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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16개 시도의사회 "의원급 의료기관 현실에 맞지 않는 질본의 신종코로나 관리지침 규탄"

"감염관리자 별도 지정하고 환자 사이 1m 유지하라니"..."무엇보다 협의 없이 상명하달식 발표"

기사입력시간 20-02-12 17:47
최종업데이트 20-02-1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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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의사협회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의원급 의료기관용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예방, 관리지침의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이 문제 삼는 지침의 내용은 인력이 부족한데 감염관리자를 별도로 지정하라고 한다는 데 있다. 대기공간이 부족한데 환자 사이 거리를 최소 1m 이상 유지해야 한다거나, 신고대상 환자가 확인되면 별도의 동선으로 이동하도록 한 것도 문제로 삼았다. 의협은 무엇보다 당사자인 의원급 의료기관들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현실에 맞지 않게 일방적으로 상명하달하듯 지침을 배포한 데 대해 규탄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감염관리자를 지정해 감염예방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대부분 의사 한명을 포함한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감염관리자를 별도로 지정해 대책을 수립하고 행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지침은 환자의 대기구역이 과밀하지 않도록 하고 대기 환자의 배치를 관리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 대기구역은 접수대와 인접해 있고 매우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 사이의 거리를 최소 1m 이상 유지하라는 지침의 내용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신고대상에 부합하는 환자가 확인되면 환자를 독립 공간으로 이동시키면서 다른 환자 및 방문객들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동선으로 이동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공간이 협소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것이 가능하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침의 내용이 이처럼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적용이 어려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지침이 마련되고 발표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이 지침은 질병관리본부가 감염관련학회들과 함께 마련했다고 한다. 물론 전문학회의 의견과 안은 존중돼야 한다”라며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지침의 영향을 받게 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 지침을 실제 지킬 수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떠한 장비나 준비가 필요하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를 미리 고민하지 않고 현장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지침을 발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지침 마련 이유는 무엇보다 신종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말 감염병 확산을 막자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 지침을 발표했으니 그것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하는 감염병 확산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에게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가 매우 의문스럽다”라고 밝혔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이런 의구심은 단지 의료계의 피해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정부는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 확산의 책임을 삼성서울병원에 묻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이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삼성서울병원에게 물을 수 없다며 오히려 병원의 메르스 차단을 위한 노력 등을 인정했음에도 복지부가 해당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다”고 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현장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차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실과 맞지 않는 사례정의에 따른 혼란을 감수하면서 마스크, 손소독제 등과 같은 기본적인 위생용품조차도 오직 개별 의료기관의 힘으로 어렵게 조달하면서 버텨나가고 있다”라며 “ 확진자 발생으로 진료가 중단되면서 피해를 입는 의료기관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보상이나 지원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각자도생(各自圖生),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일방적인 지침 발표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나마 갖고 있던 정부에 대한 작은 기대마저도 저버리게 만든다”고 했다.

의협과 시도의사회는 “정부는 더 이상 의료계의 협조와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라. 전폭적인 지원이 어려우면 최소한 먼저 양해를 구하고 존중의 태도라도 갖추는 게 우선이다. 민간의료기관은 정부가 상명하달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비현실적인 지침을 철회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전제로 실현가능한 지침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