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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잉 건강검진 배경은 '저수가'…"한국도 질병예방특별위(KSPSTF) 필요"

    보건당국 "국민들은 현행 건강검진도 부족하다고 아쉬워해"…의학한림원 "근거 기반의 건강검진 구축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2-11-22 07:08
    최종업데이트 2022-11-22 07:0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의 건강검진이 정말 '과잉'인지 여부를 놓고 정부와 한림원의 설전이 이어졌다.

    보건복지부는 국민들은 현행 국가검진도 부족하다며 아쉬워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에서 비급여로 제공하는 과도한 일반검진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민간 영역을 관리하는 것도 국가의 책임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의학한림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과잉 건강검진의 원인이 고질적인 '저수가'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근거 기반의 건강검진 구축을 위해 미국의 USPSTF(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처럼 한국도 한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KSPSTF)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1일 의학한림원이 개최한 두 번째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의 2부 패널토의에서는 이 같이 건강검진의 '과잉'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진행됐다.

    복지부 "국민들은 현재 국가검진이 과잉이라고 하면 놀랄 것…민간 검진과 구분해야"

    앞서 의학한림원 발표자들은 우리나라의 국가검진인 일상적 건강검진과 치매 건강검진을 포함해 일반 검진으로 실시되고 있는 비타민D 검사, 뇌 MRI, 관상동맥 CT 검사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될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조신행 과장은 "국가검진은 17개 질환 14개 질환으로, 25개의 검사 항목이 있다. 이것도 필요한 것만 해주고 있고, 많이 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현재의 검진 자체에도 아쉬움이 많은데, 건강검진이 과잉이라고 하면 놀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진 항목을 계속해서 늘려야 한다는 학회와 협회 등의 목소리가 많은 상황에서 국가검진이 무용하다는 지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전했다.

    조신행 과장은 특히 "민간이 하는 검진은 생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하는 것으로 국가에서는 개입하지 않는다"며 "민간 검진과 국가 검진을 한꺼번에 다룬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검진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이고, 그것을 강요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관리실 박용표 건강기획부장은 "우리나라는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환자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건강검진 항목과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2008년에 검진 기본법이 생겼고, 이후 9개의 개별법에 따라 4개의 정부 부처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용표 건강기획부장은 이미 건강검진 항목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해결이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18년에 미국과 영국에서는 건강검진 전문위원회에서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흉부 방사선 촬영, 빈혈, 간기능 검사, 신장기능 검사, 생애 전환기에서 노인들한테 실시하고 있는 골다공증 치매검사 이상 지질혈증은 건강검진에서 권고하고 있지 않다라는 의견을 제시를 한 바 있다. 공단과 정부 부처가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엑스선 촬영, 신장 검사, 이상 지질혈증 등 세 가지 항목을 폐지하기 위해 의견을 수집하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 있어 여전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잉 검진으로 지적된 치매 국가검진에 대해 "치매와 관련해서 검진의 정확성, 위양성의 폐해 등에 대해 지적이 많았는데 순기능도 상당히 많다"며 "무증상 노인에 대한 증상을 빨리 발견하자고 하셨는데 선별검사 외에 어떤 방법이 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반발했다.

    다만 민간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일반검진에 대해서는 우려를 제기했다. 2017년도 종합병원급 이상 민간 검진 운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급 종합병원에서는 평균 5.3개의 민간 검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종합병원에서는 평균 3개의 검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다. 고급형 건강검진은 60.5%이고 선택적 검진은 44.2%였다. 숙박형 건강검진도 32.6% 수준이었다. 평균 비용은 52만8000원이고, 숙박형은 370만원 정도 수준이었다.

    그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는 검진 것들이 국민의 위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고 여기에 대해서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저수가로 기인한 '과잉 검진', 민간 영역도 정부가 관리해야…KSPSTF 구축에 정부 지원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인 명승권 교수는 "매일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가 쓸데없는 검사를 너무 많이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일반 건강 검진에서는 신장과 체중을 재서 BMI 측정, 혈압 측정까지는 여러 가지 증거를 봐도 추천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나머지 헤모글로빈, 간기능 검사, 소변 검사, 흉부 엑스레이, 심전도 항목은 근거가 없고 오히려 위양성 때문에 의료 낭비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렇게 된 배경에는 의료 수가가 있다. 우리나라 의료수가는 비상식적으로 낮다. 1970년대 말부터 처음 의료보험 생기면서 정해진 의료수가에 따라 당연히 개인 의원이나 병원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비급여 항목의 검진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의료가 고도로 상품화돼서 환자들이 원하면 할 수 있게 해주자는 분위기가 됐다. 그만큼 근거가 없어도 검사를 해주는 상황이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근본적인 문제까지도 고려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학한림원 안형식 정책개발위원장 역시 이 같은 지적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10년 전쯤 덴마크, 스웨덴에서는 CT를 한번 찍으려면 최소한 세 사람 이상의 의사들이 사인을 해야 한다. CT 찍는 비용의 절반 이상이 의사들의 컨설팅, 토론 시간에 적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환자 한 명에 대해서 1시간 동안 다이어트나 운동에 대해서 설계하고 얘기한다고 하면 얼마나 나오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가가 낮아서 CT, MRI를 안 할 수가 없는 구조다. 그렇게 안 하고서는 병원 자체가 운영이 되지 않는다. 100% 돈 문제다"라며 "미국은 대장내시경 평균이 300만원이다. 주마다 차이가 나지만 150만원에서 500만원 선이다. 우리나라는 공단에서 책정한 금액이 10만원이 안된다. 너무 싼 것도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 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의학한림원 박병주 부원장은 "국가검진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에서 하고 계시는데 민간은 민간 영역이라서 내버려 둔다는 것은 무책임한 면이 있을 수 있다"며 "국민을 위한 기관에서 민간은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자세는 이제 제고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밀의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는 환자 개인 중심으로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게됐다.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베이스화하면 주치가 언제든지 그 환자에 대한 추적 관찰도 가능해 진다"며 "이런 걸 통해 중복 검사의 문제도 해결하고 의료비 과잉도 막는다면 국가적으로 큰 혜택과 성과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보건 당국에 과잉 검진 문제 해결을 당부했다.

    또 박 부원장은 "우리나라도 미국의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USPSTF)처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질병예방특별위원회(KSPSTF)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직과 인력,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격을 따져봤을 때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국가에서도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USPSTF는 1차 의료 환경에서 임상예방서비스 및 건강증진에 대한 근거기반 권고문을 개발해 사람들의 건강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직으로, 예방 및 근거기반 의학 전문가 16명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자원봉사 패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