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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까지 오는데 15년 걸렸다”

    [인터뷰] 에이치쓰리시스템 김민준 대표

    미국 원격의료시장 진출 경험 공유해

    기사입력시간 2017-12-20 05:54
    최종업데이트 2017-12-20 05:54

    사진: 에이치쓰리시스템(H3 System) 김민준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여기까지 오는데 15년 걸렸다.”
     
    미국 의료시장에 원격의료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에이치쓰리시스템(이하 H3 시스템)의 김민준 대표는 그의 미국 진출 성공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15년이 걸렸지만 아직까지 회사 통장은 넉넉지 않고 바이어가 요구하는 추가 기능개발로 지난 3주간 밤을 새운 날이 열흘이라며 성공이란 녹록하지 않음을 토로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뛰는 것을 강조하는 김 대표는 독일 의료박람회(MEDICA)와 미국원격의료협회(ATA) 전시회에 꾸준히 참석하며 지금의 바이어를 만났고, 미국의 원격의료시장 성장을 함께 맞았다.
     
    그 결과 H3시스템은 올해 매출 목표 20억 원과 수출목표 100만 불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뇌파 연구를 하다 한국의 의료산업이 미국과는 상당한 갭이 있다고 보고 의료 분야에 IT를 접목한 아이템 개발을 목표로 2003년 창업했다. 그리고 그 아이템은 원격의료용 제품이 됐다.
     
     
    디지털 헬스케어 하려면 해외로 눈 돌려라
     
    H3시스템은 원격의료서비스를 위한 게이트웨이를 제조해 미국의 원격의료서비스 제공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인터넷 산업에 비유하면, 미국 바이어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이고 H3시스템은 모뎀(기기)을 제조하는 회사라고 설명할 수 있다. 2009년도에 만난 이 바이어는 간호사와 콜센터를 두고 원격으로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병원이나 보험회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원격의료가 개방되더라도 스마트 헬스케어 같은 아이템이 한국 시장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의료적으로 의미 있는 서비스는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은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전세계를 무대로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는 “아이템에 따라서 팔릴 수 있는 시장이 다르다”며 “내가 팔려는 물건의 정체성을 정확히 파악한 후 거기에 적합한 시장(국가)에 진출하라”고 조언했다. 어떤 서비스든 기본적으로 ‘이 기기를 사용하면 진짜 사람들이 건강해지나?’ 그리고 ‘경제성이 있나?’라는 두 가지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시장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경우는, 미국이 IT 기기를 쓰지 않았을 뿐 본래 원격의료 서비스가 있었던 시장이었기 때문에 IT 기기 개발로 접근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한다. 또한, 미국은 해당 서비스에 대한 비용부담자(payer)가 보험회사라는 명확한 비즈니스모델이 있었기에 유리했다고 밝혔다.
     
     
    바이어한테 우리 부스는 수많은 부스 중에 하나”
     
    김민준 대표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지 5년째 접어들면서 바이어의 반응이 바뀌었다는 걸 알아챘다. 바이어의 관심이 바로 제품을 사는 것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했던 초기에 듣던 “흥미로운 물건이네요”라는 반응이, 이제는 “인증 받았나요?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어떤데 쓰는 물건인지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바이어가 생겨나기 시작하며 시장도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전시회에 참가하는 초보 직원들에게 “바이어한테 우리 부스는 수많은 부스 중에 하나”라는 점을 항상 상기시킨다. 이 사실은 그가 맨땅에 헤딩하며 터득한 노하우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가 바이어를 만나 거래를 성사시키고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히 이메일이나 전시회 등을 통해 교류하고,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던 부분들이 쌓여서 이뤄진 것이다.
     
    김 대표는 90kg에 육박하는 캐리어 두 개를 혼자 짊어지고 미국 라스베이가스로 가서 참석했던 2009년 ATA 전시회에서 지금의 바이어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바이어가 소모품 개발을 의뢰한 것을 수락하며 거래가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는 H3시스템만 제안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던 김 대표는, 나중에서야 바이어가 동일한 제안을 여러 회사에 줬고 피드백을 빠르고 흡족하게 해준 회사가 H3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거래가 성사된 걸 알았다.
     
    사업은 운영되지만 여전히 돈이 되지 않던 상황이었는데, 그는 지금으로부터 이삼 년 전에 바이어로부터 “우리가 기다리던 그 때가 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연간 500대, 1000대에 불과하던 주문이 5천 대로 늘었고, 올해는 2만 대, 내년에는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아이템 컨셉을 잡을 때는 주변 지인의 조언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충분할지 모르지만 일단 사업을 시작했다면 “무조건 발로 뛰어라” “진짜 내 물건을 살 사람을 찾아가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 조사도 발로 뛰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간에서 묵묵히 일하는 중견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기사를 통해서 알 수 없고, 직접 발로 뛰며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빨리 바뀌는 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제품 만들어야
     
    지난 달 한국의료기기협회에서 개최한 ‘의료기기 토크콘서트’에서는 한국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에서부터 프로젝트 관리, 영업·마케팅까지 전주기를 다 경험해 본 사람이 정책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H3시스템의 김민준 대표는 최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구성한 4차 산업혁명 의료기기 특별위원회에서 디지털헬스케어 분과 위원장을 맡았는데, 제품 개발에서부터 인증, 거래처 발굴, 사후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발로 뛰며 직접 경험했다는 점에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항상 세 개의 아이템-먹고 사는 아이템, R&D해서 팔기 시작하려는 아이템, 미래 아이템-을 가지고 전시회에 참가한다는 김 대표는, 제품 개발에 있어 어느 순간부터 인증을 고려해 검토해야 할 지 그 타이밍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뭔지 모르지만 빨리 바뀌고 있는 건 확실하다”며 “전체적인 시스템이 빨리 바뀌는 상황에 잘 적응하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지티브 규제와 네거티브규제를 비교해 어떤 기준에서 접근해야 한국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지를 판단해서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시장을 무대로 여러 경험을 한 김민준 대표는 이제 후배들을 위해 본인의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제 은둔형에 벗어나 강의도 하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글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그는 후배 사업가를 위해 다음의 말을 남겼다. “사업은 한 단계씩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간혹 운이 좋아 몇 계단 혹은 몇 층씩 뛰어오를 수는 있지만 나중에 시장에 안주하거나 순간적으로 달성한 성공에 안주하면 언젠가는 뛰어넘은 그 계단을 다시 밟아야 하는 시련이 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