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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소중한 생명 위해 함께 손잡아줘야"

    기사입력시간 2018-02-05 05:00
    최종업데이트 2018-02-05 05: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김효상 칼럼니스트]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며 가상화폐에 투자하던 우울증을 앓던 한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보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사실 이제 우리에게는 이런 소식이 특별한 뉴스도 아니다. 우울증이 원인이든 아니든 뉴스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수많은 죽음이 우리 주위에 생겨나
    고 있다. 흡사 독버섯들처럼...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어떤 원인으로 스스로 이 세상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하는지는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슬픈 일이다.
     
    지난해 말에 '신과 함께'라는 영화를 봤다. 내가 가진 종교관과는 다르지만, 사람이 죽은 후 49일 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하나씩 재판 받으면서 평가받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기억하는 일이든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든 모두 하나씩 여러 사람 앞에서 까발려지면서 평가를 받고 그에 따른 대가가 따라온다. 이 사실은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인지도 모른다.
     
    내가 영화에서 주목했던 것은 인생의 여러 고비, 어려움이 있었던 순간을 거울처럼 비춰주며 평가받는 장면이다. 누군가 순간순간 아파하는 이들의 곁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조언을 해주거나 손을 내밀어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다. 주인공이 그 장면을 보며 뼈저리게 후회하며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는 장면에서는 더욱...
     
    특히 자살은 후회하고 싶어도 되돌리고 싶어도 할수 없기 때문에 더욱 슬픈 선택이다.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쓴 것처럼, 자살기도하다 응급실에 실려와서 후회해도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하듯이 세상 모든 선택 가운데 가장 아리고 아픈 선택이 자신의 삶을 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단순히 '자살의 반대말이 살자는 것이니 힘내라' 이런 것 말고, 젊은이들이 혹은 젊지 않은 이들이 삶에 절망하고 어려움을 겪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우리 각자가 그들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누군가가 되어줄 수는 없을까.

    이글 맨 처음에 예로 들었던 가상화폐 투자자의 경우에서도 투기에 빠졌다고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국가보다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들어줄 국가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왜 사람들이 오르는 집값에 떠밀려 살 곳을 구하지 못하는지, 왜 여러 특혜와 차별에 절망하며 취업을 하지 못하는지, 흙으로 만든 수저마저 없다는 수저 아래 계층의 이야기들이 왜 생겨나는지를 들어줄 국가가.
     
    그리고 내가 상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보도록 꼭 권했으면 좋겠다. 내가 직접 돕지는 못하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포기하는 언저리에서 한자락 구해내지 않을까 한다.
     
    '신과 함께'라는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을 구하고 저승에 온 사람을 귀인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모두 슬픔에 빠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하고 싶다 말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귀인이 되고 싶지는 않을까.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는 꽃처럼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생명을 위해 함께 손잡아줄 그런 우리가 돼야 하지 않을까.
     
    바로 당신과 함께 혹은 믿음이 있는 분이라면 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