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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한방 치매사업이 효과적? 정상인 포함시키고 간수치 상승 부작용만"

    국내외 연구논문, 신뢰도 낮거나 검증 필요하다는 결론 뿐…한의협, 왜곡하거나 자의적 홍보

    바른의료연구소, "한의협, 치매국가책임제 참여 주장…한방 치매 예방·치료 과학적 검증부터"

    기사입력시간 2018-11-12 22:11
    최종업데이트 2018-11-12 22:4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른의료연구소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은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완전히 실패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근거로 제시한 국내외 한방 치매예방 효과 논문은 결과를 왜곡하거나 신뢰도가 매우 낮은 논문이었다. 한의협은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려는 속셈을 버리고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2년간 부산광역시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 서울특별시 어르신한의약건강증진사업, 경기도 의정부시 치매예방 위한 한의약 경도인지장애 사업, 전북 익산·김제시 치매관리 시범사업 등에서 수행한 한방치매사업의 결과보고서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의계가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 한방치매사업들조차 오류와 허점 투성이었다.

    연구소는 "한방 치매사업은 공통적으로 대상자 선정의 오류, 정밀 진단 과정의 부재, 안전성 및 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 연구윤리 부재 등으로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 사업 참여자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또한 한의계는 실패한 지자체 사업결과와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논문들을 근거로 들었다. 치매에 대한 한방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인처럼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했다. 치매국가책임제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려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한의협은 13일 ‘치매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에서 한의협은 “치매 예방과 관리 및 치료에 한의약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히겠다. 일부 지자체의 한방치매관리사업 등에서 드러난 한의약의 높은 활용도와 기여도를 소개하겠다”라며 “이를 통해 치매국가책임제에 한의계의 참여와 역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한방치매사업, 한방 치매치료 효과와 안전성 입증 실패 

    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가 2016년과 2017년 각각 5억원씩의 예산을 들여 노인들의 치매와 우울 예방관리를 위해 시행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은 대상자 선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이 혼재됐다. 특히 일부 대상자에서 간기능이 심각하게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연구소는 우선 2016년의 사업결과 보고서를 받아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소는 “치매선별검사(MMSE)만으로는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을 감별할 수 없다. 2016년 서울특별시 치매관리 사업안내서에도 MMSE 점수가 정상 노인 평균보다 1.5표준편차 이하인 경우 '인지저하'로 분류해 정밀검진을 의뢰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치매신경심리평가 및 정신과 또는 신경과 전문의의 치매 임상평가 등의 정밀검진을 통해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경도인지장애), 정상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MMSE검사만을 시행해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선별검사에서 양성인 경우 치매일 수도 있지만 인지기능이 완전히 정상일 수도 있다. 연구소는 “사업 대상자에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 인지기능 정상인 노인들이 혼재됐다”라며 “선별검사 점수에서 일부 호전 양상을 보여도 인지기능이 호전됐다고 전혀 볼 수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안전성 문제도 지적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 나온 자료를 보면 한의약 치료 후 상당수의 대상자에서 간기능과 신장기능의 이상이 확인됐다. 간기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인 GOT(정상: 0~40 IU/L)는 평균이 26.76에서 28.0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무엇보다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2차 이상) 26명의 경우 사업 전 39.54에서 사업 후 68.46(28.92↑)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늘었다”고 밝혔다. 
    ▲서울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부작용. 자료-바른의료연구소 

    연구소는 “사업 전 기준치 초과자(1차 이상) 23명의 간수치는 50.39에서 사업 후 46.65로 감소했지만, 전체 평균의 간 수치는 악화됐다. 사전 검사 결과 정상이던 대상자 중에서 치료 후 간수치가 상승했거나 일부에서 간기능이 심하게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서울시는 간기능 이상 소견자 전원에게 검사결과를 고지해 병의원에서 추적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간독성과 신장독성의 발생 원인을 찾기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2017년 또다시 해당 사업을 이어갔다. 10개 구에서 128개의 한의원이 참여했다. 전체 1679명의 대상자가 참여했고 이 중 최종 1437명이 완료했다. 연구소가 분석한 결과, 2017년 서울시 한방치매사업은 2016년에 제기됐던 문제점들이 그대로 재현됐다.  

    연구소는 “서울시는 2016년과 마찬가지로 사업대상자 선정 단계부터 결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기준을 사용했다. 서울시는 치매선별검사(MMSE-DS)를 통해 고위험군을 선정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검사만으로 치매와 고위험군의 감별이 불가능한 데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간독성과 신장독성을 파악하기 위해 사업 참여자의 사업 전후 혈액검사 결과의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때문인지 서울시는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 부산, 전북 김제·익산 한방 치매사업, 효과 없는데 효과있는 것처럼

    다른 지자체들이 지원한 한방 치매사업도 효과가 없지만 마치 있는 것처럼 부풀려서 발표했다. 

    연구소는 경기도 의정부시가 2013년 발표한 ‘한의약 경도인지장애 사업 발표 논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 논문은 한의약의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는 데 자주 인용된다. 논문에서 조등산이나 당귀작약산 등의 한약만으로 치료했다고 기술했다"라며 "그러나 연구자의 언론 인터뷰와 의정부시 보건소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약 이외에도 영양식, 영양제, 웃음치료, 원예작업치료 등의 치료를 함께 시행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한방과 무관한 치료를 병행했으면서 마치 한약 치료에 의한 효과인 것처럼 보고했다. 이는 연구내용과 결과를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예산 2억원의 2017년 부산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예방 사업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사업 대상자에 초기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이 정상인 사람도 모두 혼재됐을 수 있다. 치매로의 이행 여부나 이행률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전혀 없었다. 인지선별검사 점수의 호전 정도로 인지기능 개선 여부를 평가해 치매예방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2015년 보건복지부가 상지대학교에 위탁한 노인대상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 연구과제 중의 일부인 전북 익산·김제시 한방치매관리 시범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소는 “인지기능평가 점수는 김제시에서만 유의한 결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환자가 아니라 선별검사 상 정상인 노인들이 포함된 사업이었다. 여기서 인지기능평가 점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치매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해당 과제에 참여한 연구원들조차 매우 적은 대상자로 연구한 결과라 과장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치매 예방 효과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한의협 홍보자료는 해당 시범사업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며 치매 예방과 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처럼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의약 치매 효과 연구논문, 신뢰도 낮거나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론 뿐" 

    연구소는 한의협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이미 국내외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라는 것도 전부 엉터리 연구결과였다. 신뢰도가 매우 낮거나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대다수였다. 

    연구소는 “한의계가 2007년 동의신경과학회지에 발표한 ‘우선 치매의 한약물 치료에 대한 체계적 임상논문 고찰’ 논문은 1963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발표된 임상연구 논문 23편을 분석했다. 이 중 무작위 대조군 연구는 단 1편에 불과했다. 이 연구조차 이중맹검(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의사와 환자의 주관을 배제하기 위한 방법) 여부가 불확실하고 탈락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는 연구논문의 신뢰도 평가척도(Oxford Rating Scale) 점수가 1점에 불과한 매우 낮은 수준의 연구였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한의계가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에 2007년 발표한 ‘최근 10년간 치매(癡呆)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 동향 고찰’ 논문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국내의 치매관련 임상 및 실험 논문을 분석했다. 하지만 메타분석을 통한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이 아니었고, 치매 치료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논문도 아니었다”고 했다. 

    연구소는 “Phytotherapy Research에 2016년 발표된 ‘경도인지장애에서 중국한약의 효과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 논문'은 중국한약 복용군에서 MMSE 점수가 대조군 또는 보존적인 치료군보다 다소 높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다른 뇌기능 개선제와 비교했을 때 MMSE 점수 변화에 차이가 없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연구자들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대상자 수가 적은 것과 연구방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경도인지장애 일부 연구에서 제한적인 인지기능 개선을 보였다. 경도인지장애에 명확한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는 내용이 아니었다. 한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한 논문은 더더욱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2008년에 발표된 '알츠하이머병에서 한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 고찰 논문'은 임상에서 활용하기 전에 표준화된 한약재와 개선된 연구방법을 이용한 다기관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의계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 하는 시도를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라며 "한의계가 만약 한방치료를 치매 치료에 활용하려 한다면 그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확실히 검증받아야 한다. 만일 명백한 근거가 없다면 무리한 주장으로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중대한 국가사업을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의계가 한방 치매 효과에 근거가 있다며 내세운 엉터리 논문 목록 

    1) 치매의 한약물 치료에 대한 체계적 임상논문 고찰: 국내문헌을 중심으로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1 (2007) 151-161

    2) 최근 10년간 치매(痴매)에 대한 한의학적 연구 동향 고찰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18 (2007) 135-145

    3) 중국한약이 경도인지장애에서의 인지 효과에 대한 체계적 고찰과 메타분석 
    Chinese Herbal Medicine for Mild Cognitive Impairment: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Cognitive Outcomes 
    Phytotherapy Research 30 (2016) 1592-1604

    4) 알츠하이머병에서 한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체계적 고찰 
    Systematic Review on the Efficacy and Safety of Herbal Medicines for Alzheimer’s Disease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14 (2008) 209–223

    5)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두침 치료 효과의 임상 관찰 
    Clinical observation on effect of scalp electroacupuncture for mild cognitive impairment
    Journ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33 (2013) 4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