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의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자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분주(주사제 분할 투여) 삭감 내역,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의 병원 인증 등의 모든 자료 제출과 감정 계획이 이뤄진다. 이를 담당한 역학조사관, 수사관 등과 간호사들에게 일관적인 진술을 시킨 것으로 알려진 병원 경영진 등에 대한 집중심리 계획도 마련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안성준)는 1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동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신생아 4명 사망사건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이란 본격적인 공판 시작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절차를 말한다.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9시 32분~10시 53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숨졌다. 피고인의 공소장을 보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보고서와 지질영양 주사제 준비단계에서 오염의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적용됐다.
이날 피의자 7명의 의료진(조수진 교수, 박모 교수, 심모 교수, 전공의, 수간호사, 간호사 2명) 변호인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의문점이 많고 주사제 준비 과정과 사망원인으로 지목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성준 부장판사는 “사실관계나 주의의무 자체가 일부 정리되면 공소장에 대한 정리가 쉬워진다. 주사제 투여 단계와 각 피고인들의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라며 “앞으로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리하고 공판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역학조사와 부검결과, 인과관계 명확하지 않아
의료진 변호인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문제점은 국과수 감정과 질본의 역학조사에 문제가 많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변호인들은 판사에 요청해 국과수 감정과 질본의 역학조사 수행과정에서 이뤄진 모든 자료를 증거로 신청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박기환 검사는 “공소 사실관계 확인과 다른 내용이라 해당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적절하지 않다”라고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안성준 판사는 “오염 원인에 따른 인과관계는 증거조사 과정에서도 크게 다퉈질 것으로 본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문제제기가 이뤄질 수 있다”라며 “변호인이 이야기하는 것을 한 번 들어보는 것이 낫다”고 그대로 진행했다.
조수진 교수와 전공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천고 이성희 변호사는 “공소장에서 간호사들의 주의 의무 위반, 의사의 지도감독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라며 “하지만 국과수의 감정과 질본의 역학적으로 문제가 상당히 많다. 질본의 회신과 복지부의 회신은 피고인 기소 이후에 계속해서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질본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15일 지질영양제를 투여한 4명 중 1명에게서만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되고 나머지 3명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15일 지질영양제가 들어있던 주사기가 증거로 채택됐다"라며 "이 주사기에 수액선이 연결돼 외부 오염에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역학조사관은 세균에 유동성이 없고 긴 수액선을 통과한 만큼 균이 주사기까지 갈수 없다며 증거로 채택했다. 이는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무균 환경인 약제실에서 16일 제조된 TPN(정맥영양)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 주사제 준비과정에서 오염이라는 질본 역학조사 개연성에 오류가 있다. 정작 16일 TPN은 증거자료에서 배제됐다”고 했다.
그는 “수액 연결 부위를 말하는 쓰리웨이 등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 쓰리웨이 등의 수액세트 자체의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액세트와 쓰리웨이 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동일한 번호의 쓰리웨이 제품을 구하지 못해 검사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폐기물통에서 20시간 이상 놔뒀던 검체를 배양검사를 통해 역학조사를 진행한 만큼 해당 검체에 오염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패혈증은 부검으로 단정할 수 있는 진단명이 아니라며 국과수 부검에도 문제제기를 했다. 이 변호사는 “부검에서 다른 사망원인에 대한 검사가 없었다”라며 “한 환아는 심장초음파에서 심방중격결손증이 있었으나, 부검결과에서 심장기형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부검할 때 혈액 세균감염이 있던 상황에서 장기를 절단한다. 이 때 흐르는 혈액에서 2차 감염 가능성이 높다”라며 “부검과정 전체에 대한 녹화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사당국간 서로 짜맞추기에 특정 단계 오염 명확치 않아
심지어 경찰과 질본, 국과수가 서로 공조해서 수사결과를 서로 짜맞추기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가 제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질본, 국과수, 서울시, 서울지방경찰청 등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조사협의체’를 만들었다.
이 변호사는 “경찰청에서 수사 중인 질본에 질의하면 질본이 여기에 필요한 회신을 보냈다. 이 때 성급하게 사망원인과 감염관리나 과실 등에 대한 회신의견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질본은 분주가 위법이라고 했다가 기소가 된 이후에 복지부는 뒤늦게 허용이라고 했다”라며 “복지부는 지질영양제 투여시 의사의 입회가 필요하다고 지도감독의무를 인정했다. 하지만 기소가 된 이후인 5월 2일에 간호사의 지질영양제 투여시 반드시 의사입회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회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주사제 분주 과정은 주사제를 준비하는 등 7단계에 걸쳐 이뤄지는데, 이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오염됐는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같은 지질영양제를 투여했을 때 쌍둥이 중 하나는 살고 하나는 숨졌다”라며 “7단계 중 수액줄 등 역학조사에서 다뤄지지 않은 감염경로를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간호사들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지우 장성환 변호사는 “감염관리의 주의의무가 간호사들에게 부여돼 있는데 감염관리위원회, 감염관리실에서 작동하고 있다”라며 “과연 신생아중환자실 수간호사라는 이유로 전체적인 감염관리를 개선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장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직무유기로 나왔다. 하지만 어떤 주사제가, 어떤 경로에 의해, 누가 사망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라며 “공소장부터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모 교수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담박 윤태식 변호사는 “사망원인이 검찰의 시트로박터 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라며 “사망원인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근거를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심모 교수의 변호인 법무법인 여명 유화진 변호사는 “중심정맥관에 의한 혈류감염이 카테터에서 배양됐다면 말초정맥에서 배양결과에서 동일한 균이어야 한다. 하지만 분변에서 균이 검출됐다"라며 "혈류 감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적절한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유 변호사는 “12월 15일에 투여된 지질영양제의 수액줄이나 폐기된 물품에서 조사된 것인지, 주사 분주시 싱크대에서 발견된 균이 동일한 시트로박터균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이라고 했다.
변호인들의 발언을 들은 이후 안 판사는 검사에게 “간호사별로 분주 행위가 있었고 각자의 행위로 인한 각자의 피의자가 구분이 가능한 것인가. 간호사들이 분주 과정에서 주의의무 위반으로 개별 간호사에 따른 피해자 구분이 가능한가”를 물었다.
박 검사는 “이 부분은 따로 구분 짓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안 판사는 각 단계에서의 개별 행위간 책임소재가 명확해야 사건이 보다 수월할 것이라며, 각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표로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안 판사는 “(지질영양제)프로세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행위에 대한 오염으로 문제가 됐다. 특정한 행위에 대한 결과와 이에 따른 인과 관계가 있어야 한다”라며 “예컨대 간호사A의 분주 행위에서 오염이 되고 간호사B에서 오염이 안됐다면 간호사A가 분주하지 않은 나머지 3명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것인가”고 말했다.
안 판사는 “검찰은 오염 행위라는 특정한 행위로 인한 주의의무 위반을 전제로 했다. 모든 피고인에게 적용될 정도로 입증된 것인지 묻겠다”라며 “주사제 오염이 어떤 행위로 오염됐다면, 특정 행위의 과실 여부만 따지면 행위의 원인이 있었고 그에 따른 오염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안 판사는 “여러 가지 프로세스가 있고 개별 프로세스에 따른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 그것으로 오염이 됐거나 오염이 되지 않았다는 범위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명확하다면 사건에서 판단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질본 국과수 등 모든 자료제출 요구, 조작된 진술도 처음부터 다시
변호인들은 역학조사 결과와 진술 근거 등을 대부분 부동의(증거 채택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했다. 이에 따라 판사는 변호인에게 역학조사나 부검조사 등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신청한 다음 감정을 받고 검사에게 집중심리 계획서를 써내라고 했다.
안 판사는 변호인에게 “역학조사나 부검의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결과보고서만 갖고 추론하게 된다. 해당 자료의 사실조회나 감정을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성희 변호사는 “데이터 전체를 받아봐야 한다. 담당자의 역학조사관이나 담당관이 조사에 나와서 이 부분을 적절한지에 대한 사실을 질문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역학조사나 부검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증거로 신청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감정을 진행하면 된다"라며 "국내 소아감염학회, 신생아 학회 등이나 해외 관련 기관에 해당 내용을 의뢰해서 사실조회와 감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질본과 국과수 외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분주에 따른 보험료 지급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대목동병원의 시설이 이상이 없다고 인증을 해준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의 인증평가 결과도 신청해서 받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병원 내부 자료가 조작돼 간호사들의 진술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병원 내부 자료가 조작됐다. 명단을 법원에 내는 자료에서 (사건 이전과)당직표가 달라졌다. 이 당직표는 사건 이후에 만들어준 것으로, 앞 부분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의료진은 추정적으로 진술을 적어두고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진술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의 진술 증거를 채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판사는 결론적으로 “분주가 (수십년간 이뤄졌던)관행이었다는 설명만으로는 주의의무를 피할 수가 없다. 관행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분주가 이뤄진 학문적인 근거나 의학적인 근거를 대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또한 안 판사는 “일단 검사 측이 6월 말까지 집중심리 계획서를 제출해달라. 그 이후에 변호인들이 일주일에 심리계획서에 대한 의견을 달라”라고 했다.
이후 공판 준비기일은 재판을 7월 11일 오전 10시로 결정됐다. 안 판사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에서 역학조사와 관련된 감정 행위와 관련된 감정이나 증인까지는 정하지 못하더라도 나머지는 정하겠다. 심리 감정이나 기간 등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안 판사는 “공판준비기일을 여러차례 열어서 공판 준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공판준비기일을 7월 말까지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예정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한달 정도 준비를 한 다음 9월부터 본격적인 증거 조사와 공판이 이뤄질 수 있을 것”라고 했다.
안 판사는 “증거조사를 최대한 꼼꼼하게 할 것이다. 핵심 쟁점 위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불필요한 주장은 자제해주길 바란다”라며 “문헌이나 의료적인 지식에 주장과 공격과 방어가 이뤄져야 한다. 사건 내용을 잘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사건 방향이 잘못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사실관계가 끝나고 피고인 증인 심문 이후까지는 피고인들끼리는 이야기할 수 없다”라며 “법원 허가 없이 피고인들끼리 서로 협의하거나 당사자끼리 만나는 일은 삼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