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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P-1 계열 MASH 치료제 개발 경쟁 박차…릴리·베링거 2상 세부 데이터 공개

    터제파타이드, 52주 치료 후 54.9%에서 섬유증 개선…서보두타이드, 48주 치료 후 52.3%서 섬유증 개선

    기사입력시간 2024-06-12 07:23
    최종업데이트 2024-06-12 07:23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간학회 연례학술대회(EASL 2024)에서 GLP-1 계열 약물의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2상 임상시험 세부 데이터가 공개돼 관련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GLP-1/GIP 수용체 이중 작용제인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는 환자의 절반 이상이 52주째 섬유증이 개선됐다고 보고했으며,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글루카곤·GLP-1 이중 작용제 서보두타이드(Survodutide, 개발명 BI 456906)는 48주 치료 후 섬유화 단계 F2 및 F3 환자의 64.5%에서 MASH 악화 없이 섬유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MASH 치료제로 허가된 제품은 3월 FDA 승인을 받은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레즈디프라(Rezdiffra, 성분명 레스메티롬)가 유일하다. 레즈디프라는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의 부분 활성화제로, 레즈디프라가 간에서 이 수용체를 활성화하면 간 지방 축적이 감소된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로 승인 및 개발 중인 GLP-1 계열 약물은 이와는 다른 기전을 통해 MASH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릴리 터제파타이드, 모든 용량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 가능성 시사

    먼저 터제파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이 있거나 없는 성인 2기 또는 3기 섬유증 동반 MASH 환자 190명을 대상으로 한 2상 SYNERGY-NASH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변수를 달성했다. 이 결과는 학회 발표와 동시에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됐다.

    릴리 측은 "2상 연구는 터제파타이드가 섬유증을 개선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설계되지 않았으나 연구 결과는 모든 용량에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터제파타이드는 2022년 5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로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고, 2023년 11월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로 추가 승인을 받았다.

    실적발표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1분기 2조원에 넘는 18억10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릴리의 베스트셀러 자산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젭바운드 역시 출시된 지 몇개월 만에 5억1740만 달러 매출을 올렸다.

    SYNERGY-NASH는 MASH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5㎎ 또는 10㎎, 15㎎, 위약을 52주 동안 주 1회 피하 투여한 뒤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2상 임상시험이다. 1차 평가변수는 52주 시점에 섬유증 악화 없이 MASH가 해결되는 것이었다. 2차 평가변수에는 MASH 악화 없는 섬유증 개선이 포함됐다.

    그 결과 치료 52주째 5㎎, 10㎎, 15㎎ 투여군의 51.8%, 62.8%, 73.3%가 간 조직학적으로 섬유증이 악화되지 않고 MASH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위약군 13.2%).

    2차 평가변수에서 효능을 평가한 결과 5㎎, 10㎎, 15㎎ 투여군의 59.1%, 53.3%, 54.2%가 MASH 악화 없이 1단계 이상 섬유증 개선에 도달했다(위약군 32.8%). 추가 2차 평가변수 분석에서 터제파타이드는 체중, 간 손상의 혈액 지표, 간 지방, 염증 및 섬유증 바이오마커 개선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의대(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School of Medicine) 로히트 룸바(Rohit Loomba) 박사는 "MASH는 미국에서 간 이식의 두 번째로 흔한 원인으로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하다"면서 "이 연구는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잠재적으로 심각한 건강 합병증을 줄일 치료 옵션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릴리 제품 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인 제프 에믹(Jeff Emmick) 박사는 "릴리는 SYNERGY-NASH 연구에서 관찰된 MASH 해결 정도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섬유증 개선이 관찰돼 고무적이다"면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터제파타이드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릴리는 "MASH 치료를 위한 다음 단계에 대해 규제 당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링거 서보두타이드, F2·F3 환자의 64.5%서 MASH 악화 없이 섬유증 개선

    베링거인겔하임은 질랜드 파마(Zealand Pharma)와 공동으로 서보두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2상 임상시험의 2차 평가변수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에 따르면 서보두타이드로 치료한 성인의 최대 52.3%가 섬유화 단계 F1, F2, F3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달성했다(위약군 25.8%). 전체 연구 결과는 학회 발표와 동시에 NEJM에 게재됐다.

    이번 2상 임상시험은 제2형 당뇨병이 있거나 없는 성인 중 MASH 섬유증(F1, F2, F3)이 있는 환자 295명 대상으로 했다. 1차 평가변수는 48주 치료 후 섬유증이 악화되지 않고 MASH의 조직학적 개선을 달성한 참가자 비율이다.

    베링거 측은 "1차 평가변수에서 성인의 최대 83.0%가 위약(18.2%)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MASH 개선을 달성해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치료제로서 서보두타이드의 잠재력을 입증했다"면서 "48주 치료 후 이 정도의 섬유증 개선 효과를 보인 것은 MASH 2상 임상시험에서 처음이다"고 밝혔다. 

    또한 섬유화 단계가 F2 및 F3(중등도에서 진행된 흉터)인 성인의 최대 64.5%가 MASH 악화 없이 섬유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48주 치료 후 다른 모든 2차 평가변수에서도 위약 대비 유의성을 입증했다. 서보두타이드군의 최대 87.0%에서 간 지방이 30% 이상 상대적으로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19.7%에 불과했다. 간 지방 함량 역시 서보두타이드군에서 최대 64.3% 줄었으나 위약군에서는 7.3% 감소에 그쳤다.

    실제 치료 결과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활성 점수(NAS)의 기저치 대비 절대 변화는 서보두타이드군은 최대 -3.3이었고 위약군은 -0.4였다.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의대(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아룬 산얄(Arun Sanyal) 박사는 "서보두타이드 2상 결과는 GLP-1과 더불어 글루카곤 작용제가 MASH를 개선하고 섬유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이러한 데이터는 서보두타이드가 MASH 및 임상적으로 유의한 섬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선도적인 글루카곤/GLP-1 수용체 이중 작용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링거는 현재 과체중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 5건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 3상 임상시험에서는 서보두타이드가 과체중 또는 비만, MASH 확진 또는 추정 진단을 받은 환자의 간 지방 감소 및 체중 감량에 도움 되는지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