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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보 보장법' 반대 궐기대회까지 불사한 한의협…"환자 건강권 침해" vs "과잉진료 방지"

    경상환자 8주 초과 진료받으려면, 보험사에 자료 제출…민간 보험사 부담 줄이기냐 보험재정 누수 방지냐

    기사입력시간 2025-07-11 17:12
    최종업데이트 2025-07-11 17:12

    지난 10일 대한한의사협회가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한의사협회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며 국토교통부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의협은 교통사고 경상환자가 8주 초과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직접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국민 건강권과 진료권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 진료 장기화와 과잉진료 방지를 위해 마련된 심사기준으로 합당하다는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의협 중앙회와 시도시부가 지난 10일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300여명의 회원과 함께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악 철폐를 위한 중부권역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임원들은 삭발 투쟁을 강행했다.

    앞서 윤성찬 한의협 회장이 국토부 앞에서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친 것에 이어 대규모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가 된 국토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국토부가 지난 6월 20일 입법예고한 것으로,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 교통사고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 개시 후 7주 이내에 상해의 정도 및 치료 경과에 관한 자료를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이미 성명서를 통해 그간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따라, 의료기관과 전문심사기관(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역할을 분담해 관리해오던 의료적 판단 체계가 파괴되고,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권한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의협은 "자보 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보험사는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고, 환자는 치료를 포기하거나 자동차보험이 아닌 건강보험을 통해 치료받도록 유도되는 현실이 초래된다"며 "이러한 제도 개악은 자동차보험의 본래 목적을 훼손하고, 공공보험인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떠넘기는 전형적인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궐기대회에서도 서만선 한의협 상근부회장은 "정부가 보험사의 눈치만 보며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우리 3만 한의사들은 이 부당한 입법을 절대 좌시하지 않고 교통사고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국토부를 규탄했다.

    정유옹 한의협 수석부회장도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보험사의 비용절감을 대변하며 치료 중인 환자에게 자료 제출을 강요하고, 치료 연장 여부를 보험사 셀프심사에 맡기겠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인가"라며 "만일 국토교통부의 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결국 자동차보험으로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재정 부담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의협은 국토부의 자보 보장법 개정안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전가하는 비상식적인 조치라고 주장하며, 개정안 철회 시까지 총력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의협의 투쟁 분위기가 해당 개정안의 의도와 목적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자동차보험 진료의 장기화·과잉진료를 방지하고, 의료 남용으로 인한 보험재정 누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조치"라고 설명하며, 경상환자 과잉진료를 막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8주를 초과하는 진료 여부 결정 대상은 교통사고 경상환자인 12~14등급이므로 대다수 단기간 내 치료가 끝날 수 있기에, 국토부의 개정안이 민간 보험사의 비용 절감이 아닌, 궁극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의 과도한 부담 전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의협은 '보험사의 셀프심사'로 규정하며 국민 건강권을 침해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불명확한 진료기준과 고무줄 같은 치료기간 속에서 보험 청구를 반복해온 일부 한방의료기관의 관행이 문제의 본질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의협은 무분별한 장기치료,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추나요법, 과도한 약침과 물리치료 등의 남용 사례가 번번히 지적돼왔다.

    해당 관계자는 "한의협이 자보 보장법을 무조건 반대하면서 놓친 것은, 정작 국민이 바라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관리와 객관성 확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과잉진료는 국민에게도 해로운 만큼, 해당 개정안이 탄생하게 된 원인을 스스로 해소하는 자정 방안을 내놓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