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When the virus changes its method of attack, we must change our method of defense."-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
영국에서 코로나19(COVID-19)의 돌연변이 종인 B.1.1.7의 유전자가 발견되고 런던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강력한 봉쇄조치를 12월 19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시작하며 영국의 총리가 한 말이다. 적이 새롭게 변화해 공격을 해올 때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상의 방어는 새로운 방법의 방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K-방역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지난해 5월 1일 코로나19의 D614G 변이 이후에도 거리두기와 마스크 이외에 젊은 무증상 감염자에 대한 새로운 대처가 없는 것이 아쉬웠다. 겨울에 다시 3번째 공격이 온다는 것을 뻔히 알고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한 더 큰 그림의 방어는 K-치료제 개발이 아니라 백신임에도 구입 지연 문제도 그렇지만 넘어가자.
방어의 첫 무기를 만들어낸 바이오엔텍(BioNTech)의 CEO 우구르 자힌(Ugur Sahin) 박사와 그의 아내 외즐렘 튀레지(Ozlem Tureci) 박사가 'Financial Time’s People of the Year for 2020'로 지명됐다. FT와의 인터뷰가 엄청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항원 소변이(antigenic drift)를 발생시킨 변종 바이러스가 나와 기존 백신들을 무력하게 하더라도 바이오엔텍은 새로운 영국의 변종 바이러스를 커버할 수 있는 mRNA 백신을 6주 안에 다시 생산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mRNA 백신은 정말 혁신적인 기술인 것 같다. 바이러스 게놈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로 백신을 디자인하고 백신을 프린트로 인쇄하듯 생산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앞으로 바이러스와의 경쟁에서 인류가 처음으로 바이러스의 공격을 최소화해 방어할 듯 보인다.
지금까지 가장 면밀하게 추적된 코로나19 유전정보는 평균 한달에 한 두개 시퀀스가 바뀌었다. 그러나 변이의 속도가 늘어난 것 같기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속도로 또 다른 변이종을 발생시킬 것이 우려된다. 영국에서 코로나19의 돌연변이 종인 B.1.1.7의 유전자는 14개의 아미노산과 3군데 결실(deletion)으로 바뀐 코로나19 변종이 나타난 것이다. 그 변이 중 8개가 우리 몸에 붙는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 S-P) 부분이다. B.1.1.7의 이 S-P 부분 변이 가운데 3 군데가 특별하다.
첫째, N501Y는 우리 몸의 자물쇠인 ACE2와 직접 결합하는 부분이라 이 변이는 더 밀접하게 ACE2에 붙어 몸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에 염려된다. 둘째, P681H다.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세포로 침투하기위해 S-P이 잘리는 부위에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69-70del'인데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두 아미노산이 삭제돼 빠져나간 것이다. S-P의 69번, 70번 아미노산 '결실'은 덴마크 밍크를 감염시킨 Y453F 돌연변이에서도 발견됐다. 이런 유전자 결실은 PCR 진단에서 확률은 낮지만 혹시 어떤 진단키트는 양성으로 작용 안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변이의 출현은 면역이 저하돼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혈장치료제로 막아보지만 감염이 지속되는 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면역이 저하된 환자들은 이러한 바이러스 변종들이 발생하는 근원지가 되고 이 변종들은 면역을 피하는 방법을 획득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
2003년 사스(SARS) 바람이 불 때 전 세계 감염자는 8000명에 그쳤고 팬데믹으로 가지 않았다. 코로나19에는 사스와 다른 무엇이 존재하기에 펜데믹으로 난리인가. 바로 4개의 아미노산 PRRA 삽입(insertion)이다. 그 위치는 S-P의 두 하부 구조(subunit) S1과 S2 사이를 잘라주는 퓨린(furin-like protease)효소 절단 부위 바로 앞에 삽입됐다. 전염성이 강한 HIV나 에볼라(Ebola)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방식은 바로 사람의 퓨린 효소를 이용해 자해(自害)를 만들어 활성상태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 삽입부 P618H 돌연변이는 퓨린 절단이 잘 일어나도록 도와줄 가능성이 높다. 전염성을 강하게 하는 바이러스 자해 사이트가 지역사회 감염을 더 빠르게 하도록 다시 바뀐 것이 영국산 변이의 둘째 특성이다. 왜 이 변이가 어린아이들에게서 빠르게 전파되는가? 영국에서 바이러스 변종이 확산되는 시기에 도시 봉쇄조치가 있는 상태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향을 틀어 남반부로 가자.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501Y.V2, B.1.351)는 지난 5월 이후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GH그룹에 속한다. GR그룹에 속한 영국 변이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남아공 변이는 S-P 변이인 N501Y를 포함해 RBD 도메인에 7개의 변이 사이트(D80A, D215G, K417N, E484K and A701V)가 관찰이 된다. 변이는 수용체결합영역의 N501Y 이외에 K417N, E484K가 존재한다. E484K가 특별한 것은 음성 아미노산이 양성으로 확 바뀌었기에 RBD 도메인의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B.1.1.7와 B.1.351변종을 찾아낸 것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돌연변이를 감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은 1등 바이러스 게놈 감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영국에 이어 놀랍게도 남아공,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다. 한국과 미국이 변종 모니터링에 뒤쳐지는 것이 안타깝다.
일반인들이 갖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영국형이나 남아프리카형 변종이 더 심각한 치사율을 유발하거나 지금 우리가 맞으려고 하는 백신 접종이 무용지물은 아닌지에 대한 것이다. 바이오엔텍의 CEO인 우구르 자힌 박사는 mRNA백신이 발현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고 있는 1270개의 아미노산 중 영국형 변종은 단지 9개만(남아프리카형 변은 7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힌 박사는 백신에 의해 유도되는 면역 반응이 이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을 인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확인하는 실험은 이미 진행중이고 2021년에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난 8일 결과가 발표됐다. 예측한대로 백신은 변종도 방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바이오엔텍은 재빠르게 움직인다. 다른 백신들도 이런 결과를 보여주면 좋겠다.
이제 남은 큰 질문은 항체 치료제는 영국 변이나 남아공 변이에도 좋은 치료약이 될 수 있을까? 트럼프는 자신의 코로나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 여러 가지 약들 중에 가장 먼저 사용한 리제네론 항체 치료제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하지만 답은 놀랍게도 'No'다. 먼저 코로나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여러 항체가 섞인 혈장치료제를 영국 변이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사용했지만 듣지 않았다.
미국 공영방송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Low Demand For Antibody Drugs Against COVID-19'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 승인된 리제네론(Regeneron)과 릴리(Lilly)의 항체 치료제가 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죽어가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잘 사용되지 않는가 분석한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120만 도즈를 구입해 우선 30만 도즈를 미국 각처 병원에 배송했지만 단지 5~20%만 사용됐다. 12월 초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광고까지 집행했지만 별 반응이 없다고 한다. 항체를 주사 받으려면 증상이 나타난 지 열흘 이내가 돼야 한다. 이 조건에 적합한 환자들도 25%가 주사 맞기를 거절한다는 보고다.
왜 이렇게 항체 치료제가 구박을 받는가? 리제네론은 지난 12월 17일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입원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항체치료제 REGN-COV2의 임상1/2상 결과를 게재했다. 일반적으로 항체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곧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최소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REGN-COV2가 이미 체내에서 면역반응이 일어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된 경우 그 치료 효과가 미미한(minimal)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혈청 항체-양성인 환자들에서 치료제의 효과가 낮은 이유는 혈청 항체-양성인 환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반응이 일어나면서 이미 효과적으로 바이러스가 제거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혈청 항체-음성인 환자들에 비해 체내 바이러스 양이 더 적게 존재하여 바이러스 양의 변화가 위약 대비 작고 환자들의 병원방문 비율이 더 낮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이 지난해 2월 코로나19 회복환자의 혈액에서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확보하고 연이어 동물 모델에서의 치료 효능, 항체 고유 특성 평가 등 추가적인 검증과정을 거쳐 후보물질을 선정했다. 임상 1상을 지난해 7월 국내와 영국에서 진행해 안정성을 확인했고, 11월 글로벌 임상 2상 투약을 마쳐 올 2월에 끝난다. 글로벌 3상도 곧 시작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에서 셀트리온이 빅파마에 이어 동메달을 딴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항체치료제(CT-P59)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가 이를 허가하면 이르면 2월 초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유명 정치인은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조건부 사용 승인 신청이 내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된다"며 "조기 치료에 성공한다면 K방역의 또 하나의 쾌거"라고 말했다. 그가 다른 정치인들처럼 항체 치료제와 백신을 구별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항체의 특성 상 바이러스 치료제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지난해 2월 환자의 혈청에 존재하던 항체 후보물질이 지금 유행 중인 영국형이나 남아프리카형의 바이러스와의 단단한 결합을 유도해 약으로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STE90-C11 항체도 영국형 바이러스에는 160배나 결합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적이 새롭게 변해 공격을 해올 때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상의 방어는 새로운 방어법이 필수다. 1년 전 설계돼 제작을 완성한 방어무기로 현재의 공격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미국 정부가 항체 치료제를 각처 병원에 빠르게 배송했지만 단지 5~20%만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셀트리온도 그런 현실을 비켜가지 못할 것이다. 바이러스와 항체는 노는 물이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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