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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로에 시달리는 의료진들…잃고 나서 그리워 말고 있을 때 잘하자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19-02-16 08:07
    최종업데이트 2019-02-16 08:08

    #35화. 故 윤한덕 센터장의 과로사 
     
    지난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됐던 석해균 선장의 총상을 치료한 이국종 교수가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그의 중증 외상 분야에서의 영웅적인 활약과 더불어 그의 건강 상태, 일상 생활 또한 화제였다. 그는 1년에 집에 겨우 4번 가고, 병원의 간이 침대에서 상시 대기 상태로 쪽잠을 청한다고 했다. 오른쪽 어깨와 왼쪽 무릎은 부러졌으며 왼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라고 했다. 그런 어렵고 고된 그의 헌신적인 삶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19년 설 연휴, 모든 국민이 긴 연휴에 맞춰 가족을 만나고 여행을 가던 연휴 마지막 날에 국립중앙의료원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자신의 의자에서 과로 끝에 숨을 거뒀다.
     
    그가 사망하자 그의 장례식장에는 많은 고위 정치인들이 방문해 애도를 표했다. 그를 국가유공자로 추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는 보통 매주 일요일 저녁 7시에야 겨우 집에 들어가 한 달에 고작 몇 번 자신의 자녀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식사 도중 쓰러져 잠들기도 했다는 가족들의 안타까운 얘기들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과로를 감당하지 못해 수차례 사직을 원했으나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계속 근무를 이어왔다.
     
    왜 우리는 그가 살아 있을 때 그를 도와주지 못했나. 왜 우리는 그를 잃고 나서야 그를 그리워 하는 걸까.
     
    그동안 시스템적인 문제로 과로에 시달리는 의료진들에 대해 수차례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들이 제기됐으나 우리 사회는 이를 묵살해 왔다.
     
    윤한덕 센터장과 이국종 교수의 집무실의 간이 침대를 보고 사람들과 언론은 ‘뭉클’하다고 표현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 상황을 보고 분노를 해야 한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왜 그런 대접을 받고 있는지 분노하고, 그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윤한덕 센터장이 숨진 자리에는 누군가가 들어가 같은 일을 해야 한다. 선임자가 과로로 쓰러진, 공익을 위해 희생을 담보하는 자리에 선뜻 지원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2년 전 이국종 교수가 전국적으로 영웅 대접을 받던 해에 아주대병원 외과 전공의 지원자는 0명이었다.
     
    이국종 교수, 윤한덕 센터장과 같은 의료진 뿐만 아니라 이 사회에는 각 분야에서 드러나지 않고 이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헌신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있을 때 잘 하자. 그리고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부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