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까지 오기 전에 정부는 골든타임을 그냥 지나쳤다. 방역당국 선에선 협의가 되더라도 중앙정부에서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사전 대응이 어려워지고 있다."
K방역을 자랑하던 국내 코로나19 대응 체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면서 '3차 대유행'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안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지적은 10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코로나19 방역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각 직역의 의료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역체계와 신속항원검사 도입 등에 대한 일침을 날렸다.
정부의 늑장대응, K방역 위기 자초…정책 우선순위 항상 밀려
한국역학회 김동현 회장(한림의대 교수)은 지금까지 국내 의료계와 정부가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한 것은 사실이나 지금이 K방역의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위기를 예견하고도 상황이 닥쳐야 급급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대응도 이제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게 김 회장의 평가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사망자도 많이 나오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피해를 많이 보지 않은 국가에 속한다"며 "그러나 지금 새로운 위기 순간에 봉착했다. 2~3월과 8월 앞선 유행 시기 에후에 반복적으로 중환자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지만 아직도 하루하루 급급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유행 때도 11월 초부터 중환자 병상 관련 지적이 이어졌지만 숫자만 세면서 병상이 몇 개 남았는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물론 방역당국이 힘들게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사전 준비가 미흡한 면은 아쉽다. 감염 수준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당장 눈 앞의 확진자 수가 떨어지면 방역 대응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 중 하나다.
김 회장은 "방역당국에서 의료 전문가들과 방역 사전 준비에 대한 협의를 해도 피크가 잠잠해지고 중앙정부 차원으로 올라가면 정책적 우선순위가 밀려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금 전체적으로 한발자씩 방역 대응이 늦다. 선제적 대응없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확진자 수를 쫒기에 바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감염병전문병원 커버 부족 사태에 선별진료소‧호흡기전담클리닉도 낙제
한 발 나아가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전문병원부터 선별진료소, 국민안심병원, 호흡기전담클리닉까지 전방위적인 대응체계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우선 감염병전문병원은 현재 국립중앙의료원(중앙)을 비롯해 조선대병원(전남), 양산부산대병원(영남), 순천항대 부속 천안병원(충청) 4곳이 지정돼 있다. 그러나 엄 교수는 이외 대구경북 지역과 강원도, 경기 및 인천 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추가 병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인원이 편중돼 있고 도로교통 상 문제로 사실상 감염병 의료 대응에 구멍이 난 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민안심병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국민안심병원은 병원 내 감염으로부터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호흡기 환자와 비호흡기 환자를 분리해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 265개 안심병원에 대한 정확한 역할이 불분명해지고 향후 추가 지정과 역할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엄 교수의 견해다.
엄중식 교수는 "안심병원에 대해 웹사이트에서 찾아보려고 해도 병원에 가서 어떻게 하라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왔다"며 "역할과 매뉴얼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단계가 왔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선별진료소에 대해서도 "정부가 선별진료소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만 발표하고 있는데 현재 설치된 선별진료소는 모두 임시시설"이라며 "이 때문에 추위와 더위 등에 매우 취약하고 근로자들에 대한 업무 환경이 엉망이 된 곳이 많다. 또한 보건소 인원들이 대부분 선별진료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보건소 기본업무가 중단된 곳이 많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올해 500개, 내년에 500개를 추가로 설치한다고 밝힌 호흡기전담클리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엄 교수는 "호흡기전담클리닉이 필요해서 늘리겠다고 하는데, 의료기관에 손해가 뻔하니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인건비 지원 구조나 하남시 사례처럼 의사단체와 지자체 간 결합 모델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 병상 충원에 대해서도 그는 정부가 미리 사전 작업을 해놓지 않아 오히려 위기상화에 문제가 붉어졌다고 평가했다.
엄 교수는 "위중환자가 얼마나 나올지 예측이 가능하니 미리 상급종합병원에 중환자치료병상을 준비해달라는 계획을 밝히고 병상당 보상체계도 확실히 했어야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만드는데 관련장비 더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준비 기간도 일주일 이상 걸린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왜 꼭 닥쳐야 논의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신속항원검사, 유병률따라 민감도 달라져 국내도입 어려울 것
이와 함께 이날 전문가들은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신속항원검사에 대해서도 비판적 견해를 냈다. 유병율에 따라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유병율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지 않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8일 기존 PCR검사법에 더해 신속항원검사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존 우리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PCR검사는 표적 핵산을 증폭해 검출하는 검사법으로 민감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결과가 나오기 까지 최대 2일이 소요된다.
반면 신속항원검사는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 일부 항원으로 검사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15분이면 검사결과를 알 수 있다.
가톨릭관동의대 국제성모병원 김자영 진담검사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 양이 많은 경우 항원검사 결과가 잘 도출되지만 바이러스 양이 중증도보다 낮을 경우 검출 가능성이 50%밖에 안 된다"며 "유럽 지침을 보면 유병률에 따라 검사키트의 예민도와 특이도 결과가 다르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유럽에선 신속항원검사를 PCR 검사를 시행하기 어렵고 양성률이 10% 이상으로 높을 때에 한해 유증상자를 대상으로만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는 양성예측도가 유병률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신속항원검사는 유럽과 미국처럼 유병률이 높은 지역에서 임상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만약 음성이 나오게 되도 위음성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시 PCR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도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의 경우도 무증상 확진자를 상대로 항원검사를 하는 경우, 결과가 음성이라고 하더라도 바이러스 접촉력이 있다면 비감염 음성이라고 확신하지 말고 현재 감염 증거가 없을 뿐 격리해 지속적으로 추적관찰을 권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항원검사 결과, 특히 음성 결과는 음성 확진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추정 음성으로 간주하는 게 유럽과 미국의 가이드라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홍기호 코로나19 TF 간사도 "상황이 급박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 정도 상황도 아니고 무증상 확진자가 많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조현호 의무이사는 "위양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추가적인 PCR 검사법이 있기 때문에 원하는 개원 의원들도 참여해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엄중식 교수는 "관련 논문을 보면 (신속항원검사는) 25건당 1건이 위양성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가 하루에 2만5000명 정도 검사를 하는데 그럼 하루에 1000명 꼴로 위양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라며 "현재 신규 확진자 600명도 감당이 안되는 상황에서 1000명씩 위양성자가 나오면 이들을 격리해 PCR검사를 진행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호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