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4선 중진인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 결정(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다는 취지) 방향대로 가야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의사들이 초음파와 엑스레이(X-ray)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또한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남 의원은 '단독 개원 불가'가 명시됐기 때문에 통합돌봄 상황에 맞춰 신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봤다.
의사-한의사 업무범위 문제 너무 오래됐다…원점 재논의시 국민 피해
앞서 지난 2022년에 대법원은 한의사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판례를 뒤집고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당시 재판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한의사가 보조수단으로 사용했을 때 ‘통상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위해’가 우려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또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해 이를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하다는 점이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해당 판결은 대한한의사협회가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 주요 골자가 됐다.
이에 대해 남인순 의원은 7일 국회전문지기자단 인터뷰에서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오래된 사안이라 금방 해결되기 어렵다. 판례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결정난 대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대법원까지 간 문제로 다시 논쟁으로 갈 일은 아니다. 이 문제를 원점부터 다시 협의를 하게 된다면 (시간이 오래 걸려) 국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판례를 근거로 보건복지부가 디테일한 (제도적) 부분들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김윤 의원이 보건의료기본법을 통과시켜 직역 간 업무범위 조정위원회를 두자는 내용을 만들었다. 법은 만들어졌으니 이제 구체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의사와 한의사 문제 이외에도 진료지원간호사(PA) 문제가 현장에서 매우 심각하다. 지역에 가보면 PA가 거의 울 지경이다. 업무 범위만 정해놓고 보상체계 논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분명처방 의무화법은 '단계적 도입' 절충 필요
현재 복지위에 계류 중인 '성분명처방 의무화법안'에 대해선 방향성에 동의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제기하는 문제점들을 고려해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발의한 성분명처방법은 수급불안정의약품에 한해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고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남인순 의원은 "정부 국정과제에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한시적·한정적으로 성분명처방을 도입하자는 입장을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방향에 동의한다"며 "코로나19 당시 감기약·진통제 대란을 겪으면서, 국민들도 동일성분 대체에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의협이 제기하는 품질·안전성 우려도 경청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에 근거 자료·연구를 축적하라고 주문했지만, 제도화 논의가 지연되면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반대 의견도 있으니 전면 도입보다 품절 의약품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보는 것이 ‘중간지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환자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의사·약사 업무 부담은 어떤지 점검하면서 확대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특히 법안에 포함된 처벌 조항은 적절치 않다. 과태료 수준으로 낮추거나, 초기에는 처벌 규정을 빼고 제도 안착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의료기사법 개정안, '단독 개원 불가 명시' 신속히 통과돼야
다만 남인순 의원은 의료계가 의료기사 단독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에 대해선 신속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합돌봄지원법 통과 이후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제도 시행을 위해선 해당 법안이 꼭 필요하다는 취지다.
남 의원은 "통합돌봄은 집에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게 하자는 제도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재활이 필요한 노인·장애인이 집에서 물리치료, 작업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간호사는 나가지만 재활서비스는 빠져 있는 구조다. 의료기사법상 의사의 ‘지도’ 규정에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의료기사 업무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노인·장애인 단체, 재활 직역 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의료기사법 개정이 절박하다’고 말하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현재로선 의협 뿐"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기우라는 점도 설명했다. 남인순 의원은 "우려에 따라 법안 수정을 통해 단독개원 불가를 명시해 놨다.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기사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단독 개원이나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할 여지를 막았다"며 "또 원외 재활서비스 과정에서 환자안전을 위해, 의사의 초기 대면 진료·처방, 유무선·화상통신을 통한 확인, 위급시 응급의료기관 이송 의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까지 상세히 규정해 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복지부 장·차관과도 의견 조율을 하고 있고, 복지위 김미애 야당 간사에게도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 원포인트라도 소위를 열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전반기 국회 내에 꼭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국회 부의장 출마를 공식화 한 남인순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Q. 국회 부의장 출마 이유는 무엇인가.
22대 국회는 지난 국회들과는 좀 다르다. 우리가 이번에 내란과 불법 계엄을 겪은 국회이기 때문에,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국회가 시대적·역사적 소명이 있다고 보고 출마를 결심했다.
당시 국회가 계엄 해제 결의안을 채택했고, 국민들이 국회 앞에 와서 막아줬기 때문에 계엄을 해제할 수 있었지만,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국무회의를 통해 다시 그런 결정이 내려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다. 이 부분에 대해선 근원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그 이후 우리 사회에 중국 혐오, 가짜뉴스 같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흐름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고, 민주공화정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Q. 이재명 정부와의 인연도 강조해왔는데,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나.
2015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른바 ‘이재명법’이라고 불리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경험이 있다. 당시 성남시가 공공산후조리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사회보장법을 이유로 막았다. 이에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모자보건법을 개정했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성남시장(당시)이 국감 증인으로 와서 공공산후조리원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그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2022년 대선 때는 서울 경선본부 총괄을 맡았고, 본선에서는 직능본부장을 맡았다. 보건복지 분야 네트워크를 살려 직능 지지선언 150만 명 이상을 이끌어내고, 다양한 직능단체와 정책협약을 하며 승리 기반을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국정과제도 총 123개 중 제가 최근까지 6개를 통과시켰다. 환자기본법, 비대면진료법 등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들을 실제 입법 성과로 연결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든든한 뒷받침이 될 수 있다.
Q. 창고형 약국 논란과 관련해 약사법 개정을 주도했다. 취지를 설명해 달라.
이번 약사법 개정은 이른바 창고형·공장형 약국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법 조문에 특정 명칭을 찍어 넣기보다는 ‘의약품 오남용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구체적인 유형과 명칭은 시행규칙,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했다.
시행 시기도 원래 6개월이었는데 3개월로 앞당겼고, 신규 약국 개설 시 보건소가 행정지도를 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을 붙였다. 저는 복약지도 조항을 처음 법에 넣었을 때처럼, 이번 개정도 결국 의약품 안전과 국민 건강을 위한 장치라고 본다.
창고형 약국이 확산되면, 약사가 환자와 직접 대면해 복약지도를 하는 구조가 약해지고,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될 위험이 크다. 결국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약국의 본질적 기능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법 시행 이후에도 현장을 계속 모니터링할 생각이다.
Q. 건강보험 재정과 지불제도 개편 방향은 어떻게 보나.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통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만큼 복잡한 사안이다. 제가 장기요양·통합돌봄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초고령 사회에서 지금처럼 요양병원·장기요양보험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러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통합돌봄 방식의 건강·돌봄 체계로 전환할 경우 장기적으로 건보·장기요양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 정신건강 분야처럼 현재 행위별 수가제에서 왜곡이 크게 나타나는 영역도 있다. 일부 영역은 포괄수가제나 정액수가 방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1차의료 강화 특별법에서도 일정 부분은 정액수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제주 등에서 만성질환 관리, 모니터링 등 10~12개의 기본 행위를 패키지로 정하고 정액으로 보상하는 모델이 있다.
이처럼 정액수가와 행위별 수가를 적절히 결합해 의사들이 ‘행위 수를 늘리는 경쟁’이 아니라 ‘전문성을 발휘하는 진료’를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불제도 개편은 의료계·정부·전문가들이 함께 장기적인 안을 만들고 국회가 뒷받침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