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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공보의 중요성 부각됐지만…공보의 절반 이상은 특수지 근무수당 못받아

    공보의 감소로 업무 과부하에 안전 문제까지...복지부 "효율적 배치 노력 중, 수당은 문제 없어"

    기사입력시간 2020-07-13 06:20
    최종업데이트 2020-07-13 07:4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누구보다 공중보건의사들이 큰 역할을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차출된 공보의만 100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대구와 경북지역에 파견돼 역학조사와 선별진료 업무,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진료 공백을 매웠다. 그러나 공보의들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과 반대로 이들은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고질적 문제에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공보의 열악한 처우, 특수지 근무수당 제외·업무활동장려금도 감액 검토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도서 지역에서 배치된 공보의 A씨는 올해도 특수지 근무수당을 받지 못했다. A씨는 지자체에 수당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지자체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근무수당 지급을 거절당하고 있는 신세다.
     
    현행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2조에 따라 특수지에 소재한 보건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공보의에게 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가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수당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공협이 실시한 특수지 근무수당 지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수지 근무 공보의 중 57%가 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근무지 종별로 분류하면, 특수지에 소재한 보건지소 근무자 26.7% 만이 특수지 근무수당을 지급받고 있었다. 또한 일부 보건소와 국립병원 근무자들도 특수지 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A씨는 “특수지 근무수당을 얘기하면 지자체는 아예 몰랐다거나 예산부족 등을 핑계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도서지역에서 근무상 어려움이 많음에도 법에 명시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해 서럽다”고 말했다.
     
    대공협 김형갑 회장은 "분명 법령에 표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재정자립도가 10%도 되지 않는다며 수당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존재한다"며 "복지부가 나서 일괄적으로 특수지 근무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11월부터 복지부는 공보의 업무활동장려금을 감액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공보의들의 반발을 샀다. 감액 이유는 보충역인 공보의와 장교에 해당하는 군의관의 임금 형평성이 골자다.
     
    김형갑 회장은 "공보의와 군의관은 철저히 다른 업무를 하고 있다. 사법부에서도 공보의가 군의관과 전혀 다른 직역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굳이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면 군의관 업무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올려야지 엄한 공보의들의 장려금을 삭감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보의 수는 감소하는데 배정문제·업무범위는 그대로?
     
    공보의 수 감소에 따른 정책 개선 문제도 해묵은 논란거리다. 2015년 복지부 국정감사 제출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보의는 2015년 기준 6년간 30% 감소했고 감소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의과·치의과·한의과 모두 합해 2012년 4046명(의과 2528명)인 것에 비해 2019년 공보의 수는 3554명(의과 1971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광주, 대전 등 공보의 수요가 적은 대도시는 물론, 제주도와 경기도처럼 면적이 넓고 도농 간 의료격차가 큰 지역에서도 각각 41.7%가량 공보의가 감소했다.
     
    공보의 감소의 이유는 의학전문대학원 도입과 여성 의사의 증가로 풀이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열악한 공보의 근무 환경이 알려지며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공보의를 꺼리는 문화까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보의 인력 감소에도 불구하고 제도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각 지자체는 줄어든 공보의 수에도 실적 등을 이유로 보건사업과 보건소 진료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공보의 출장, 순회 진료 형태로 무리하게 운용하며 공보의의 업무량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게 대공협 측의 설명이다.
     
    대공협은 공보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오히려 공보의 배치로 인해 의료취약지가 새롭게 생기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갑 회장은 "무의촌에 의사를 배치한다는 취지의 공보의제도가 1980년도에는 좋은 제도가 맞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도 발달하고 1차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개선됐다"며 "그럼에도 각 읍면 보건지소에 공보의를 배치하고 의원급 설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1차진료를 하도록 유도하는 상황 자체가 또 다른 의료취약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배정된 곳의 60%는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보인다"며 "그러나 지자체는 자체 예산으로 관리 의사를 고용할 수 있음에도 인센티브가 없다보니 공보의를 한명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결국 불필요한 배치가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2012년 법 개정으로 인해 공무원 5급에 상응하던 공보의 직위가 사라진 점도 업무 진행에 있어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건지소에서 진행되는 보건사업을 공보의가 주도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직급상 문제가 또 다시 대두됐다.
     
    대구에 파견됐던 공보의 B씨는 “현장에 대한 통제 권한이 없다보니 힘든 점이 많았다”며 “역학조사관은 자신의 업무와 더불어 총괄적인 업무 협력과 감염 대응팀을 이끌어야 되는데 직급이 없어 한정적이었다”고 말했다.
     
    B씨는 “실제로 현장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교차감염 문제나 직원들까지 감염되는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시대가 변하고 공보의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직급문제를 재적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섬 공보의 방역가스살포 논란은 빙산 일각…공보의 안전문제도 심각
     
    공보의들의 인권과 안전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3월 여수시에 위치한 한 섬 마을 공보의가 대구로 파견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숙소에서 방역가스를 살포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파문이 일었다. 해당 공보의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면전에서 방역가스를 맞았다.
     
    당시 보건소는 해당 공보의의 신변 보호가 가장 급선무였음에도 대체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추가 근무를 요구했다. 다행히 대공협 측의 반발로 공보의가 무사히 섬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자칫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2019년 10월 시행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의하면, 의과 공보의에 발생하는 다양한 인권침해 사항에 대해 보건의료기관의 장은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공보의에게 벌어지는 다양한 인권침해 사안은 전혀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형갑 회장은 "법에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는 공보의들을 2~3년 머물다 가는 존재 정도로 생각한다"며 "공보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공협이 실시한 ‘국내 공중보건의사 폭언, 폭행 사례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보의 중 50% 이상이 근무 중 폭언과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공중보건의사 451명 중 무려 228명(50.6%)이 근무 중 환자와 보호자, 제 3자의 폭언과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공보의도 각각 16명, 12명이나 됐다.
     
    김 회장은 "여수 섬공보의 사건은 공론화된 한 문제에 불과하고 대구와 경북에서 돌아온 많은 공보의들이 비슷한 수모를 겪었다"며 "도시에서만 살던 대다수 공보의들이 도서지역에서 겪는 인권유린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지자체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공보의 감소’ 범부처차원 고민 중…배치 효율화 모색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공보의 감소 등 문제를 범부처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족한 공보의 수를 확충할 수 있는 조치 등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들이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봤다.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여성 의사 증가와 의전원 문제가 아니더라도 군복무 기간 자체가 많이 줄어 공보의 감소 문제는 복지부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복지부는 국방부와 함께 부족한 공보의 숫자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 중에서도 특별시, 광역시 등 의료접근성이 좋은 곳은 제외하고 지방에서도 여력이 되는 보건소는 의사를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역학조사관을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법령이 조만간 시행되는 만큼 의료인들이 많이 확충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공보의들의 지자체 배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필요 이상의 공보의가 배치되는 자원의 낭비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도 소집해제 공보의보다 신규 의과 공보의가 60명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공보의 자체가 줄고 있는데 지자체가 아무리 필요를 주장해도 불필요한 배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복지부는 효율적인 배치를 위해 도심 보건소 배치를 줄이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수당과 활동장려금 등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업무활동장려금 같은 경우 지난해 국회에서 논의가 있었다. 올해는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아 당장 감액을 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수 근무지수당은 지자체가 조례나 규정을 통해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어떤 공무원은 받고 공보의만 못 받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