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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백신 위탁 접종 망설이는 개원의들 "AZ 10~11명 동시 접종, 예약 부도시 폐기되면 의사 책임?"

    "도난 방지 책임에 이상반응 민원 쇄도 우려까지...현장에 맞는 기준·보상책 없으면 독감처럼 속도 나기 힘들어"

    기사입력시간 2021-03-14 12:30
    최종업데이트 2021-03-15 09:5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 공 고 명 : 코로나19 임시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모집 공고
    2. 공고기간 : 2021. 3. 10.(수) ~ 2021. 3. 24.(수)
    3. 모집개요
    가. 사 업 명 : 코로나19 임시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지정
    나. 모집대상 : 국가 예방접종사업에 참여 중인 위탁의료기관 및 참여 희망 의료기관
      ※ 국가예방접종 사업 신규 의료기관의 경우, 예방접종 기본교육 이수 후 국가예방접종 위탁계약 체결 선행
    다. 사업기간 : 2021. 4월 ~ 2021. 12월
      ※ 코로나19 백신 수급 및 공급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라. 접종백신 :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마. 지원비용 : 시행비(1회 접종당 19,220원)
    바. 지정기준 : 의료인력 및 행정보조인력 교육이수, 코로나19 백신 보관관리·수용력, 감염관리 수준, 접종 및 이상반응 관찰 공간 확보, 이상반응 대처, 인력 확보, 접종 시행능력 등 고려하여 보건소 현장점검 후 최종 선정
    자료=지역 보건소 안내문 일부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가 오는 4월부터 전국 1만개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얀센 코로나19 백신의 위탁 접종을 시작한다. 각 지역 보건소에서 위탁의료기관 신청 접수와 현장점검을 진행하는 가운데, 일선 의료기관으로부터 현실에 맞지 않는 지정기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많은 의료기관이 위탁의료기관 신청에 엄두를 내지 못하면 독감 접종처럼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14일 각 지자체 보건소가 의료기관에 전달한 안내문에 따르면, 각 보건소는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위탁의료기관 신청을 받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보관관리·수용력 및 감염관리 수준, 접종 공간 등을 고려해 선정된다. 

    위탁의료기관이 접종하는 대상을 보면 2분기 노인·장애인·노숙인 등 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 약 90만명과 65세 이상 고령자 850만명, 병의원(자체 접종센터 없는 곳)·치과·한방·약국 근무 의료인 및 약사 약 38만명 등이다. 상반기에 1000만명 백신 접종을 목표로 하고 3분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접종으로 이어진다.  

    위탁의료기관 지정 조건은 ▲백신관리 전담자 지정 ▲백신 보관 전용냉장고 보유 ▲냉장고 내부 온도를 24시간 연속적으로 기록, 보관,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온도계 및 온도 일탈 시 알람기능 보유 ▲백신 보관온도 2∼8℃ 유지 등이다.  

    특히 냉장고에 연속 자동온도기록장치가 없는 경우 온도계는 냉장고 외부에 부착해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온도계가 필요하다. 이때 디지털 온도계 구매비는 지자체 예산으로 25만원 가량을 지원한다. 주말을 포함해 근무시간 외에도 냉장고의 설정온도(2∼8℃)를 일탈하는 즉시 접종기관 백신 보관 담당자에게 문자 등 알람을 주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백신 접종 준비 공간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급성이상반응 발생 시 원활한 대응을 위한 에피네프린 등 응급처치 의약품 및 장비 구비가 필수적이다. 접종 후 이상반응 모니터링(15∼30분)을 할 수 있는 별도의 대기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A내과 의원 원장은 접종자들의 예약 부도로 백신이 폐기될 수 있고 이때 의사의 면책 조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 번 뜯으면 실온노출 시간이 최장 6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10~11명의 접종 인원을 모은 다음에 접종 예약일자와 시간을 정해야 하고, 예약 부도 없이 접종을 마쳐야 폐기되는 물량이 없다. 

    A원장은 “보건소가 1도스당 10명을 접종하도록 하고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이용해 11명까지 주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예약 부도가 생길 수 있다는 고려를 하지 않고 1도스당 접종 물량을 11명으로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접종 예약 부도가 생기면 다음 차례 접종자들에게 빠르게 연락하더라도 백신을 폐기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이때 예약부도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홍보해야 하고, 백신 폐기 문제를 의사의 책임으로 몰지 않는 면책 조항이 있어야 위탁의료기관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동시에 기존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대기 공간 확보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기존 환자들과 접종자들이 섞이지 않는 대기 공간은 물론, 접종자가 15~30분동안 이상반응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대기 공간이 협조하다는 이유로 위탁의료기관에 신청했다가 탈락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은 “가뜩이나 대기공간이 협소한데 환자와 접종자들이 서로 분리해서 대기해야 한다"라며 "환자 진료와 접종자 예약을 동시에 받지 않거나 접종자는 복도에서 별도로 대기하다가 의료기관 내로 들어오도록 하는 등 독감 백신과는 달리 여러 가지 방안이 고민된다”라고 했다. 

    그는 “접종자들끼리도 예약 시간 간격을 충분히 두지 않으면 이들의 동선이 뒤엉키고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시간 간격을 띄우면 독감처럼 빠른 속도로 접종을 하지 못한다"며 "접종 시행비 1만9220원으로 기존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늘어나는 업무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C내과의원 원장은 보건소로부터 백신 도난방지를 위해 냉장고에 잠금장치 설치 가능 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며 황당해했다. C원장은 “냉장고에 잠금장치를 만들게 되면 온도변화가 생길 수 있다. 현장에 맞지 않는 요구다”라며 "이런 요구가 계속되면 일선 의료기관이 백신 위탁접종을 꺼리고 독감처럼 접종을 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백신 이상반응과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피해보상부터 마련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부작용이 동일 증세가 7일이상 지속되거나 39도 이상 발열이 2일이상 지속될 때 보건소와 질병청에 신고하라고만 안내하고 있다"라며 "의료기관에 이상반응 민원이 쇄도하면 업무가 마비될 수 있고, 보건당국이 백신 접종과 관계없다고 답하면 의료기관에 보상 요구가 쏟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월 26일 개최된 제1차 의정공동위원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불편 증상·부작용 의심 증상 발생 시 의료진 대응 지침 및 포괄적 보상 방안 마련 ▲접종 관련 사고와 의료분쟁 발생 시 의료진·의료기관 면책 및 보호 지원책 마련 등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아직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현장의 의견을 참고해 세부적인 내용은 조정되고 있다"라고 했지만, 일선 의료기관들은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이 다른 만큼 현장에 맞는 위탁의료기관 선정 기준과 적절한 보상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4일 오전 0시 기준 58만7884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의심돼 신고된 사례는 총 8520건으로 74건의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경련 등 7건의 중증 의심 사례, 16건의 사망 사례가 보고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