B등급을 맞았다. 이는 상당한 실적과 업적이 있어야 가능한 평가결과다.
     
    원장으로 있으면서 품질로 승부하는 공공의료를 만들고 건강복지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선 센터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하는 병원으로 변화했다. 센터 중심의 경영으로 존재 가치를 높이는데 힘썼다.  정부가 요구하는 경영지표는 전부 A등급을 맞았다. 병원만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안전망을 구축하는데도 노력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중앙보훈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했다. 앞으로는 건강복지 안전망을 제대로 정립해서 정부에 공공의료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실제 모델로 제안해보고자 한다." 
     
    -중앙보훈병원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의료 품질 혁신은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의료의 품질 혁신을 넘어서는 환자안전 개념이 필요하다. 환자 안전이란 단순히 병원에 불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 수술 사망률을 낮추고 의료사고 걱정이 없어야 한다. 수술 시 통증을 줄여야 한다. 이렇게 환자 안전 지표를 높이고 품질이 우수한 병원으로 도약해야 한다.
     
    중앙보훈병원은 의료품질 혁신을 목표로 두고 환자 안전을 위한 병원을 만들 것이다. 이런 목표는 단순히 1년, 2년을 내다보고 정한 것은 아니다. 매년 환자안전을 위한 노력이 쌓이다 보면 공공병원도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품질과 고객만족도를 보이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병원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사명감 심어주는데 주력 
    ▲중앙보훈병원 이정렬 원장은 취임한지 2년동안 조직문화 개선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했다. 사진=임한슬 인턴기자(울산의대 본과3)
    -변화를 위한 조직문화 쇄신은 어떻게 이뤘나.  

    "내부 역량으로는 일치단결된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주력했다. 하면 된다, 할 것이다, 신나게 할 수 있다 등의 조직문화가 활성화됐다. 가만히 있거나 저항이 있는 것이 아니라 뭐든지 해보자는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병원도 해보자는 의욕이 커졌고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은 곧 성공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재작년의 중앙보훈병원이 아니며 5년 전의 중앙보훈병원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홍보건수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보훈병원의 발전을 위한 추진계획은 무엇이 있나. 

     
    "의료품질관리, 인재영입 등 중앙보훈병원이 가야 할 과제 25가지를 정해서 하나하나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보훈의학연구소도 올해 6월 문을 연다. 보훈병원의 환자들은 일부 질환이 많은 특수성을 가진다. 환자들의 생체 정보를 모은 바이오뱅크를 마련하고 환자의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할 것이다. 국가유공자의 특수한 질환이나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보훈포룸 월례조회를 통해 한달에 한번씩 최첨단 지식을 전수하는 시간을 가진다.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첨단의료나 정밀의료에서 전사 차원의 강의를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매일 오전에는 지표관리위원회에서 경영관리를 한다. 누가 수술을 몇 개 하는지, 환자를 얼마나 보는지 등 목표달성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다. 환자를 많이 보고 수술을 많이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 환자를 위해 조금 더 성심성의껏 해보자는 취지다. 일일, 주간, 월간으로 통계 수치를 관리하고 있다. 이 병원이 변화해야 하고 혁신해야 하는 이유를 매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한다."
      
    -갑자기 많은 일을 하다 보면 조직 내의 저항이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직원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소통하고 배려하고 있다. 옳다고 생각하면 그 방향으로 가고 다수의 구성원이 따라오는 게 맞다. 공공병원에서 일하려면 봉사 정신이 있으면서 국가적인 애국심이 있으면 좋다. 공공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사심이 없어야 한다. 원장 스스로도 흐트러지지 않으려고 많이 갈고 닦고 있다. 중앙보훈병원은 국가 유공자를 돌보는 곳인 만큼 어느 정도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하는 게 몸에 배야 한다. 병원의 전체 목표를 위해 일심합일해야 한다.
     
    변화의 저항이 따른다면 일단 한번 해보고 안되면 개선하거나 프로젝트를 중단하면 된다. 원장이 직접 매일같이 부지런하고 중요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근면하고 겸허해야 한다. 배려, 소통은 겸허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공공병원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우수인재는 중요한 부분이다. 젊고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인재가 있다면 장기 비전을 보고 데려와야 한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일에 공을 들였다. 2년간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26명이 왔다. 중앙보훈병원은 3년, 5년이 지나면 최우수 인재가 모여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잘하는 치료에 대해서는 최고가 될 수 있다. 후배의사들에게는 전공의 때부터 자신의 영역에서 확실하게 배우고 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의사로서 가질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영향력에서 탈피해서 국민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 의료의 품질과 고객만족을 노력하고 있는 만큼 병원 차원으로도 보상이 뒤따르도록 노력할 것이다."

    건강복지 안전망 시범사업 시작, 국가 차원의 의료전달체계 제시가 목표 
    ▲원장실에 빼곡하게 적힌 중앙보훈병원의 실천과제와 세부계획. 
    -올해 중앙보훈병원의 목표는 무엇인가. 

    "건강복지 안전망을 통해 올해 여러 가지 목표와 실행방안을 만드는 것까지 해보겠다. 1월부터 건강복지 안전망의 세부계획 회의를 시작했다. 2달동안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건강복지 안전망에 소책자를 만들고 여러 가지 분야의 세부계획을 마련한다. 환자 10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케어매니저의 전화나 방문 등으로 건강복지 안전망 서비스를 만들 것이다. 중앙보훈병원은 310개 국가유공자 병원의 위탁병원까지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이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금방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 숫자를 제한해도 좋고 소규모로 운영해도 좋다. 일단 내부 임직원들과 함께 시범사업부터 시작해볼 것이다. 장기적으로 환자 30만명이 건강복지 안전망에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케어매니저를 충원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체계가 따르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양한 정책이 마치 정부 정책과도 맞닿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보건복지부와 상의한 적이 있나.
     
    "중앙보훈병원을 관할하는 국가보훈처나 보건복지부는 부처 자체가 다르다. 규모 자체가 달라 한 병원에서 국가적인 시스템으로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있다. 조용히 시스템을 구축해서 건강복지 안전망이 알려지면 복지부도 벤치마킹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모델이 잘 정착된다면 국가 차원의 의료전달체계 공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일년내내 여기저기 다니면서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을 보면 지역사회의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의료전달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지방의료원이 많이 있고 120개 대학병원이 맨 마지막 단계의 역할을 한다. 일본은 그러면서도 지방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이 60%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가 필요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60%의 환자만 채우고 비워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병원에 환자가 빡빡하게 차있다. 대기 환자가 많은데도 의사는 바쁘다. 그런데도 환자가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 중앙보훈병원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을 해보겠다."
     
    -병원에 대한 계획을 잔뜩 들었다.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조용히 정년 퇴임할 수 있는 것 외에는 특별히 바라는 것은 없다. 만에 하나 봉사의 기회가 주어지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마지막 역할을 다하겠다. 중앙보훈병원에 와서 간호직, 행정직 등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 배를 타고 전체가 같이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조직문화 변화에 일조할 수 있다.

    10~15년 전에 일본 사례를 보니 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요양병원, 요양원 등의 환자도 관리하고 그만큼 충분한 투자를 하는 것이 부러웠다. 우리나라도 이제 그렇게 가야 한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국민안전처, 지방자치단체 등의 부처간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건강복지 콘트롤 타워를 두고 환자를 위한 단일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