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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계 교육상담료 수가 15~20분 2만4000원…뚜껑을 열어보니 환자 설명·동의서 작성까지 40~50분"

    외과계 의사회, 복지부에 건의사항 발송… "동의서 등 복잡한 절차 없애거나 수가 3배 인상해야"

    기사입력시간 2018-10-22 05:58
    최종업데이트 2018-10-22 06:5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외과계 의사회가 10월부터 시작된 외과계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에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외과계 의사회는 15~20분에 한해 교육상담료를 책정했지만, 막상 시범사업을 해보니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20분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환자 1명당 교육상담을 하기 위해 40~50분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환자가 교육상담을 원하지 않으면 20분을 버리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외과계 의사회는 동의서 작성 절차를 생략하거나, 교육상담료 수가를 3배 정도 인상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했다.
     
    21일 외과계 의사회는 최근 이같은 건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복지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참여한 단체는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외과의사회,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안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등이다.
     
    외과계 교육상담료 시범사업은 의원급에서 기본진찰료 수준이 낮아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 교육상담이나 심층진찰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됐다. 교육상담이나 충분한 진찰로 치료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질환을 충분히 관리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외과계 관련 협의체 회의를 통해 추가적인 교육상담이나 심층진찰에 소요될 의료인력의 업무량(시간)을 15~20분 정도로 예상했다. 복지부는 이런 소요시간을 기반으로 진찰료와 별도로 교육상담료 1만6400원~2만4000원을 책정했다. 표준화된 교육상담이 불가능하고 심층진찰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진찰료 별도 산정 불가를 전제로 심층진찰료 2만4000원의 비용이 책정됐다.
     
    외과계 의사회는 “이번에 매겨진 수가는 현재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되는 교육상담료와 비교해서 많이 낮다는 의견이 여러번 제시됐다”라며 “하지만 처음 시작되는 시범사업이고 사업의 전반적 내용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안건으로 통과된 상태였다.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 선시행 후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을 신청한 의원은 1500여 곳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업 시행이나 청구방법 등에서 추가적인 행정 부담과 번거로운 절차가 생겨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시범사업 지침에 따르면, 우선 시범기관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대상자에게 시범사업 내용을 안내한 다음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 이용과 제공 동의서도 작성·보관해야 한다.
     
    외과계 의사회는 “복지부가 발표한 시범사업 지침을 살펴보면 협의체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다룬 적이 없는 추가적인 행정 절차와 복잡한 청구방법 등이 포함됐다. 현재 다수 의원들이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했으나, 구체적인 절차와 복잡한 청구절차로 실제 참여는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외과계 의사회는 “두 가지 동의서 서류작성 절차에 보통 20분 이상 설명이 필요하다. 추가 인력도 필요로 한다”라며 “시범사업을 설명한 이후라도 환자가 동의하지 않을 때는 들어간 노력에 대한 보상방안이 없다”라고 밝혔다.
     
    외과계 의사회는 “환자가 동의를 했더라도 교육상담 또는 심층진찰을 하느라 20분 이상 소요된다. 그러면 한 환자당 총 40~50분이 소요된 다음에서야 2만4000원의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라며 “심층진찰료는 진찰료 별도산정 불가인 만큼, 현재 진찰료에서 1만원 내외의 추가 비용을 청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의료시스템에서 과연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의원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외과계 의사회는 “동의서 보관 의무가 발생해 별도의 행정 절차가 발생한다”라며 “환자의 시범사업 동의서 작성과 개인정보 이용 제공 동의서 작성 절차를 생략해야 한다. 만약 생략하기 어렵다면 시범사업의 수가를 3배 정도 인상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교육상담을 제공한 다음에도 교육상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심평원에 제출하게 돼있다. 각각의 환자마다 요양기관업무포털 서비스에 접속해 이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이 간단치 않아 실제 적용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외과계 의사회는 “교육상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려면 의사의 진료 업무 중 따로 심평원 사이트에 접속해야 한다. 하나하나 단계를 거쳐 들어가서 작성하고 제출하는데 5~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 적용이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이어 “이 문제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의료기관에 보관만 하게 하고 필요할 때 한꺼번에 제출하거나, 전자차트에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 매달 진료비 심사 청구를 할 때 한꺼번에 심평원에 제출이 가능하도록 간편화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자차트와 청구 프로그램 업체도 정확한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적용은 더 어렵다”라며 “복지부가 설명회 등을 개최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번 제도가 조기 안착되도록 힘써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외과계 의사회 관계자는 "수가가 매력적이지 않아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의 관심이 부족했다. 일단 교육상담료가 책정됐다는 의미를 두자면서 시작했지만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일선 의원들이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