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12월에만 코로나19 입원대기 중 사망 6명...대구 확산 때 중환자실 병상·의료인력 부족 '되풀이'

    순천향대부천병원, 빅5병원 등 중환자실 확보 나서..."공공병원 중심의 중환자 거점병원 지정, 의료진 지원책 마련해야"

    기사입력시간 2020-12-19 08:36
    최종업데이트 2020-12-21 17:3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8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자택에서 병원 입원을 대기하다 사망한 환자는 3명, 요양병원에서 격리병상 전원을 기다리다가 사망한 환자는 5명으로 총 8명이라고 밝혔다. 2~3월 대구에서 사망 2명을 빼면 6명이 모두 이달 들어 숨진 사례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입원을 대기하고 있는 환자는 서울에서만 580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9일 병상 대기 사망자 발생과 관련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의료계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중환자 거점전담병원을 마련하고 민간병원이 일부 동참할 필요성을 주문했다. 병원을 통째로 내놓는 것이 어려워도 폐쇄병원, 오픈 전 병원 등을 검토해 어떻게든 지정병상을 만들고, 의료진 지원을 통해 중환자 대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환자실 남은 병상은 수도권 4병상, 전국 45병상  

    정부는 지난 13일 전국 코로나19 1만 병상 확보계획을 발표한 이후 18일까지 생활치료센터 13개소 3153병상, 감염병전담병원 9개소 353병상, 중환자 병상 및 준중환자 병상 55병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전국 45%, 수도권 43%이며, 감염병전담병원 가동률은 전국 65%, 수도권 77%이다. 수도권의 경우 환자 5100여명을 수용 가능하다. 하지만 중환자 병상은 전국 45병상, 수도권 4병상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중환자 전담병상을 병원별로 추가로 마련하고 연말까지 확충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환자만을 전담 치료하는 중환자 병상, 준중환자 병상, 중등증 환자 병상을 갖춘 병원을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평택 박애병원을 시작으로 17일에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4개 병원을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1월 초까지 중증환자 병상 169개, 준등증환자 병상 172개를 확충할 계획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의료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 긴급 의료대응계획’ 발표에 따라 공공의료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배치하고, 민간단체와 협력해 민간의료인력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대한의사협회가 구성한 재난의료지원팀이 확보한 1000여명의 지원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근무규정을 개선하는 등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4학년 의대생으로 구성된 ‘전국의대봉사단’은 18일부터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검체채취 등 의료 봉사를 실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국 병원 중환자실 병상 확보 중...공공병원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수도권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중환자실 병상이 부족해지자 방역당국은 이날 확진자 10명을 경북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된 확진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10명(여자 6명, 남자 4명)으로, 코로나19 확진 이후 중증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현재 경북대병원 코로나19 재원환자는 16명(경기도 확진자 10명 포함)이며, 가용 병상은 총 51개까지 확보할 수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수도권 민간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별관 3층 병상 80개를 비우고 코로나 환자를 받기로 했다. 특히 시설 공사를 진행해 중환자 병상 10개, 준중환자 병상 10개를 마련한다.

    신응진 순천향대 부천병원장은 “병상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코로나 중환자가 당장 갈 곳이 없어 퇴짜를 맞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더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전 직원이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손실은 불가피하겠지만, 우리 병원을 시작으로 다른 민간 병원의 참여도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빅5병원도 중환자 병상 마련에 나서고 있다. 병원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중환자병상 20개, 준중중환자 병상 12개를 마련하고 서울아산병원은 중환자 병상을 3개에서 6개로 3개 늘리고 준중환자실 14개를 추가해 총 20개를 마련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도 중환자실을 2개씩 더 늘릴 예정이다. 

    전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인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입원대기 중 사망사례가 나오자 국립중앙의료원이 중환자실 19병상을 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빅5병원도 중환자실을 2개~6개씩 늘린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그러나 민간병원에서 코로나19 병상을 확보하게 되면 응급환자와 입원 환자들의 차질이 심각하다. 급한 수술이 밀릴 수 있다“라며 ”이 같은 문제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 4월 보건복지부와 국무총리에 인력확보 방안을 제출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국립중앙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이 코로나19 병상에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등 부속병원이 여러 곳이 있는 병원도 도움이 된다”라며 “민간병원이 참여하면 코로나19 이후에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국고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라고 했다. 

    공공병원 입장도 의료인력 부족, 코로나19 생존 걱정은 마찬가지 

    하지만 공공병원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일정수의 환자 진료를 해야 전공의 수련이 인정되고 취약계층 진료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직원들이 반발하고, 코로나19 이후에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A공공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에도 병원이 생존해야 한다. 공공병원이라고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경영 성과의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에서도 코로나 전담병원을 진료하는 것을 반대한다”라며 “충분한 의료인력이 확보되지 않고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의료진과 직원 안전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보라매병원은 수술건수와 병원 수익 등의 이유로 격리병동을 정형외과 수술을 위한 일반병동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간호인력을 코로나 병동에서 차출해왔고, 이 마저도 인력이 부족하자 여러 명의 간호사들을 코로나 병동과 일반병동을 오가며 근무하도록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코로나19 환자를 보기 어려운 이유는 인력 부족에 있다. 지난 2월 1차 대유행 때부터 간호인력 부족을 지적해왔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변한 것이 없다"라며 "여전히 간호사들을 돌려막기하고 방패막이로 삼고 있고, 그 결과 간호사와 환자가 모두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공공병원 관계자는 “의료인력 부족이 정말 큰 문제다. 코로나19 환자를 세 자리수 이상으로 수용하면서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 외에 타과 전문의까지 24시간 진료를 하다 보니 의료진이 번아웃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중환자 10명씩만 분담해줘도 부담이 줄어든다"라며 "공공병원이든 민간병원이든 기존의 환자들을 내보내야 하는 구조는 마찬가지다. 외부로부터 의료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보낼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은 데다가 병원마다 시스템이 달라 손발을 맞추기 어렵다”라고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우석균 공동대표는 14일 보건의료단체연합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00명 정도로 늘면 의료시스템이 즉시 붕괴될 우려가 있다. 민간 대형병원이 중환자실 병상을 적극적으로 동원해야 한다”라며 "대구, 경북 1차 유행 때 의료시스템이 안정화되고 사망률이 줄어든 것은 경북대병원에 이어 영남대, 계명대가 코로나19 환자를 받은 이후부터다"라고 말했다. 
     
    중환자 인력 지원까지 학회와 의협까지 가세 가능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이 의사회원 30명의 지원 신청을 받아 17일부터 서울특별시청 앞 선별진료소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환자수가 더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중환자 거점전담병원을 지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병상을 마련하고 공공병원이 어려우면 폐쇄병원, 오픈 전 병원 등까지 두루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회원들에게 중환자 거점전담병원을 열면 인력지원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와 참여 가능한 범위를 설문조사하고 있다. 거점병원을 열면 인력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있지만 정부로부터 특별한 요청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성진 교수는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제한적이라 숙련된 의료진이 투입돼야 한다. 학회 차원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 얼마나 인력지원이 가능한지 파악할 수 있다"라며 "학회 차원으로 충분히 중환자 의료인력 지원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거점병원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박홍준 공중보건의료지원단장(서울시의사회장)은 선별진료소부터 생활치료센터, 전담병원 중환자실 지원 등까지 의협 재난의료지원팀을 통해 지원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주로 지역 보건소에서 요청이 오고 있고 요양병원 환자들이 단체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코호트격리를 하게 될 경우에도 의료지원에 나서고 있다.   

    박 단장은 "서울시가 17일에 서울시청 선별진료소 앞에서 인력지원이 필요하다고 긴급하게 연락했다. 한 시간만에 의사 30명이 지원해 차질없이 운영되기 시작했다"라며 "현재 의료지원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의사가 1000여명이고, 이 중에서 조건이 맞는 사람들을 추려 의료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지난 위기에서 의사들이 최전선에서 헌신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부가 의료4대악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과연 의료계가 또 이렇게 나서야 하는지 회의가 드는 게 사실"이라며 "다만 현재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의료계와 함께 병상과 의료인력 배치 문제의 해결 방법과 그에 맞는 보상책을 모색하고,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병상을 확보해 민간 의사들이 일부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