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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원격의료 우려로 전화 상담·처방 중단 권고 나섰지만…병협은 필요성 인정

    정부 "전화처방 26만건, 코로나19 재유행 대비일 뿐 원격의료 제도화 추진 안해"

    기사입력시간 2020-05-20 06:39
    최종업데이트 2020-05-20 06:3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가 또다시 원격의료 도입 여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도화선은 18일 대한의사협회의 대회원 권고문이었다. 의협은 전화상담 처방을 통해 정부가 원격으로를 추진하려고 한다며 회원들에게 전화상담과 처방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월 24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한시적으로 전화상담과 처방을 허용했을 때부터 의협의 반대입장은 거셌다. 다만 당시 의협은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어 지역별로 필요에 따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생활속 거리두기로 방역체제도 전환됐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20일에는 대면 등교까지 이뤄지는 등 모든 영역에서 방역 완화조치가 시행되고 있는데 비대면진료 영역에 대해서만 강화 조치가 이뤄진다는 논리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모든 분야에서 방역체계를 완화하고 있다"며 "그런데 왜 진료부분에서만 전화상담과 처방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원격의료 강행 기조에 개원가는 전화상담 중단하겠다

    실제로 정부는 5월 초부터 전화상담·처방에 대한 기존 진찰료 100% 외에 진찰료 30% 수준의 전화 상담 관리료 30%를 추가로 적용, 소위 비대면진료 당근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13일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최근 전화상담 사례 17만건을 자세히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는 추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정부 기조는 5월 4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참석한 의병정 간담회에서도 들어났다. 당시 최대집 의협회장은 전화상담과 처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김 조정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인과 환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비대면 진료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이 전화상담과 처방 전면 중단을 권고하고 나서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내과의사회는 18일 상임이사회를 통해 의협의 전면중단 권고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조만간 회원들에게 전화상담 중단을 알리는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전화상담과 처방은 오진위험성이 많을 뿐더러 책임소재도 명확하지 않다"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논의없이 전화상담을 빌미로 원격의료를 강행하려고 하는 정부 정책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대형병원은 전화상담 그대로, 병원 규모따라 찬반 갈려…정부는 긍정적 평가

    반면 대형병원들은 기존과 동일하게 전화상담과 처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각 병원과 세부 진료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검사가 필요 없는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100~200건의 전화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시행초기부터 지금까지 전화상담과 처방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의협의 중단권고와 별개로 전화상담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도 "코로나19로 인해 병원방문이 쉽지 않은 환자들이 집에서 상담하고 처방을 받을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환자들의 전화상담 요청이 꾸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병원협회도 지금까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비대면진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최근 병원 규모에 따라 전화상담과 처방을 바라보는 견해 차이가 발생하고 있어 조만간 병협의 정확한 입장을 정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정영호 병원협회 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준의 전화상담과 처방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감염병 위기상황에선 어느정도의 비대면진료가 허용돼야 의료인과 환자 모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은 "대형병원들은 대부분 전화상담에 대해 찬성하고 있지만 최근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일방적인 환자쏠림 현상을 우려하며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관련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문제에 초점을 둬야지 비대면진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조만간 병협 차원에서 관련 끝장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화상담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원격의료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겠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5월 10일까지 26만여건의 전화상담과 처방이 이뤄졌고 이 중 30%가 대구와 경북에서 진행됐다"며 "이 같은 점을 보면 전화상담이 의료이용과 접근성을 높이는데 일조한 것을 알 수있다"고 말했다.

    윤 총괄반장은 "가을철 재유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대비해 현재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진료를 보완하고 개선사항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다만 이번 전화상담은 감염병 상황의 특수 조치일 뿐, 원격의료 차원에서 제도화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