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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産 '발사르탄' 판매·제조중지 사태에 환자·의료계·제약사 아비규환

의협·복지부, 재처방과 교환 대상에 1회 본인부담금 면제…추후 환불

식약처 "국민 안전을 위한 선제적 대응" 해명

기사입력시간 18-07-10 06:02
최종업데이트 18-07-1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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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중국의 원료의약품 업체인 제지앙화하이사(Zhejiang Huahai)가 제조한 발사르탄 219개 품목 중 115개 품목의 판매·제조중지 조치가 최종 결정됐다. 식약처는 지난 7일 이들 품목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불순물이 함유됐다는 해외정보를 입수하고 전면 판매중지 및 제조·수입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9일 오전 8시까지 187개 품목에 대한 점검을 진행하고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91개 품목은 잠정 판매중지 조치를 해제했다.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모든 품목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최종 104개 품목에 대해 판매·제조중지를 해제했다. 반면, 해당 원료 사용이 확인된 54개 업체의 115개 품목은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를 유지하고,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초기 대응 과정에서 고혈압 치료제에 발암위험 물질이 함유됐다는 자극적인 내용만 노출됐고 9일 오전 8시경부터 2시간가량 식약처 홈페이지 마비 사태가 발생하면서 품목 명단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에 고혈압 환자 등 일반 시민과 의료계, 제약사까지 모두 혼란에 빠지는 등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식약처 발표 후 9일 오전 네이버에 노출된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식약처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다.

네티즌 A씨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제품이름을 정확히 명시해서 올려라"라며 "병원에서 연락을 오게 하거나 해야지 219개 제품이면 환자들은 봐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씨는 "식약처를 없애야 한다. 무슨 일을 이렇게 처리하느냐"며 "희귀약도 아니고 600만명이 복용하는 고혈압 약에 이런 문제가 있다면 발표 전에 충분히 확인하고 검수해서 병원·약국에서 환자들에게 개별 통보가 가게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C씨는 "약만 바꾸면 되나? 5~6년간 먹은 약은 다시 뱉어내면 나오는 건가?"라며 "실질적인 대책, 검사, 치료, 보상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르고 먹은 환자는 그냥 감내하라는 것 같다"며 "집단소송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D씨는 "의료보험공단에 전화하니 1644-2000번으로 전화하라고 했다. 여기로 전화하니 다시 제약사로 전화하라고 한다"며 "이 약을 7년이나 먹었다"고 토로했다.

또 E씨는 "2A 발암물질 가지고 주말에 너무 호들갑 떨어서 괜히 환자들만 불안하게 만들었다"며 "하루 아침에 당장 끊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리스트를 제대로 보고 병원에 문의할 수 있는 월요일에 공개했어야 했다. 식약처 대응이 너무 미숙하다"고 말했다.

2A군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간에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구분하는 분류 단계다. 벤조피렌, 석면 등과 같이 명확하게 발암유발이 확인된 물질은 1A군이다. 2A군은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에 대한 증거는 밝혀졌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불충분한 물질을 의미한다.

시민들의 불안감은 직접 약을 처방·조제하는 의료계로 여파가 이어졌다. 일선 의료기관들은 환자들의 문의로 빗발쳤고 혼란스렁 하루를 보냈다고 토로했다. 복제약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진 상태다. 

주요 대형병원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품목들을 처방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서울대병원, 건국대병원,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등은 메인 홈페이지에 "식약처에서 배포한 원료가 사용된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하고 있지 않다"고 게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회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발암물질 함유 발사르탄 제제 처방 변경에 대한 대회원 안내를 배포했다. 의협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처방 변경을 위해 내원한 환자들에 적용 가능한 사항을 안내했다.

의협에 따르면 의원, 병원, 약국은 종전에 처방, 조제를 받은 기관으로 한정하고, 1회에 한해 본인부담금이 면제(공단부담금은 청구)된다. 환자에 재처방시 처방 일수는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처방이 가능하다. 이번 재처방, 교환 대상은 문제가 된 의약품에만 해당된다. 의협은 면제된 본인부담금 처리방안은 현재 정부와 논의 중으로 차후 안내하겠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기존 처방을 받은 병의원 또는 약국에서 의약품의 재처방·조제, 교환시 1회에 한해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하는 본인부담금은 없다"라며 "9일 재처방, 조제 과정에서 본인부담금을 지불한 경우에는 추후 환불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의 건강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라며 "식약처의 인허가에 따라 해당 의약품을 믿고 처방한 의사들 또한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사태가 비용대비 효율성만을 추구하고 의학적 원칙은 무시한 잘못된 약가결정구조에 기인한 것이다"라며 "제약사는 중국산과 같은 값싼 원료 사용을 통해 이익을 최대화하려 하고, 복제약에 터무니없이 높은 약가를 책정해주는 잘못된 약가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같은 일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고혈압 치료제를 제조·판매하는 제약사들도 타격을 입었다. 발사르탄이 아닌 다른 원료로 고혈압 치료제를 제조·판매하는 제약사에도 문의가 빗발쳤다.

이번 판매·제조중지 품목에 포함된 한 제약사는 "식약처와 연결이 닿지 않아 관련 내용에 대해 문의가 어려웠다"며 "9일 오전에 내부적으로 회의를 진행했고 식약처 조치에 따라 전부 리콜 조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식약처의 첫 발표에서 판매·제조중지 품목에 포함됐다가 9일 오전 해제된 제약사 관계자는 "화하이사 제조업체에서 원료를 공급받지 않고 있는데도 오전부터 환자와 병의원에서 문의전화가 쇄도했다"며 "식약처에서 조치를 취하기 전에 해당 제약사들에 먼저 확인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정책실 엄승인 상무는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식약처에서 지속적으로 얘기를 듣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식약처 조치에 발맞춰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며 "현재 불순물의 원인, 함유량,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국내‧외 정보를 다각적으로 수집하고 분석 중에 있다"고 했다. 그는 "향후 해당 원료를 사용한 품목들에 대해서는 허가 취소까지는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판매제조 금지를 유지하고 회수조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