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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만 열 받는 의약분업

    복지부, 불법 대체조제 약국 봐주기 의혹

    전의총·의원협회,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

    기사입력시간 2015-07-24 07:24
    최종업데이트 2016-01-25 05:19


    의원협회 윤용선(왼쪽) 회장과 전의총 나경섭 공동대표가 23일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전의총과 의원협회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불법 대체조제 및 대체청구 혐의가 있는 약국에 대한 조사와 처분 과정에서 직무유기가 있었다며 엄중하게 감사해 달라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고 나섰다.
     
    감사원은 2012년 10월 '건강보험 약제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2009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의사의 처방전과 다르게 저가약으로 조제하고, 마치 의사의 처방전대로 조제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청구한 혐의가 있는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인 1만 6000여개에 이르지만 복지부와 심평원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대체청구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것이었다.
     
    이에 감사원은 심평원에 두 가지를 주문했다.
     
    대체청구 혐의가 있는 약국 명단을 복지부에 통보해 즉시 현지조사를 하라는 것과 나머지 약국에 대해서는 자체 대체청구 여부를 확인한 후 부당이득금을 정산하라는 것이었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대해서도 심평원으로부터 현지조사 의뢰를 받고도 현지조사를 하지 않은 약국에 대해 대체조제 여부를 현지조사하라고 통보했다.

    복지부와 심평원은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제대로 이행했을까?
     
    전의총과 의원협회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복지부와 심평원이 지난해 말 대체청구 혐의 약국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것을 확인하고, 정보공개청구 및 민원신청을 한 결과 약국에 대한 처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단체는 우선 심평원이 당초 월 평균 부당 추정금액이 4천원 이상인 약국에 대해 서면 확인조사를 하기로 했다가 조사 기준선을 6만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불법 대체조제가 의심된 약국은 총 1만 6306개.
     
    이 중 복지부가 현지조사한 약국은 739개다.
     
    심평원은 이를 제외한 1만 5567개 중 월 평균 10만원 이상 불법 대체조제한 혐의가 있거나, 복지부 현지조사에서 제외된 2130개에 대해 현지확인 조사를 하고, 나머지 4천원 이상~10만원 미만 약국 1만 3437개에 대해서는 서면확인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서면확인 기준을 월평균 불법 대체조제 6만원 이상~10만원 미만으로 상향 조정했고, 그 결과 조사 대상이 1만 3437개에서 3121개로 크게 줄었다.
     
    심평원은 서면확인 대상에서 제외된 약국(월평균 불법 대체조제 4천원 이상~6만원 미만) 1만 316개에 대해서는 주의통보로 일단락했다.
     
    그렇다면 월평균 6만원 미만 불법 대체조제는 심평원이 면죄부를 줄 정도로 경미한 의약분업 위반일까?



    전의총 나경섭 공동대표가 복지부와 심평원의 불법 대체청구 조사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모 약국은 2009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의사가 A약(1정당 290원)을 처방했지만 저가약인 B약(1정당 117원)으로 대체조제한 후 건강보험공단에는 마치 A약을 조제한 것처럼 약제비를 청구했다.
     
    환자가 이 약을 매일 1알씩 복용했다면 이 약국은 한 달에 5190원(약가 차익 173원*30일)의 부당이익을 취했을 것이다.
     
    이 약국은 이런 불법 대체조제를 월 11.5건씩(5190원*11.5회=5만 9685원)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은 부당이득금이 6만원 미만으로 경미하다고 판단, 무죄 처분을 한 것이다.
     
    만약 약가 차액이 이보다 적었다면 한달에 수백건 불법 대체조제 및 대체청구를 하고도 아무런 처분을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의총 나경섭 공동대표는 "단 한건의 불법 대체조제를 했더라도 약사법 상 대체조제 위반에 해당하지만 단지 부당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복지부와 심평원 스스로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심각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이런 복지부와 심평원의 약국 봐주기식 업무처리로 인해 수 많은 대체청구 혐의가 있는 약국들이 처벌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는 게 전의총과 의원협회의 주장이다.
     
    또 하나 이들 단체가 주목하는 대목은 대체청구 혐의가 있는 약국 중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약국이 3.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약국의 불법 대체청구 유형은 다음과 같다.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한 후 처방전에 기재된 약으로 부당청구 △생동성이 인정된 품목으로 대체조제한 후 의사에게 사후통보하거나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처방전에 기재된 약으로 부당청구 △의사에게 사전동의 또는 사후통보하고, 적법하게 대체조제했음에도 처방전에 기재된 약으로 부당청구 △임의 대체조제후 처방전 기재 약으로 부당청구 등이다.
     
    감사원이 지적한 1만 6306개 중 불법 대체조제가 확인된 약국은 총 4381개.
     
    이 중 업무정지처분이 235개, 업무정지에 갈음한 과징금처분이 125개, 처분진행중이 173개로, 이들을 모두 합해도 533개에 불과하다.
     
    특히 자격정지처분을 받은 약사는 502명에 지나지 않는다.
     
    약사법 시행규칙상 약사가 의사의 사전동의 또는 사후통보 없이 대체조제하거나 대체조제한 내용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자격정지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단체는 복지부와 심평원이 불법 대체청구 혐의가 있는 약국에 대해 부당이득금 환수에만 치중한 채 약사 자격정지처분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약사법 시행규칙상 약사가 대체조제할 때는 반드시 환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려야 하고, 이를 위반해도 자격정지처분 대상이다.
     
    의원협회 윤용선 회장은 "불법 대체청구한 약국이 환자에게 그런 사실을 고지했을 리 만무하지 않느냐"면서 "그럼에도 약사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단언했다.
     
    여기에다 조사 대상 1만 6306개 약국 중 3616개이 폐업했고, 이중 재개설한 184개에 대해서만 불법 대체조제 여부를 조사했을 뿐 나머지는 조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킨 점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이처럼 감사원이 지적한 대체청구 혐의 약국에 대한 조사 및 처분 과정에서 복지부와 심평원의 업무처리가 부적절하고, 직무유기한 정황이 있으니 감사원이 엄중하게 감사해 달라는 게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한 이유다.
     
    윤용선 회장은 "약사들이 의사의 사전동의나 사후통보도 없이, 환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싼 약으로 불법 대체조제해 주고서는 원래 처방약으로 부당청구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회장은 "이런 대체청구 혐의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에 달하는 1만 6306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약사들의 불법 대체청구 관행이 아주 만연돼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의약분업을 찬성했던 약사들에 의해 의약분업의 근본원칙이 완전히 훼손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의총 나경섭 공동대표는 "의약분업의 주무부처로서 약국의 불법 대체청구 관행을 근절해야 할 책임이 있는 복지부와 심평원은 오히려 봐주기 식 조사와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는 더 이상 의약분업을 존치해야 할 이유가 사라져버린 것을 의미한다"면서 "약값 이외에 조제료만으로 연간 3조원 이상을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면서도 의사가 처방한 약을 환자가 먹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이로 인해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은 선택분업을 도입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