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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의 뒤늦은 공문,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책임 줄어드나…"간호사 투여시 의사 입회 필수 아냐"

    의료진 기소 뒤 공판 시작전 공문 보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수사에 중요한 증거로 채택될 듯

    기사입력시간 2018-06-07 06:11
    최종업데이트 2018-06-09 07:4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검찰과 경찰에 "신생아 지질영양제 투여시 의사 입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회신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신생아 사망 원인이 '지질영양제 투여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론디균 오염으로 인한 패혈증'이라는 역학조사 결과에 비춰보면, 이번 공문으로 의사의 지도·감독 책임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공문은 의료진 7명에 대한 전원 기소가 이뤄진 뒤에 검찰에 회신됐으나, 의료진들의 중요한 추가 증거로 채택됐다.
     
    6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변호인 등이 공개한 복지부의 공문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렸던 공판준비기일 직전에 복지부가 5월 2일자로 검찰에 회신한 내용을 추가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의료진 변호인들에게 알렸다.
     
    복지부의 공문을 보면 “복지부는 간호사의 신생아 지질영양제 투여에 반드시 의사 입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명히 명시했다. 복지부는 “신생아에 대한 지질주사는 일반적으로 중심정맥을 통해 투여되고 있다. 현재 실무는 의사의 일반적인 지도감독 하에 간호사가 수행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입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복지부의 이대목동병원 수사와 관련된 공문은 이번 외에도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제출됐다.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경찰에 "상급종합병원에서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이 설치돼 있어도 개별 진료과 간호사에 대한 진료보조행위와 관련된 감염감독의무는 감염관리실이 아닌 주치의와 전공의에게 있다"는 내용을 회신했고, 이는 의료진에 대한 경찰 수사의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들이 크게 반발하자 복지부는 3월 국민신문고를 통한 추가 질의답변에서 "간호사의 지질영양제를 비롯한 수액제재 정맥주사 행위는 ‘통상적인 간호업무’이며 의사의 입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복지부는 “간호사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를 할 수 있다”면서 “경우에 따라 의사가 진료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를 하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 다음 복지부는 이번 공문을 통해 최종적으로 검찰에 "간호사의 투여행위 시 의사 입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한 근거로 올해 3월 대한신생아학회 설문조사 결과를 들었다. 신생아학회 설문조사 결과, 의사가 지질주사제 투약과정에서 실제로 참여하거나, 간호사 투약에 입회하는 사례는 전국 77개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중에서 한 곳도 없었다.
     
    ▲복지부의 공문 회신 내용
    복지부는 “신생아 지질영양 주사제는 단회 용량의 단시간 투여가 아닌 12시간 내지 24시간 지속투여 약물이다. 투약과정 전반에 의사가 직접 참여하는 것은 현재의 의사인력을 고려할 때 어렵다”고 했다. 또한 “의사의 직접 진료여부와 필요성의 판단은 해당 환자의 중증도 뿐만 아니라 당시 병원 내 다른 환자의 중증도, 환자 수 등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는 해당 의료진의 의료법 위반 여부는 해당 상황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복지부의 공문 회신 내용

    복지부는 “이전 판결(대법원 2001도3667)에 따르면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라며 “가령 당시 환자 상태가 어떤지, 간호사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 여부는 보조행위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라며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어 “의사가 진료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성에 대한 판단 여부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가 정맥주사를 투여했을 때 의사 입회가 없어도 적법하다고 해석했다. 또 영양제 투여행위는 의사의 일반적인 지도·감독에 따라 간호사가 수행하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 변호인들은 "복지부의 뒤늦은 회신으로 의료진이 이미 기소됐다며 이번 공문이 재판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와 전공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천고 이성희 변호사는 “복지부의 회신이 상당히 늦은 감이 있고 처음 수사과정에서 의료진 수사의 핵심으로 작용했던 지도·감독의 책임과 현재의 해석이 달라졌다”라며 “이번 최종 공문이 증거로 받아들여지면서 의료진의 책임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으로 숨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에서 “패혈증의 원인은 12월 15일 중심정맥관을 통해 투여된 지질영양제(스모프리피드 SMOF lipid)가 오염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라며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의 오염이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사건은 지질영양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부주의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오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신생아중환자실의 감염·위생 관리를 지도·감독할 책임이 있는 전담 의료진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4월 29일 이번 사건으로 의대교수 3명, 전공의 1명, 수간호사 1명, 간호사 2명 등 총 7명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의료진 중 교수 1명과 수간호사는 구속 기소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