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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봇 등 혁신 의료기술 건강보험 등재 걸림돌 해법은…선진입 후평가제도 활성화"

    이상수 의료기기협회 보험위원장 "기업들에는 임상 근거 창출, 정부는 장기적으로 지불제도 개편 모색"

    기사입력시간 2021-05-17 08:36
    최종업데이트 2021-05-17 09:00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상수 보험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혁신 의료기술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고 있지만, 적정한 수가로 조기에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의료기기 산업계는 선진입 후평가 제도를 활성화하는 대신 기업들에 임상 근거를 창출할 것을 주문했다. 장기적으로 정부가 지불제도 개편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의료기술을 인정하는 제도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이상수 보험위원장(메드트로닉코리아 대표이사)는 15일 의료기기산업 출입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최근 인공지능(AI), 로봇 등 혁신기술이 태동하면서 이에 따른 시장 진입에 관심이 많은 상태"라며 "의료기기 산업계는 혁신적이고 우수한 품질의 의료기기가 적정 가격에 보험급여로 등재되고, 이를 통해 환자의 삶을 살리고 개선하는데 기여하는 것을 미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혁신 의료기술, 조기에 적정가격으로 시장 진입 필요  

    의료기기는 절차상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다음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비급여 또는 급여 등재 과정을 별도로 거쳐야 한다.

    이 위원장은 "의료기기 산업계는 식약처를 통해 허가된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라며 “또한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업계가 바라보는 적정 가격이 결정되지 않고 사용분에 대한 삭감 이슈로 궁여지책으로 비급여에 기대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따른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 이후 약 15년이 지났음에도 같은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인허가와 동시에 보험 등재 절차가 이뤄져야 하는데도 별도 과정으로 진행되다 보니, 신의료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신의료기술의 조기 도입을 위해 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선진입 후평가 제도 등이 도출됐지만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라며 “가치평가제도에서 비교임상자료 등 근거자료 요건과 별도산정불가 제품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앞으로도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헬스케어의 가장 큰 특징이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서 의료전문가와 업계, 정부가 보는 시각 등이 정말 다 다른데 있다”라며 “업계 입장에서 식약처 허가기준의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인허가 제도가 아닐까 한다. 의료기기 다양성을 토대로 일반화시키긴 어렵지만 식약처 기준은 유럽 CE인증보다 까다롭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는 수월한 편이다. 우리나라 기술이 유럽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자국에서부터 막힌다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 답답한 요소”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신의료기술평가는 근거 창출과 보험급여가 다르지 않다. 그래서 선진입 후평가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체외진단기기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최소한 안전성을 확보한 다음 유효성의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들에게는 그만큼 제도 완화에 따른 근거 창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R&D는 근거창출을 위한 것인데 신의료기술평가가 실패하는 이유를 보면 기술적합성이 아니라 기술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근거가 없으면 좋지 않은 기술로 분류되는데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근거를 창출해내야 한다. 그래야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장은 “치과기기, 초음파, 레이저, 피부미용 등의 영역에서 국내 기업의 강점이 있다”라며 “혁신 의료기술이 끊임없는 발전되고 있는 만큼 산업계와 기업 자체의 노력, 그리고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 무조건 포괄수가제 아닌 지불제도 개편 고려부터

    한국과 일본의 건강보험 정책을 깊이 연구하고 있는 그는 보험제도의 문제점은 나라마다 다르다고 단언했다. 이 위원장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국내의 가격적인 부분(수가)으로 일단 급여화에서 진입가격은 낮고 전반적으로도 가격이 낮게 책정돼있다”라며 “가치기반의 가격 정책을 가져갈 수 있다고 보고, 시장에서 매커니즘을 보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기술이 다른 나라에는 없다는 것은 근거를 바탕으로 기술이 사장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AI, 로봇 등 제조업체의 역량을 통해 해외 시장을 위한 접근성 정책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혁신 기술이 보다 기회가 되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지불제도에서 행위별수가제에서부터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보험 양립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논의 자체가 힘든 구조를 안고 있다.  

    이 위원장은 “다수의 국가가 의료기술평가제도로 포괄수가제(DRG)를 운영하고 있고 보험체계에서 지불보상제도에 대한 고민이 많다”라며 “호주의 경우는 공보험과 민간보험이 양립하고 있다. 공보험은 DRG를 운영하면서도 사보험은 신의료기술을 폭 넓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제조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고 기업 역시 개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의료기기산업협회가 할수 있는 것은 일종의 플랫폼 역할이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의료기기는 제약과 유사하지 않게 흘러가고, 근거 창출도 다른 방향으로 간다"라며 "업계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의료기기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치기반의료 지불제도로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그는 "가치기반의료 제도로 가야 한다는 원칙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실제로 미국은 이 제도를 잘 가고 있고 성과가 난 것도 있다. 다만 시장 입장에서 어떻게 제도를 설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다 다르다”라며 “우리나라는 만성질환이 관리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고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장기적인 지불제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미국은 기본적으로 의료비에 지출이 많고 민간 투자를 허용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라며 “미국의 경우 민간 투자를 열어두는 대신 리베이트나 불법적인 관행에 따른 그레이존을 다 차단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는 그렇게까지 가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방향성은 분명히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위원회를 통한 해외 진출 기회 모색과 의료기기 산업 주도   

    그는 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에서 15년 이상 활동을 해왔다. 그는 한국 외에도 2019년부터 일본을 총괄하면서 보건정책, 대관, 경제성평가 등의 업무를 두루 맡고 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다수의 의료기술이 해외에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라며 “정부나 여러 가지 의료기기 산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다른 나라의 의료기기 산업 단체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기술의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보험위원회 활동을 통해 차세대 리더들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의가 있고 명망있는 전문가들을 보험위원회에 끌어들이고 이들이 의료기기 산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계, 유럽계 외에 아시아 태평양 회사들에도 문호를 개방하고자 한다. 매달 한번씩 웨비나를 통해서 세계 동향이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데 여기서 정보의 폭을 넓히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두루 경청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협회는 이해단체이기 때문에 최적의 공통분모를 뽑아내고자 한다. 그래서 의료기기 산업의 파이를 키우고자 한다”라며 “아시아 지역에선 일본, 중국 위주였지만 한국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협회도 웹사이트에도 보험위원회 활동을 영문화해서 의료기기산업의 비전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