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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취록 공개까지는 좀...적자 자체가 문제"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두고 의료계 엇갈린 여론

    "오죽 답답했으면 녹취록을 공개했겠나…해묵은 외상센터 문제 해결 나서야"

    기사입력시간 2020-01-19 12:29
    최종업데이트 2020-01-19 20:41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막말 파문으로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과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 간 갈등이 표면화된 가운데,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는 사안의 본질적 문제를 보지 못한 채 지나치게 개인간의 갈등으로만 비춰지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양측을 각각 옹호하는 발언까지 다양한 주장을 제기했다. 반면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다양한 억측과 추측성 여론이 양산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개인에 대한 일방적 비난 삼가하고 본질 바라봐야"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서 대다수 의료계 인사들이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은 '일방적 마녀사냥'을 지양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앞서 아주대의료원 교수회는 이번 문제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해석하고 의료원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수회 견해와 달리 의료원장과 이국종 센터장 개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보다는 수면 위로 떠오른 권역외상센터 문제의 근본적 문제를 봐라봐야 한다는 게 다수 의료인들의 견해다.  

    현재 국내 권역외상센터는 환자를 보면 볼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8년 아주대병원·부산대병원·울산대병원 등 3곳의 권역외상센터를 대상으로 ‘손익현황 분석 연구’를 진행한 결과, 외상환자 1인당 평균 145만 원의 손해를 보고 있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연간 20%가까운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국고보조금이 반영되더라도 10.7% 적자를 기록했다.

    복지부가 80억원 가량의 보조금과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환자를 많이 볼수록 적자인 상황에서 의료원장과 권역외상센터장의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 때문에 개인에 대한 비판보다는 선순환적 구조로 갈 수 있는 정책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개인간의 갈등, 갑과 을의 프레임으로만 쟁점화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병원 경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갈등을 지나치게 막말로만 점철시켜 다수 국민들의 비난의 화살이 한 개인에게만 집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의사회 관계자 B씨도 "시스템이 엉망인 상황에서 의사들의 열정과 희생으로 구멍을 메꿔가고 있는 실상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개로 이국종 센터장의 녹취록 공개는 과한 처사였다는 견해도 나온다.

    지방에서 개원 중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C씨는 "녹취록을 공개함으로써 공론화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사태가 마녀사냥 식의 제로섬 게임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발전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런 문제가 거듭 수면 위로 올라올 수록 타 의사들은 환자들을 생각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만 추구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이국종 센터장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도 어쩔 수 없었다" 여론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발끈'

    특히 이번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계기는 아주대 현직 교수들이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병원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병원 측에 면죄부를 주는 발언을 통해 이국종 센터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아주대병원 신모 교수는 SNS를 통해 "내년으로 예정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심사를 위해 중증환자 비율을 맞추려다보니 병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모 교수도 "(이번 사건은) 지난해 10~11월 간호간병서비스병동을 새로 만들면서 두개 병동을 폐쇄하다 보니 병실 부족현상으로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일부 언론에서는 권역외상센터 경증 환자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보도하며 해당 발언들에 힘을 싣기도 했다. 2018년 기준 전국 13개 권역외상센터에 입원한 환자 3만3275명 중 46.7%가 경증 외상 환자였다는 논리다.

    반면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왜곡된 정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국종 센터장과 함께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정경원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과장은 "상급종합병원 평가가 영향이 없진 않지만 본질은 아니다"라며 "이 문제는 복지부와 꾸준히 상의해 왔던 문제고 평가 대상에서 중증외상센터 환자를 빼는 등 해결 방안도 논의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증환자 비율에 대해서는 "국제 외상 평가기준인 손상중증점수(ISS)를 기준으로 우리 센터는 15점 이상(중증분류)인 환자가 40% 이상이고 9점 이상으로 치면 70%가 넘는다(9점 미만은 경증)"며 "미국 어느 병원보다 중증환자가 많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과장은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 경증환자인데 중증으로 알고 오는 환자(over triage)는 최대 35%까지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히려 이 기준을 너무 낮춰버리면 중증임에도 불구하고 경증으로 분류되는 환자(under triage)가 늘어나 제대로 된 치료가 어렵다. 중증으로 알고 오는 경증환자 비율은 오히려 30% 정도 있는게 안전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가 보조금 등 다양한 도움으로 적자인 상태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전혀 없고 오죽 답답했으면 녹취록을 공개했겠느냐. 병원 주요 보직자들이 물러나고 새 판을 짜는 것이 아니라면 아주대병원은 외상센터를 반납해야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