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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 외상센터 파견, 싼 값에 필수의료 땜질하려는 것"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18-08-03 13:00
    최종업데이트 2018-08-03 14:16

    #7화. 전공의 외상센터 파견 

    지난해 외상센터의 현실이 북한 귀순병사 사건을 계기로 전국민들에게 알려졌다. 국민들은 외상센터의 열악한 실상에 공감했고 이는 단기간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달성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에 외상센터 정상화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외상센터의 가장 큰 문제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진들의 업무 과다에 있다. 인건비 지원 등을 통한 추가 인력 확보가 매우 시급한 상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최근 ‘외과계 전공의 외상센터 파견’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3·4년차 전공의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외상센터에 파견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대책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값 싸고 쉽게 뽑아 쓸 수 있는 전공의로 ‘땜질’하려는 속셈이다. 이는 외과계 전공의들의 현황과 실상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미봉책에 불과하다. 

    2018년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중 정형외과를 제외한 모든 외과계 진료과가 미달을 기록했다. 외과계 전공의들은 가뜩이나 많은 업무량에 인원 부족까지 이어져  수년째 상상을 초월하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대한민국 필수 의료를 책임지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 나가는 외과계 전공의들에게 '외상센터 추가 근무'라는 짐을 더 얹어줬다.

    이국종 교수의 열풍에도 2018년 아주대병원 외과 전공의 지원자는 0명이었다. 전국 외과 수련병원 67곳 중 전공의가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곳이 17곳이었다. 전공의 배정을 늘려도 외과계 전공의 지원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실상은 전공의로 필수의료 공백을 '땜질'하려는 복지부의 방식마저 여의치 않은 상태다.  

    큰 물고기의 씨가 마르고 치어만 몇 마리 겨우 잡히는 호수에서 치어마저 잡아 먹으려 하고 있다. 치어가 무사히 큰 물고기로 무럭무럭 자라나서 또 다른 새끼들을 낳는 '건강한 생태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