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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쇼로 이어지는 의료쇼핑

    [새해 고쳐야 할 병원 이용 문화⓵]

    기사입력시간 2017-01-02 06:45
    최종업데이트 2017-01-02 06:47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신년 기획: 달라져야 할 병원 이용 문화⓵] 노쇼와 의료쇼핑
     
    진료·검사·수술 등 예약 후 취소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의료기관의 피해도 늘고 있다.
     
    더욱이 병의원 '노쇼'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현상이 아닌 우리나라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의료쇼핑과도 연관이 있어 그 심각성을 파악하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약부도를 일컫는 노쇼 사태는 음식점, 미용실 등 외식업종과 서비스업에서 보통 많이 발생하는데, 지난 2015년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병원이 음식점에 이어 예약부도율 2위(18%)를 차지해 8천억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관들은 외래진료 노쇼의 경우 당일 대기하는 환자들로 바로 대치할 수 있지만 수술 노쇼는 입원환자의 상태와 스케줄 등 조건들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노쇼, 결국 과도한 의료쇼핑의 결과
     
    문제는 이러한 노쇼 현상이 환자들의 과도한 의료쇼핑과 긴밀한 연관이 있지만 정작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어 다른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모 대학병원의 A교수는 "몇 개월 치 수술 스케줄이 꽉 차 있는데 10건의 수술을 하면 2~3건이 노쇼"라고 지적했다. 
     
    A교수는 "수술을 잡아놓았는데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환자들도 많고, 하루 전에 취소하거나 심지어 수술당일 취소하기도 한다"면서 "취소한 환자들은 이미 수술을 받았거나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A교수는 "한 번에 몇 군데 병원에서 수술예약을 잡고 그 중에 골라가는 환자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고, 수술 예약을 하고는 다른 병원 어떤 의사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정작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하는 게 다반사"라면서 "이러한 과도한 의료쇼핑이 결국 노쇼 사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A교수는 이러한 노쇼 사태가 제 때 진료와 수술을 받아야 할 환자들이 기회를 놓치는 상황을 발생시켜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다.
      
    또 A교수는 "환자가 병원을 쇼핑하는데 보험으로 급여해 주는 나라는 없다"면서 의료제도의 모순을 말하기도 했다.
     
    사진: 아주경제 카드뉴스

    과도한 의료쇼핑, 잘못된 의료전달체계와도 연관
     
    이러한 과도한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평소 노쇼 사태, 의료쇼핑의 문제를 주의 깊게 본 모 대학병원 B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고, 의사를 접하기가 매우 쉽기 때문에 1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3차 병원으로 과하게 몰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디에 있는 의사가 유명하다는 소문으로 의사를 찾고,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진료 받기가 상당히 쉽다"고 설명했다.
     
    이 의사, 저 의사 다 만나보고 의사와 병원을 쇼핑하면서 의원이나 2차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도 되는 질병이나 질환까지도 3차 병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B교수는 "의료쇼핑으로 인해 환자들은 몇 군데 병원에서 같은 검사와 진료를 받으며 건강보험재정을 낭비하고 있으며, 의사들의 경우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꼴"이라면서 "결국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국민 의식 개선, 법 개정 등 해결방안 모색
     
    그렇다면 의료쇼핑을 동반한 노쇼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의료를 이용하는데 있어 국민들의 의식개선과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B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현재 이러한 체계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단순한 질환이나 수술의 경우 1차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정하거나 보험 적용에 제재를 가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만 하지만 국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노쇼 환자들로 인해 수술취소를 많이 경험해본 모 대학병원 신경외과 C교수는 대안으로 '예약 선입금제'를 도입하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교수는 "이전에 항공권을 구입할 때 노쇼 현상이 너무 심하게 발생하자 결국에는 선결제를 하게 됐다"면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은 것처럼 의료계에서도 논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약 선입금제'는 현재 후불제인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와 상반되는 것으로, 실제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보험체계를 바꾸고 국민의 동의를 얻는 등 여러 난관이 있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따라서 노쇼 및 의료쇼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 의식 개선과 함께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