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코로나19, 진화로 만들어진 것인가 아니면 실험실에서 창조됐나?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사내이사·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0-05-15 05:50
    최종업데이트 2020-05-15 05:53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중국 윈난(雲南)성과 저장(浙江)성에 서식하는 쥐터우(菊頭)박쥐는 2002년 사스(SARS)에 이어 이번 코로나19(COVID-19)의 자연 숙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4월 28일 미국의 정치전문 일간지인 폴리티코(POLITICO) 보도에 따르면 박쥐를 통해 퍼지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사람에게 감염되는지를 연구해온 프로젝트가 갑작스러운 자금 지원 중단 통보를 받았다. 프로젝트를 5년간 후원해온 에코 헬스 얼라이언스(EcoHealth Alliance, EHA)는 4월 24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향후 모든 지원금을 중단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NIH는 올해 보조금에서 남은 36만 9819달러의 지출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NIH가 갑자기 보조금을 조기에 종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미국이 '코로나19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VI) 유출'을 의심하고 있는 가운데 EHA가 WVI와 공동 연구를 했다는 것이 트럼프에게 알려지자 자금줄을 끊은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EHA는 박쥐를 통해 퍼지는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박쥐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옮아갈 가능성에 대한 연구과제로 NIH로부터 2015년부터 370만 달러(45억원) 이상을 받았다. 연구를 통해 이 프로젝트는 네이처(Nature) 등에 게재된 논문을 포함해 적어도 20편의 논문 성과를 냈다. 지난 2018년 4월까지만 해도 NIH는 박쥐 연구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네이처 논문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WVI는 바이러스 유출과 1981년생 소장 Yanyi Wang의 자질 시비 문제에 휩싸였다. 바이러스 전문가가 아닌데도(실은 면역학자이기에 과한 지적이다) 공산당 연줄로 소장이 된 30대 여성 소장이 연구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월 3일 코로나19가 WVI에서 시작됐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대한 증거’가 무엇일까? 증거보다 먼저 필자가 주목하는 논문을 살펴보자. 2015년 네이처메디슨(Nature Medicine)에 'SARS-like cluster of circulating bat coronavirus pose threat for human emergence'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의 교신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석좌교수 Ralph S. Baric이지만 중국 WVI 연구진의 이름 Xing-Yi Ge와 Zhengli-Li Shi이 들어 있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논문은 2013년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Isol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a bat SARS-like coronavirus that uses the ACE2 receptor' 논문이다. 이 네이처 논문의 첫 저자가 Xing-Yi Ge이고 교신저자가 Zhengli Shi이다. 교신저자 바로 앞이 이번 연구비가 갑자기 끊긴 EHA의 수장 Peter Daszak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두 논문에 이름이 실린 미국인 학자 두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지난 30년간 연구해 온 대가들이다. 바이러스 학계에서 영향력이 매우 강한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박쥐 등 동물 숙주에서 나오는 실제적인 자료를 위해서는 현지 중국 연구자들과 상호 의존적일 수밖에 없기에 같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에 같이 이름을 올린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수의학과 Fang Li 교수 연구팀이 'Receptor recognition by novel coronavirus from Wuhan: An analysis based on decade-long structural studies of SARS'라는 논문을 1월 29일 바이러스 학술지(Journal of Virology)에 게재했다.

    이 팀은 지난 10년간 바이러스 구조 연구를 통해 사스의 receptor-binding motif(RBM) 가운데 아미노산(442, 472, 479, 480, 487번)이 사람의 수용체인 ACE2를 결합하는데 중요한 아미노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SARS-CoV-2의 RBM 가운데 특히 변형해 존재하는 Gln493은 사스의 Asn479과 구조적으로 같은 위치에 존재한다. 이 하나의 돌연변이가 ACE2에 보다 더 결합력을 높게 만드는 아미노산 변형이기에 사람과 사람으로 더 빠르게 전염되게 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앞에 언급한 이런 상호 의존적의 다른 예라고 할까? 필자가 관심있게 읽은 이 논문에도 Ralph S. Baric이 공동저자로 올라있다. 아무리 현재 미국 주립대 교수이지만 중국계의 Li 교수는 좋은 논문 출판을 위해서는 영향력이 높은 대가와 협조해야 자기도 그 분야에서 더 자랄 수 있는 것이 도제(徒弟) 제도의 바탕으로 이루어진 과학계의 오랜 관습이자 현실이다.

    WVI의 스정리(Zhengli Shi, 石正麗) 연구위원은 SARS의 천연 숙주가 박쥐임을 밝혀 유명해졌다. 그래서 동료들이 그녀를 ‘박쥐 여인(bat women)’으로 부른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그녀가 최근 기밀 문건을 갖고 해외 도주를 시도했다는 소문이 돌며 중국 사회가 흉흉한 분위기다. 해당 전문가와 중국 언론이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정리의 거취와 관련해 중국 바깥에선 스정리가 ‘약 1천 페이지 분량의 비밀 문건’을 갖고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도주해 프랑스의 미국대사관에 비호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것이 트럼프와 폼페이오가 말하는 ‘거대한 증거’, 소위 미국식 표현으로 'Smoking Gun'일까?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줄곧 우한 실험실 유출설이 나왔다. 지난 2월 16일 글로벌 학술 사이트인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에 중국 광저우의 화난이공대학·생물과학 및 공정학원의 샤오보타오(肖波濤) 교수는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실험실로 우한의 두 곳을 지적했다. 스정리가 속해 있는 WVI와 코로나19의 진앙인 화난(華南) 수산시장에서 불과 280m 떨어진 거리의 우한 질병예방통제센터(WHCDC)다.

    두 연구소는 이미 국제사회에 발간된 논문에 박쥐를 가지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구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WHCDC에서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수백 마리의 실험용 박쥐를 잡아 연구했는데 이곳에서 버려진 오염된 쓰레기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됐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런 온상에서 바이러스가 진화하고 종(種)을 넘어 사람에게 이동했을 가능성은 높지만 아무도 그런 증거를 보여주기는 힘들다.

    코로나19가 인위적으로 또는 고의로 조작되었다고 의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과학자들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먼저 SARS-CoV-2에 대비해 비교 분석했다. 염기서열은 WVI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박쥐 바이러스(RaTG13)와 96% 유사하고 2018년 저장성에서 채취한 박쥐코로나 바이러스(bat-SL-CoVZXC21)와 88%, SARS-CoV와 79% 같았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라도 염기서열 유사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96% 유사한 박쥐 RaTG13가 의심의 눈초리를 부른다.

    무엇보다 ‘Smoking Gun’의 인위적 연기는 이미 출간된 2015년 네이처메디슨 논문에 들어있다. 스정리는 단지 SARS-CoV-2와 염기서열이 유사한 SHC014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Ralph S. Baric의 연구실에 보냈다. Baric의 연구실에서는 인위적으로 박쥐의 SHC01를 SARS-CoV backbone을 가진 쥐의 chimera-virus를 만들었다.

    그 인위적인 혼합 바이러스는 전염성을 가지고 마우스의 ACE2를 통해 쥐를 감염시켰다. 또한 여기에 현재 존재하는 SARS의 항체를 테스트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연구의 결론은 현재 박쥐에 기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이동해 다시 SARS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Together, the work highlights a continued risk of SARS-CoV reemergence from viruses currently circulating in bat populations.”

    사람들은 중국의 WVI에서도 노스캐롤라이나와 비슷한 인위적인 연구가 있었을 것이고 코로나19가 탄생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비난 대상인 스정리는 “코로나19는 대자연이 인류의 비문명적인 생활습관에 벌을 내린 것”이라며 “목숨을 걸고 (실험실 유출과 같은) 그런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스정리가 어떤 도큐먼트를 들고 중국을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수렴적인 진화(Convergent Evolution)’에 무게를 두고 싶다. 물론 과학자들이 박쥐에서 얻은 바이러스 벡터를 가지고 이런 저런 조합 실험을 해본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인위적 ‘Deliberate Design’은 자연적 ‘Natural Selection’을 능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예견하는 것은 인도 과학자들이 1월 말에 지적한 HIV 바이러스에 존재하는 'Insertion 1, 2, 3'이 SARS-CoV-2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앞으로 과학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다. '수렴적인 진화'의 새로운 면이 부각되어 과학자들이 더 잘 이해하면 앞으로 다시 다가올 코로나바이러스를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서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제한적 범위 안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조치이다. 새롭게 만들어 갈 일상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혹시 모를 위험으로 인한 긴장감이 교차하는 그런 것이 After Corona인가?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