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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에겐 억울한 의료소송...수사기관이 출석 요구하면 일단 연기하고 고소장·고발장 확보부터"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1-01-31 10:46
    최종업데이트 2021-01-31 16:4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나는 의사를 직업인이라고 생각한다. 의료행위에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모든 의사가 공감할 것이다. 직업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못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갈수록 의사가 직업인으로 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부분까지 책임을 져야할 필요는 없고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이 생기면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의료소송을 당하면 법률 자문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부터 막막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나 역시 이전 진료현장에서 이런 일을 종종 겪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응급실 인턴으로 일할 때였다. 신출내기 초급 의사였던 나는 환자가 오면 간단한 검사를 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해당 파트의 전공의를 호출하는 역할을 했다. 응급실에 환자도 없고 한숨 돌리고 있던 자정 무렵, 한 임산부가 남편과 함께 급히 응급실로 들어왔다.

    환자는 아랫배가 뭉치는 듯 아프다고 했고 인턴 동기의 담당 환자로 배정됐다. 사실 응급실 인턴이 임산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인턴 동기는 남편에게 내과와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산부인과와 내과 전공의를 호출했다. 산부인과와 내과 전공의가 필요한 검사를 했는데 검사결과에서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임산부는 계속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유산됐다. 나는 직접 그 일에 관여되진 않았지만 환자는 의료사고라는 주장을 펼쳤다. 

    나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 내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 판례 강의를 듣고 있던 중 문득 그 사건이 생각났다. 만약 내가 당시 산부인과, 내과 전공의들의 변호사라면 어떻게 대응을 했을지를 고민해봤다.

    우선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의 출석을 요구했다면 조사기일을 최소 10일 이후로 연기한 후 가장 먼저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확보할 것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수사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있고, 같은 법 제11조 제1항에 따라 수사기관은 청구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고소장 내용 중 핵심은 범죄사실이다. 수사관이 조사할 내용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방어준비를 하는 것에서 차이가 크다. 고소장을 통해 쟁점이 될 부분을 확인하고 의사들에게 이를 설명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태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법원은 규칙적인 진통을 동반하면서 분만이 개시된 때가 사람의 시기라고 본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8도949 판결 참조).

    나는 전공의들에게 이러한 판례를 설명해주고 이에 대한 방어를 준비할 것이다. 수사관이 의사의 억울함을 듣고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뿐이다. 수사관과 피의자는 같은 편이 아니다. 수사관이 친절하게 대해주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수사과정부터 법률을 아는 변호사가 입회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수사관의 조사 태도, 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염두할 필요가 있다.

    의료사고에서 도의적 책임과 형사적 책임은 분명 구분돼야 하고 그에 따른 필요한 대응을 하는 것은 직업인으로써 의사에게 부여된 권리다. 혹시라도 억울한 의료사고 소송에 당했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길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