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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국 비대면 체온계 지원에 복지부 추경 82억 편성 "선거용 현금 살포?"

    17일 예결위서 심의 "지원 시기 너무 늦고 자영업자 형평성 어긋나...약국 내 불법 의료행위 우려까지"

    기사입력시간 2021-03-16 07:12
    최종업데이트 2021-03-16 07:4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약국 비대면 체온계 설치 내용이 포함된 82억원 규모의 보건복지부 추가경정예산안을 17일 심사·의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추경안에 따르면 전국 약국 90%를 대상으로 하며 약국당 39만원씩을 지원한다. 
     
    야당과 국회예산정책처 이번 약국 체온계 설치 사업의 시기가 너무 늦고 다른 자영업자와 대비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의료계 역시 의료기관과 약국 지원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약국에서 자칫 불법 의료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82억 규모, 전국 약국 90% 대상…약국 당 39만원 지원
     
    앞서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약국 종사자와 약국 이용자의 감염 예방과 감염 의심자 조기 발견을 위해 이번 약국 비대면 체온계 설치 지원 사업을 추경에 편성했다.

    이번 사업은 이번 2021년 제1회 추경안에 신규 편성된 세부사업으로 81억 6000만원 규모다. 복지부는 해당 사업을 통해 전국 약국 2만3000개소 중 90%에 해당하는 2만700개소에 비접촉 거치식 체온계를 설치할 예정이다. 체온계는 43만원대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대한약사회가 보조사업자인 민간경상보조사업으로 국고보조율은 90%에 달한다. 사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개별 약국은 약 4만원(43만8000원X10%)의 자기부담금을 부담하게 된다.
     
    약사회는 오는 4~5월 2개월간 약국의 구매 신청을 바탕으로 구매계획을 확정하고 복지부 보조금 교부를 통해 7월과 8월 중 약국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안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국회 심의가 늦어지면 꼭 필요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야당은 이번 추경안이 돈퍼주기 식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예산정책처

     다른 자영업자 형평성 고려‧지원 시기도 늦어
     
    이번 추경안에 대해 다른 자영업자와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뿐더러, 사업 시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복지부는 82억원이나 약국 체온계 지원사업에 편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이나 지난 현재 이제와서 전국의 약국에 체온계를 지급하는 것"이라며 "이미 다른 영세 자영업자들이 자비로 체온계를 구매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추경안에 대해서도 그는 "이번 추경은 선거용으로 급조된 현금 살포용이다. 총체적 부실추경이다"라고 비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표했다. 예산정책처는 추경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복지부는 전국의 90% 약국에 일괄적으로 체온계를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일괄적 지원은 개별 약국 상황에 맞는 형태의 체온계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사업이 시행되더라도 실제로 약국에 체온계가 공급되는 시점은 7월 이후"라며 "코로나19 일별 신규 확진자가 400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약국 이용자의 감염예방과 감염 의심자 조기 발견이라는 사업 목적을 신속히 달성하기 다소 늦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약국 체온계 지원사업, 불법 의료행위 이어질 수도

     
    특히 의료계는 이번 사업이 자칫 약국의 불법 의료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업의 원래 취지는 약국을 방문하는 이들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것이지만, 약사가 환자의 체온을 바탕으로 의사의 견해와 별개로 환자 상태를 진단하고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약사회는 최근 꾸준히 약사의 역할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에선 약사가 자살예방, 금연, 말기암 환자 완화의료, 경증환자 관리 등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근거다.
     
    지난 2018년도에도 약국 자살예방사업이 시행되면서도 같은 논란이 벌어졌다. 약국 자살예방사업이 시행되면서 참여 약국에 건당 7000원의 상담료가 지급됐다. 
     
    당시 대한의사협회, 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들이 나서 약사의 자살예방 상담은 불법 의료행위라고 규탄했다. 자 살예방 비전문가인 약사들이 환자들을 상담하는 것은 명백한 진료행위로 의료법 위반이라는 취지였다. 
     
    또한 체온계 구입비로 25만원이 지급되는 의료기관에 비해 약국 대상 체온계 지원비가 상대적으로 과다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약국에 체온계 지원은 시기상 맞지 않고 의료기관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라며 "약사들이 체온에 따라 발열 환자에 대한 불법 진료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실 관계자도 "이미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오랜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거의 모든 약국에서 체온계를 구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체온계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굳이 체온계를 지원하겠다는 사업의 취지를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