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정형외과 김모 전공의가 여성 전공의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지만 병원이 이를 수수방관하면서 피해자가 사직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목희 의원은 8일 국정감사에서 "길병원의 전공의 폭행사건을 보면 치가 떨리는 분노를 느낀다.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병원이 있을 수 있는지, 존재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길병원 정형외과 김모 전공의는 2013년 여성 전공의 A씨에게 10개월 동안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
김 씨는 72시간 동안 잠을 재우지 않는 방법으로 A씨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러자 길병원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씨를 해임했다.
이에 김 씨는 법원에 전공의 직위보전가처분을 신청해 이겼다.
길병원이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병원은 김 씨가 복귀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형외과에서 김씨와 A씨를 함께 당직 근무하도록 당직시간을 변경했지만 방치했다.
이에 A씨가 항의하자 당직표를 짠 선배 전공의는 되레 쌍욕을 하면서 “같이 서라면 설 것이지 뭔 말이 많느냐”며 묵살했다.
이목희 의원은 "길병원 정형외과 교수들은 김씨의 징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면서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맹비난했다.
길병원이 폭행사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자 A씨는 어쩔 수 없이 수련을 포기하고 사직했으며, 현재 무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목희 의원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지만 길병원 원장과 부원장, 교수들이 모두 방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길병원 이정남 부원장은 이목희 의원이 왜 교수들을 징계하지 않았느냐고 질타하자 "정형외과 내부의 문제로 안일하게 생각한 면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현재 병원협회 수련실행위원회는 김 씨에 대해 수련정지할 것을 길병원에 권고한 상태이며, 보건복지부는 길병원의 전공의 정원을 감축할 방침이다.
피해자인 A씨는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복지부장관은 이런 일로 인해 저처럼 의사 커리어를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을 갖춰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첫 번째 단추는 저를 너무 힘들게 했던 가해자에게 확실하게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후배 전공의라고 해도 때리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세상에 보여주는 게 첫 번째 단추"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