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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 신설, 공공의료를 이뤄줄 절대 반지인가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18-05-02 05:09
    최종업데이트 2018-05-02 06:59

    사진 : 서남의대
    [메디게이트뉴스 김효상 칼럼니스트] 최근 보건복지부가 폐교된 서남대 의과대학 정원을 활용해 공공의료 인력의 확충을 위한 국립공공의료대학을 남원에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정치인들과 관료들도 환영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의과대학 설립이 지역 경제와 공공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동안 서남대에 의과대학 정원을 배정한 배경, 그간의 의과대학 학사과정의 파행 운영, 수련병원의 손 바뀜(?) 등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지켜본 바로는 이 같은 주장에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의과대학 신설을 내세우는 대다수가 지역의료의 균형적 발전과 공공의료를 내세웠지만, 그동안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실상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과대학 설립과정에는 지역 정서 반영과 안배, 정치 논리 등이 중요하게 작용해왔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5년간 9개 의대가 생겼고, 그 가운데 관동의대와 서남의대는 부실 교육과 수련병원의 부재로 많은 혼란을 겪어왔다.
     
    서남의대의 경우 학교는 전라북도 지역의료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남원에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임상 실습은 광주의 남광병원에서 진행했다. 그러다가 일산 명지병원과 전주 예수병원을 거쳐 전국을 순회했다.
     
    또한 부실 수업과 실습으로 그 이름을 널리 떨치다가 결국 폐교했다. 강원도 의과대학으로 배정 받은 관동의대는 강릉에 학교가 위치함에도 부속병원이 없어서 의과대학 실습을 분당 제생병원, 서울 제일병원, 일산 명지병원에서 진행했다. 결국 인천가톨릭 교구의 대학인수로 인천의 국제성모병원으로 정착했다.
     
    이런 사례들에서 보듯, 각 지역에 의과대학이 생겨서 그 지역의 의료 기반시설이 발전하고 공공의료가 충족이 됐는지 되묻고 싶다.
     
    이런 사례들뿐만 아니라 선거철만 되면 목포, 순천, 군산, 창원 등의 전국 각 지역에서 의대유치 작업을 필사적으로 벌인다. 또한 창원대는 산업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고, 국방부는 군의관들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존재하는 국공립 의과대학에서 배출되는 의료인으로는 지역 의료 발전과 공공의료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것인가. 여기서 배출되는 인력이 모자라서 그렇다면 사립 의과대학 정원을 감축하고, 그것으로 국공립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서 공공의료인력 배출을 실현하면 되는 일 아닌가.
     
    공공의료기관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면 사립의료기관에 버금가는 처우 개선을 해가며 의료진을 초빙하면 될 일이 아닌가. 나라 돈이라고 고가 장비만 펑펑 구입하면서 막상 의료진에 대한 대우는 저리 가라하면 이 어디 모순이 아니겠는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국공립 대학병원, 국민건강보험 공단 산하 일산병원, 전국의 보건의료원, 보건소, 공공 의료원, 산재병원, 보훈병원들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왜 현재의 공공의료기관에서 공공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부터 문제점을 파악과 개선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일까. 
     
    지역 주민들의 민심과 표를 위해서 혹은 특정 집단의 명예와 이득을 위해서 의과 대학 세웠다가 망한 사례는 이제 서남대 하나만으로 족해야한다. 그간의 피해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모든 것을 견뎌야했던 학생들에게 돌아간 것이 보이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정책 당국자분들에게 모든 것을 이뤄줄 절대반지 마냥 의대 설립에 집착하지 말고 이미 있는 국공립대학과 의료기관들의 개선과 발전을 위해 더 고민하기를 부탁드린다. 절대반지 앞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골룸이 반지와 함께 용암에 빠져버린 장면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