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백신접종이 가시화되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있다. 반면 백신접종이 먼저 이뤄진 세계 각국에서 부작용 사례도 함께 보고되면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백신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과 피해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서 백신 맞은 29명 아나필락시스 호소 등 부작용 보고
27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약 530만명 중 최소 29명이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겪은 부작용은 아나필락시스다. 아나필락시스는 호흡곤란에 이어 쇼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다.
이는 100만명당 1.3명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독감백신에 비해서도 4배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AP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접종자 190만명 중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보인 이들은 21명이었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유전체 백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임산부에게 접종해선 안된다고 권고했다. mRNA 백신은 우리나라에서도 공급 계약을 맺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제조하고 있다. 이들 제조사는 각각 2000만명 분씩 올해 안에 국내에 공급될 예정이다.
백신접종과 사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알긴 어렵지만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노르웨이에선 4만2000명 가량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후 33명이 사망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보건당국 조사 결과, 사망자 대부분이 75세 이상 장기요양시설 생활 고령자였고 만성질환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노르웨이 정부는 장기요양시설에서 매주 약 400명이 사망한다는 평균치를 고려해 백신과 사망 간 인과성을 찾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이외 독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지만 역시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 사망 사례가 많아 관련성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전국민 대상 접종에서 일부 부작용만 나와도 패닉…전원시스템 등 대응책 필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령이거나 심각한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백신 부작용이 치명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
경북대병원 김신우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 백신에서 빈도수가 높진 않지만 아나필락시스 등 신경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이외 RNA 백신은 내부 보존제 등으로 인해 몸살과 부종 등 알러지 면역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조석주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 부작용으로 가장 시급히 대응이 필요한 것이 아나필락시스다. 향후 전국 수천만명이 백신을 맞게 될 예정인데 수 많은 병의원들이 백신을 주사하게 된다"며 "접종자 중 몇명의 아나필락시스 환자만 발생하더라도 국민적 공포는 극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조석주 교수는 "아나필락시스 치료약물은 에피네프린으로 백신을 주사하게 될 병의원에 에피네프린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백신을 주사하게 될 장소에 에피네프린 혹은 에피펜을 준비하고 적응증과 사용법을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신우 교수는 "지금 백신을 바꿀 순 없으니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비해야 한다"며 "에피네프린,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비치하고 접종센터 등에 부족할 수 있는 응급처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심각한 신경계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2~3차 연계병원을 지정하고 의료기관 별로 백신접종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시킬 수 있는 전원 시스템도 구비해야 한다"며 "기존에 매우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되던 예방접종 피해보상 체계도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