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조사 권한이 없는 건강보험공단이 의원을 상대로 불법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업무정지처분을 했다면 해당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은 최근 K산부인과의원을 개원중인 의사 A씨가 보건소를 상대로 청구한 의료업 업무정지 30일 및 자궁경부암 건강검진 업무정지 2개월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울산지법은 지난 4월 1심 판결에서 보건소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했다.
건강보험공단은 2013년 6월 K산부인과에 대한 현지조사에 들어갔다.
건보공단은 병원에 등록된 의사가 모두 남성인 점에 착안해 2010년 9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자궁경부암 검진을 실시한 2196명 중 302명에게 전화를 걸어 누가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세포검사를 했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통화자 전원이 의사가 아닌 여성이 검사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보건소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보건소는 2013년 9월 K산부인과가 자궁경부암검진(검체채취)을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가 실시했다는 이유로 A원장에게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A원장은 "건보공단은 아무런 권한 없이 현지조사를 했고, 이러한 현지조사 결과통보에 따라 보건소가 업무정지처분을 한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은 권한 없는 자의 조사 결과에 기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산고법은 1심 법원과 달리 A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무자격자의 검진 또는 의료행위를 조사할 권한은 의료법 등의 위임을 받은 보건소에 있을 뿐 건보공단은 독자적인 권한이 없고, 단지 보건소의 의뢰가 있을 때에 한해 무자격자의 검진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고법은 "보건소가 이 사건 처분을 하기에 앞서 K산부인과의원의 무자격자 검진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건보공단에 의뢰한 사실이 없다"면서 "그렇다면 현지조사 당시 건보공단은 병원의 무자격자 검진 여부를 조사할 권한이 없어 현지조사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건보공단이 건강보험법에 따른 현지조사 조사권한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국민의 권익을 중대하게 제한하는 처분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조사권한은 국가기관인 보건소에게 부여 되거나, 적어도 보건소의 지휘·감독 아래 이뤄지는 것이 국민의 권익보호 요청에 부합한다"면서 건보공단이 건강보험법상 현지조사권이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법원은 "결국 건보공단의 이 사건 현지조사는 법령상 근거가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고, 이와 같이 위법한 현지조사에 기초해 처분을 한 이상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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