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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 두고 ‘동상이몽’

    2019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편입학 비율 확대

    간호계, “인력 증원보다는 간호사 근본적 처우 개선이 우선”

    기사입력시간 2018-10-21 11:09
    최종업데이트 2018-10-21 11:09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은 의료계에 자리한 고질적 문제다. 특히 간호사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는 근본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공회전을 거듭해왔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간호사 인력 불균형 문제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교육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 의결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의 배경과 해결책에 대해 짚어봤다.

    교육부, “간호 인력 부족 문제 해결 위해 한시적으로 편입학 비율 확대”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간호학과의 학사 편입학 학생을 30%까지 확대하고 4년 과정으로 운영하는 전문대학의 간호학과에서도 편입학이 가능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 의결했다.
     
    인구 고령화와 의료 환경 변화에 따라 간호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심화되는 간호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주요 개정 내용은 오는 2019학년도부터 2023학년도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4년제 간호학과의 3학년 편입학 비율을 기존 입학정원의 100분의 10에서 100분의 30까지 정원 외로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대학 졸업자의 3학년 학사편입학 대상에 전문대학의 4년 과정 학과를 포함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4년제 간호학과의 3학년 편입학 비율을 10%에서 30%로 늘린 다음에 다시 10%로 돌아가는 것이다”라며 “5년 후에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다시 해볼 생각이다”라고 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도 지난 3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간호사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를 확충하고 나아가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목표다.
     
    보건복지부의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에도 간호인력 확충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간호대학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되 간호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소재한 기존 대학을 우선 고려해 정원 배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취약지 내 의료기관의 간호 인력 채용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간호사 인건비 지원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간호계, “간호대 정원 증원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간호계는 정부가 내놓은 간호사 인력 대책 중 대학정원 증원에 대한 부분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간호대 입학 정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지만 간호사 인력난 문제는 여전히 심화되고 있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처사라는 것이다.
     
    서울 소재 A 대학병원 간호사는 “간호사들이 왜 일찍 일자리를 그만두겠나. 직업 특성상 야간교대근무 등을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한 명당 담당하는 환자 수도 많다. 업무 환경에서 오는 압박감이 크기 때문에 금방 소진된다”라며 “간호대 정원이 10년 사이 크게 늘어났는데 근본적 해결 없이 인원을 늘리면 간호사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B 간호대학 교수도 “간호사들이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있다”라며 “처우 개선이 전제되지 않은 정원 확대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자료를 통해 간호사의 경우 2030년 15만8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30년 총 면허등록 인원 35만9000명의 44.1%에 달하는 규모로 수급 불균형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간호계는 간호사 부족을 전망하는 통계가 제시될 때마다 간호사 인력난이 ‘간호사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활동 간호사 부족’에 기인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진: 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 통권 제265호 특집 –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본 간호사 수급전망’

    대한간호협회의 ‘대한간호 통권 제265호 특집 –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본 간호사 수급전망’에 따르면 간호대학 입학정원은 2011년 1만5389명에서 2016년 1만8827명으로 3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협은 “정부는 지방중소병원 간호사 부족을 이유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을 중심으로 간호교육기관과 간호대학 정원을 크게 늘려왔다”라며 “하지만 충청북도, 강원도, 전라남도, 제주특별자치도 등에서의 간호사 부족 현상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간호대학 신설, 정원 증원으로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최근 발표된 정부의 간호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에 대한 대안을 두고 ‘간호사인력 증원보다는 간호사의 근본적인 처우 개선과 근무 환경 변화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 청원도 진행 중이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이 시작된 지난 8일 이후 현재(10월 16일 오후 10시)까지 167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는 단지 간호사 배출을 계속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간호사, 그리고 간호대학생들이 임상에서 직접 보고 느낀 우리나라 간호사 인력 부족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너무나 열악한 간호사의 근무환경과 처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원영 간호사는 “간호사 수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임상에 남아있겠다는 간호사가 부족한 것이다”라며 “간호사들이 어떤 이유로 임상을 떠날 수 밖에 없는지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수만 늘리겠다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크게 도움이 안될 수도 있고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지만 이번 대책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라며 “목마른데 소금물을 마시는 꼴과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