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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지방선거, 지역 민간보험회사 확대와 마리화나 합법화 계기

    [칼럼] 유지원 네바다주립의대 교수

    선거비용 제한 없어 자본에 의해 보건의료 이슈도 좌지우지

    기사입력시간 2018-05-30 06:01
    최종업데이트 2018-05-30 07:4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유지원 칼럼니스트] 6월 13일 4년만에 돌아오는 한국의 지방선거를 보면서 미국의 지방선거와 의료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지방선거 짝수해 11월에 시행되다 보니 자주 선거 정국에 들어간다. 미국 지방선거는 연방 하원의원 외에도 6년 임기 연방 상원의원의 3분의 1, 4년 임기 주지사, 주검찰총장, 주 지방법원장, 세무서장, 교육감, 주경찰청장, 지방경찰서장, 주의회와 시의회 의원 등을 선출한다. 

    미국 지방선거는 돈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에 선거비용 제한이 없는 미국의 금권선거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정 시장의 규모에 따라 선거가 좌우되고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선거과정에서 자본에 의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기도 한다.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 W.W. Norton & Company, 2012)’라는 책에서 1달러에 1표(one dollar for one vote)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메사추세츠주립대 정치학과 토마스 퍼거슨(Thomas Ferguson)교수는 2016년 ‘연방하원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사용한 선거비용과 당선 의석수 상관관계: 1980-2012’라는 연구에서 밀접한 상관 관계(pseudo-R square 범위: 0.725-0.845)를 증명했다.
      
    물론, 생각보다 허술한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deral Election Commission, FEC)와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 IRS) 연구 관리체계로 연구에 편향이 생길 수 있고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2년마다 행해지는 지방선거가 30년 넘게 돈에 지배된다는 가설을 검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지방선거에서 관심을 끌었던 보건의료 이슈는 오바마케어로 인한 민간보험회사의 시장 지배 확대와 마리화나 허용 확대를 들 수 있다. 두 사안은 자본이 지방선거 판을 움직이는 주요 변수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2010년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 ACA)가 대법원에서 통과돼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집행될 때 원래 한국처럼 연방정부 아래 건강보험공단을 세우려고 했다. 민간 건강보험회사들과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연방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무보험자들에게 보험 가입을 제공하려 했다. 

    하지만 2010년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원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과 수세를 벗어나려는 민주당은 오바마의 구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새로운 건강보험체계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합의했다. 다시 말해 지방정부가 건강보험공단을 세우지 않고 민간건강보험회사(예를 들면 빅5회사인 United Health, Anthem, Humana, Health Care Services Corp, Aetna 등. 2015년 시장점유율 39.8%)에 위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을 위한 보험인 메디케이드 확대 정책(Medicaid Expansion)이 나왔다. 오바마케어로 생기는 새로운 의료시장을 연방정부 틀에서 벗어나 지역의 민간보험회사들과 밑그림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방선거와 의료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사례는 약물 정책이다. 범위를 좁혀 말하자면 마리화나 허용 정책이다. 마리화나는 2017년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 절반이상 지지하기 시작했다. 이미 30개 주에서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이 허용됐고, 9개 주에서 사용 자체가 합법화됐다. 

    마리화나가 아편류 등 중독이 강한 마약(hard drug)으로 진입하는 마약중독에 이르는 초기약물(gateway drug)이 될지(diffuse theory), 아니면 마리화나가 합법화되면 암시장에서 사용될 때에 비해 가격이 내리고 아편류를 대신한 기호식품이 될지(displacement theory)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필자는 네바다주 정부와 네바다주 연방상원 헬러 의원실과 ‘마리화나, 아편류, 범죄율, C형 간염 역학’ 상관 관계 등을 연구한다. 여기서 전자를 지지하지만 대세는 후자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관점 포인트는 아직 합법화되지 않는 큰 주, 예를 들면 뉴욕, 플로리다, 일리노이주들이 주민발의안(proposition)으로 합법화 법안을 낼 수 있을지 여부다. 이는 마리화나 시장을 넓히려는 공급자 측과 가격과 접근성을 쉽게 하려는 사용자 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데 있다.  

    물론 한국의 지방선거는 선거비용이나 건강보험 체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에서 미국과는 다르다. 다만 한국의 지방선거는 어떤 보건의료 이슈를 낳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