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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 등 34개 수련병원 전공의들 "코로나19 전공의 동원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일 뿐"

    "수련 도외시한 전문의 시험 면제 반대...국민들은 정당한 절차 거친 검증된 전문의 진료 원해"

    기사입력시간 2020-12-14 20:52
    최종업데이트 2020-12-14 22:4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공의를 동원해 코로나19 전선에 투입하더라도 총 의료인의 수에는 변화가 없다. 현재 각 전공의들은 소속 수련병원의 방침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의료 행위에 종사중인 상황이다. 의료진의 총 수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전공의 동원은 단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같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서전협) 등 전국 34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14일 "정부의 독단적이고 무책임한 전문의 시험 면제 방침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전협이 먼저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나머지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동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일선 병원의 고연차 전공의를 동원해 코로나19 전선에 투입하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방안에 참여하는 전공의에게는 전문의 자격 시험 면제를 '혜택' 으로 내걸었다”라며 “젊은 의사들은 시험을 치루지 않게 해주는 것을 마치 큰 수혜인 양 '당근'으로 내미는 정부의 비상식적인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전공의는 의학 수련과 환자 진료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신분의 특수성이 있다”라며 “정부는 전문의 시험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전공의의 책무 중 한 가지인 '수련' 을 도외시한 발언과 다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공공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에서 전공의를 동원한다는 것은 인력 운용에 대한 인건비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소속 병원의 인사권과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은“ 준비돼있는 예비의료인 활용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각 병원의 의료행위와 전공의의 존재 목적을 방해하려 하는 행정편의주의에 유감을 표한다”라며 “특히 전문의 시험 면제를 내건 정부의 행위는 의학이라는 분과 학문을 우습게 여기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우리는 제대로 된 과정에서 수련받고 공부한 올바른 전문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정부의 의도에 맞춰 타협하고 거래하기 위해 환자와 국민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검증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저버릴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전문] 성명서

    정부가 일선 병원의 고년차 전공의를 동원해 코로나19 전선에 투입하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방안에 참여하는 전공의에게는 전문의 자격 시험 면제를 '혜택' 으로 내걸었다. 우리 젊은 의사들은 '시험을 치르지 않게 해주는 것'을 마치 큰 수혜인 양 '당근'으로 내미는 비상식적인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급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코로나 확진 인구가 1000명이 넘어가는 국가 위기 상황의 심각성은 일선 현장에서 밤새워 고군분투 중인 전공의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처절하게 느끼고 있다. 이에 방역을 총괄하는 정부당국의 충분한 의료진 확보를 원하는 심정도 그 누구보다 이해가 간다. 

    다만, 해당 방안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전공의를 동원해 코로나 전선에 투입하더라도 총 의료인의 수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각 전공의들은 소속 수련 병원의 방침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의료 행위에 종사 중인 상황이다. 의료진의 총 수가 늘지 않고, 기존에 예정된 인원이 배출되지 않을 현 상황에서 전공의 동원은 단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같다는 것이 우리의 지적이다. 

    또한 전공의 신분의 특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전공의는 의학 수련과 환자 진료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의 시험 면제 '혜택'을 주겠다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전공의의 책무 중 한 가지인 '수련' 을 도외시한 발언과 다름이 없다. 특히 공공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에서 전공의를 동원한다는 것은 인력 운용에 대한 인건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소속 병원의 인사권과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외 일선 병원 전공의들은 각 병원의 의료행위와 전공의의 존재 목적을 해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유감을 표한다. 특히 전문의 시험 면제를 내건 정부의 행위는 의학이라는 분과학문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또 이는 미래 의료의 질을 담보로 한 행동이란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우리는 제대로 된 과정에서 수련을 받고 공부한 올바른 전문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정부의 의도에 맞춰 타협하고 거래하기 위해 환자와 국민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검증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저버릴 수는 없다. 정부의 의도대로 전공의 동원이 이뤄지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전문의 시험 면제를 운운하는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정착된 정당한 노력으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전문가 양성 과정조차 목적 앞에 굴종하는 셈이 된다. 

    우리 전공의들은 정부의 이번 전공의 동원 대책 움직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 대신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를 재차 촉구한다.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외 34개 병원 전공의 대표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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