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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의료데이터 국가가 책임진다

    핀란드, 바이오뱅크법으로 국가가 관리

    PHR 시대, 가상병원 서비스도 준비해

    기사입력시간 2017-09-18 05:00
    최종업데이트 2017-09-18 10:3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각 병원에 흩어진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해 통합 관리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이를 위해 실제 여러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에, 정부가 나서서 의료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국가가 있다.

    핀란드는 민간 헬스테크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큰 활용성을 위하여 정부의 주도하에 의료 데이터 통합 역시 병행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는 인체 시료(human biological samples)를 활용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2013년 시행된 바이오뱅크법(Bio Bank Act)을 기반으로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뱅크 구축을 진행해 의료기관은 물론 기업도 법에서 정해진 규정에 따라 비식별화된 데이터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2018년에는 국가 주도로 추진된 국민의 유전자정보를 관리하는 ‘국립유전자센터(National Genome Center)’의 개소도 앞두고 있으며, 유전자 정보(genome data)의 관리 및 규제를 위한 유전자법(The Genome Law)안도 2018년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노라 카렐라 헬스케어산업국장 및 이노베이션펀드(SITRA) 프로젝트의 뚤라 띠호넨(Tuula Tiihonen) 디렉터에 따르면, 국립유전자센터는 2년 전 보건사회부(ministry of health and social affairs), 경제고용부(ministry of economic affairs and employment), 교육문화부(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3개부처에서 의료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입안돼 1천 7백만 유로(한화 )의 재정이 투입됐다고 한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빈자리를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채웠다고 말할 정도로 헬스테크가 국가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헬스테크 산업이 5배 성장했고, 헬스테크 수출이 핀란드 하이테크 수출의 47%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미래 헬스의 땅(The Land of Future Health)’을 표방하고 미래 헬스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투자하는 핀란드는, 전자의무기록 보급률이 98%에 달하고 보건시스템이 잘 구축된 나라이고, 박사 취득까지 학비가 무료 지원되는 등 수준 높은 R&D 인력이 헬스테크 산업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주한핀란드 대사관과 핀란드무역대표부는 핀란드의 헬스테크(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12일 핀란드 국회의장 마리아 로헬라의 방한을 맞아 ‘2017 핀란드 헬스테크 세미나’를 개최했다. 
     
    핀란드의 사례는 여러모로 한국과 닮은 점이 많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의료 및 ICT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핀란드 국회의장 마리아 로헬라(Maria Lohela) ©메디게이트뉴스

    마리아 로헬라 핀란드 국회의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이 헬스케어를 전반적으로 바꿔놓고 있어도 응급상황에서는 노련한 의사의 경험에 기반한 상황판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기술을 통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진의 수용자세도 함께 변화할 것을 당부했다.
     
    더불어 그는 “앞으로 핀란드는 오리온(Orion)을 비롯한 헬스테크 회사들이 대표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관련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밝혔다.
     
    노라 카렐라 헬스케어산업국장도 “핀란드는 GDP 대비 헬스케어 소비지출이 9.4%로 OECD 국가 평균 대비 약간 낮은 수준이면서도 유럽의 헬스케어 품질조사를 참고하면 유럽에서 가장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8개국 중 한 곳”이라며 “가장 저렴한 비용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핀란드는 이미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본인 건강기록을 관리하는 PHR(개인 건강관리 맞춤) 시대 진입에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가 한 도시에 시범 도입한 ‘가상병원(Virtual Clinic)’ 파일럿 프로젝트는 개인이 모바일 형태의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건강기록) 기기에 증상을 입력하면 의료진에게도 해당 정보가 동시에 전송되고, 의료 조언이나 처방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적 처치가 아닌 물리치료사 등의 조언이 필요한 경우에는 물리치료사 등에게 화상통화로 연결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핀란드의 가상병원 서비스는 이번 시범사업의 결과에 따라 국가 차원에서 확대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IBM 왓슨 등 의사결정보조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을 도입해 의료진이 이를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핀란드가 진행하고 있는 파일럿 프로젝트는 마치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기 전에 왓슨에게 먼저 물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것과 같다.  
     
    이러한 서비스는 데이터가 통합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핀란드는 PHR 시스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민들이 해당 정보에 실제 접근해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과 함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에 관심을 갖고 예방적 케어를 추구해오고 있다.
     
    물론, 핀란드는 지리적인 여건 상 이러한 원격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높은 게 사실일 테지만, 향후 특정 국가를 막론하고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상승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 공급의 불일치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핀란드 만의 특수상황은 아닐 수 있어 보인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한 보건의료 기관 관계자는 핀란드의 국가 차원의 의료 데이터 관리에 대해 “개인 진료정보 외에도 유전자 정보, 라이프로그 정보까지의 연계를 시도하는 것은 국가 전체의 보건의료 향상뿐 아니라 국가 단위의 코호트 스터디가 되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정보 제공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유전정보를 활용한 데이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데이터 제공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데이터 관리기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며 최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관리기관으로서 국가가 나서 의료 데이터 관리 및 활용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관련 전문가들의 최근 주장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