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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케어 한계 극복할 대안으로 ‘한국형 ACO 제도’ 부상

    의료인 인센티브 도입·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축 핵심...의료계, “변형된 총액계약제”

    복지부, “문제의식 공감...환자·의료인 측면에서 종합적 고민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0-01-18 08:30
    최종업데이트 2020-01-18 08:30

    17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바른미래연구원, 사단법인 일과복지 공동주최로 ‘한국 복지 제3의 길’ 핵심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한국형 ‘건강보험 ACO 제도’가 부상하고 있다.

    17일 오후 1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바른미래연구원, 사단법인 일과복지 공동주최로 건강보험 ACO 제도 도입방안을 포함한 ‘한국 복지 제3의 길’ 핵심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책임의료기구)는 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축, 의료인 인센티브 지급이 핵심이다. ACO는 지역 내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구성해 포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공급자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도 비용 절감분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부여해 의료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달성하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ACO 제도를 통합관리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은 긍정적이나 저수가 문제 등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변형된 총액계약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ACO 제도가 대안으로 논의되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환자, 의료인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민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강보험 ACO 제도로 재정 위험 피하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
     
    전기홍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전기홍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재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CO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기홍 교수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방향성은 타당하지만 재정 위험과 서비스 제공체계에 대한 고려가 미흡해 문제가 발생했다.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집중은 보건의료체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또한, 급여화 항목 증가로 인해 의료서비스가 양적으로 팽창했으나 건강보험 재정 마련 방안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건강보험 ACO 제도는 지역 내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해진 인구집단에 대한 예방부터 치료, 재활까지 포괄적 의료서비스를 책임을 갖고 제공한다”라며 “대상 인구집단의 평균 진료비를 절감한 만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이므로 문케어의 연속선상에서 건강보험 ACO를 도입하면 건강보험의 재정적 위험을 피하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교수는 “급여진료비 절감액의 75%를 보상하는 것을 핵심안으로 제안했다”며 “더 많거나 적은 대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 75%는 CMS 선구자 ACOs에서 적용한 63%보다 많지만 우리나라 국민 의료비가 OECD 평균보다 나은 7% 수준임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 ACO가 절감한 급여진료비를 가능한 많이 돌려 준다는 의미에서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의료법은 의료기관간 이윤 배분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공급자 네트워크 구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또, 의료법 근간인 영리목적의 사업을 불가하는 틀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 재원의 배분 방식 대안을 추가하는 것은 허용돼야 한다. 의료법은 그대로 유지하고 비영리법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인구집단 건강관리를 위한 특별조치법(가칭)’을 입법 제안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원하는 의료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ACO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할 것을 제안한다”며 “월등한 역량을 가진 빅5 혹은 빅10 병원은 시범사업에서 제외하고 가능한 한 ‘의원-전문병원 연합 ACO’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계, ACO 제도 필요성 공감...의료계는 ‘시기상조’

    이어진 패널 토론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ACO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ACO의 필요성과 기본적 설계에 대해 대부분 공감한다”며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 접근성, 의료체계 등을 개선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식의 한계에 도달했다. 국민들의 연간 1인당 외래 방문횟수는 OECD 최상위이고 고혈압·당뇨 조절율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심화됐고 병원급 이하 비급여 진료는 오히려 늘었다. 기존 시스템으로 (건강보험 제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한계”라며 “보장률은 낮고 재난적 의료비 발생율은 높다”고 언급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일환으로 대형병원의 경증환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며 “국민 입장에서 가던 대학병원을 못 가게 하면 국민을 위한 정책인가. 합리적 시스템을 만들어주지 않은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트워크, 환자중심 진료체계가 돼야 한다. 기존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의료전달체계, 지불제도, 환자관리체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은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도 “ACO가 도입돼야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도입된 지 43년이 됐는데 여전히 한 가지 보험형태만 취급하고 있다”며 “국민의 다양한 니즈를 한 가지 보험형태로 충족시킬 수 없다. (확대해 말하면) 우리나라 의료 발전을 저해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ACO가 좋은 제도라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며 “ACO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의 제안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보험 여유금을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료계는 지불체계에 국한하지 않고 통합적 측면에서 ACO 제도에 대해 접근한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 도입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ACO를 지불체계로 국한하지 않고 통합관리 측면에서 접근한 것은 좋은 생각”이라며 “그러나 의료계는 ACO를 변형된 총액계약제로 인식하고 있다. 총액계약제는 의료공급자 입장에서 여러 규제가 많기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성종호 이사는 “저수가 상태에서 질 관리로 바로 접근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당연지정제 하에서 ACO모델이 활성화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연지정제가 폐지돼야 한다. 또한, 현재 정부의 엄격한 규제·제재로 공급자의 자율성이 침해받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성 이사는 “공급자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 판단하는 기준이 전혀 없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며 “(ACO 도입은) 시기상조다. 공급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비용 절감과 질 관리를 모두 잡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 “문제의식 공감·통합적 의료 체계 고민”
     
    이동우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건강보험 ACO 제도가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며 향후 통합적 의료 체계에 대해 논의해 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무한경쟁 속에서 의사들이 단순히 환자를 이익수단으로 보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이동우 사무관은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현행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지불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에서 제기됐다”며 “이제는 다양한 지불제도,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해서 환자중심이 논의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환자 중심 통합적 의료 체계를 고민하자는 중심에 ACO모델이 자리잡고 있다”며 “거시적 지표에서 개별 환자 만족도를 추정하던 데에서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는 문제의식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느끼게 될 지표 개선점을 어떻게 녹여낼지가 관건이다. 또한, 무한경쟁 속에서 의사들이 단순히 환자를 이익 수단으로 보지 않게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불체계에 국한되지 않은 이러한 고민을 정부도 함께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