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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구하려다 억대 소송 휘말린 의사들…"슈퍼맨이 돌아가셨다"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2018-08-31 13:00
    최종업데이트 2018-11-05 10:20

    #11화. 사라지는 의사 슈퍼맨들 

    ‘슈퍼맨’은 영화에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준다. 그는 많은 사람들을 구해도 어떤 대가를 바라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슈퍼맨이 아무리 초능력을 발휘해도 어쩔 수 없이 구조에 실패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관객들이 슈퍼맨을 비난하거나, 슈퍼맨이 처벌받지 않는다. 그기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사람을 구하려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달랐다.

    지난 5월 경기도의 한 한의원에서 30대 여성 환자가 봉침을 맞다가 쇼크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한의사는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던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긴급히 도움을 청했고 가정의학과 의사는 환자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 들었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환자는 사망했다. 

    그리고 유족 측은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9억원 대의 민사소송을 걸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나 유족 측이 특이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예전부터 반복돼왔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한 내과 의원에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던 환자가 검사 도중 갑자기 호흡곤란에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근처에서 근무하던 신경외과 의사는 도움을 요청받고 환자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환자는 안타깝게 사망했고 신경외과 의사는 이번 가정의학과 의사처럼 거액의 소송에 휘말렸다. 재판부는 신경외과 의사에게도 일부 과실을 인정해 손해배상 판결을 선고했다.

    만일 신경외과 의사가 패소하지 않았더라도 수년간 지루하게 이어지는 소송에 따른 물적, 심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소송에 시달리는 동안 쓸데없는 치기로 괜히 나섰다는 자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이런 일들을 겪은 ‘슈퍼맨과 그의 동료들’이 다시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또 다시 현장에 뛰어들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의사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누구나 주변 사람을 구해내는 '슈퍼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사회의 슈퍼맨들을 스스로 제거해나가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