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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 기술의 시장진입 늦추는 '혁신의료기술제도'? NECA 산하 위원회 폐지 불가피

    의료기기업계 규제 개선 촉구 예정…절차 간소화는 물론 의료기관·진료과목 제한 폐지도 요청

    기사입력시간 2023-06-19 08:20
    최종업데이트 2023-06-26 11:47

    자료 = 국내 혁신의료기기 허가 절차와 독일의 제도간 차이를 설명하는 모식도(협회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보건의료연구원(NECA)의 혁신의료기술제도가 오히려 디지털치료제(디지털치료기기, DTx) 등 혁신기술의 시장진입을 늦추는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의료기기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디지털 치료기기업계들의 의견을 토대로 보건복지부에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전면 개편을 골자로 하는 혁신의료기술 규제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지능이나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혁신의료기기에 대해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도를 마련, 이를 현재 적용 중이다.

    이는 의료현장에서 신속하게 혁신제품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식약처 혁신의료기기 지정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여부 평가, 보건의료연구원(NECA) 혁신의료기술평가 등 개별적인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정부는 혁신기기 시장진입 기간을 기존 300일에서 80일까지 단축하고자 마련했으나, 오히려 시장진입이 더욱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의료기술의 평가와 실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혁신의료기술은 안전성과 잠재적 가치를 평가받았음에도, 실시와 사후 재평가를 위해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근거 마련을 하려면 근거창출전문위원회의 검토 절차를 거친 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보고와 심의 과정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측은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절차를 통해 충분히 검증을 받았고 품목허가증에 기재된 기술명과 사용목적, 사용대상, 사용방법 등에 따라 사용이 이뤄짐에도, 별도로 NECA 산하의 근거창출전문위원회를 통해 검토를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이미 존재하는 신의료기술 평가유예제도와 비교했을 때 역차별 문제도 있다"고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신의료기술실시는 ‘연구수행’ 단계와 ‘임상진료’ 단계로 구분돼 있는데, ‘연구수행’ 완료 후 ‘임상진료’가 순차적으로만 가능하다. 게다가 ‘연구수행’ 단계는 사실상 IRB를 보유한 3차 의료기관만 참여가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가령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1호와 2호 허가를 받은 에임메드의 솜즈와 웰트의 필로우Rx는 이미 3차 의료기관에서 위약 대조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제품임에도, 정작 혁신의료기술 실시에서 연구수행만 시행하면 의원급 처방이 불가능하다.

    솜즈(Somzz), 필로우Rx 등은 불면증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의원급 진료비율이 전체의 63.2~87.5%로, 업계는 대규모의 실사용 검증이 의원급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진료과목도 제한된다. 실제 에임메드 디지털 치료기기는 보건복지부의 혁신의료기술실시 및 평가에 관한 고시에 따라 실시 의사가 실시기관에 소속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한정돼 있는 상태다.

    해당 기술의 실시를 특정 진료과로 한정할 임상적, 제도적 근거가 불충분하며, 혁신의료기술 제도 설립 이래 발표된 모든 고시에 시행 의사의 진료과 제한은 없었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규제라는 게 업체들 입장이다.

    실제 수면장애(F51, G47)는 정신건강의학과(32%) 뿐만 아니라 일반과 23%, 내과 22%, 신경과 7%, 이비인후과 5%, 가정의학과 5% 외 21개 진료과목에서 진료상병인만큼, 진료과목을 제한하게 되면 추후 다른 진료과에서 사용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 측은 "규제로 인해 혁신기술들의 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있다. 혁신의 속도에 맞게 제도의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식약처를 통해 허가를 받은 제품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됐다. 때문에 별도의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고 NECA위원회의 심의와 승인을 받는 절차는 불필요하다"면서 "실사용 진입을 위한 NECA 산하 위원회 검토 절차를 폐지해달라"고 촉구했다.

    동시에 업계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구성과 운영방식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학습도와 이해도를 끊임없이 높이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산업계 위원을 대거 추가하고 기존 위원들의 임기를 최대 1년으로 정해야 하며, 개발기업들이 상세히 설명할 수 있도록 대면평가를 의무화하는 한편, 위원회 부결 시 신청자의 뜻에 따라 보완과 재심의 요청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최근 식약처 허가 시 '실사용증거(RWE)' 자료도 임상시험 자료로 인정하기로 했다"면서 "허가받은 제품의 검증은 RWE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 향후 디지털 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위한 자료 생성을 위해 ‘식약처 RWE 고시’를 참고해 대조군 없이 실사용 환경에서 수집·제출하는 자료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이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으로 사전에 높은 수준의 검증이 이뤄진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해서는 즉시 실사용이 가능하며, RWE를 근거 자료로 인정하고 있다.

    실시기관과 진료과목의 제한 폐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측은 "3차 의료기관 중심의 ‘연구수행’ 단계와 1차 의료기관을 포함한 ‘임상진료’ 단계를 차별 없이 동시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실시기관이나 진료과목 제한없이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실사용 방식으로 검증한 후, 수집된 데이터는 향후 식약처 RWE 고시에 맞춰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