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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의료연구소 "부산시 한방치매예방사업, 대상자 선정부터 오류 천지"

    사업 대상자, 정상인과 초기 치매환자가 혼재됐을 가능성 커

    공단에는 비용 청구, 환자에게는 본인부담금 면제해 전액 무료로 실시

    기사입력시간 2018-05-24 10:32
    최종업데이트 2018-05-24 10:32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바른의료연구소가 부산시 한방치매예방사업은 대상자의 선정 오류, 정밀 진단과정 부재 등 총체적인 부실사업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소는 "부산시는 한방치매 예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 있다"며 "그러나 효과와 안전성이 불확실하고, 시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아 혈세를 낭비하는 한방치매예방사업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연구소는 지난해 6월 부산시가 수행한 2016년도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이 성과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연구소는 2017년도 부산시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 결과보고서도 분석하고, 문제점을 공개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광역시한의사회와 협약을 체결해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한방치매예방사업을 시행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60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고 이들에게 6개월간 한약, 침, 약침 등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조기에 효율적인 치매예방을 하는 데 있었다.
     
    부산시는 2016년 사업에 참여한 사람 중 희망자(기존 참여군)와 2017년도 신규 참여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인지기능 변화의 평가지표로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몬트리얼 인지평가검사(MoCA) 두 가지를 이용했다.
     
    기존 참여군은 2016년 4월에서 10월까지, 2017년 4월에서 10월까지 부산시 관내 지정한의원에서 치매예방 목적으로 한의학적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었으며, 총 사업 종료인원은 97명이었다. 부산시는 2년 사이 기존 참여군 전체에서 MMSE 점수는 25.05점에서 26.47점으로 1.42점 상승했고, MoCA는 20.93점에서 24.11점으로 3.18점 상승해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신규 참여군은 2017년 4월에서 10월까지 6개월간 치료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총 인원 109명 가운데 22명이 탈락해 최종 인원은 87명이었다. 부산시는 신규 참여군에서 MMSE는 25.61점에서 26.90점으로 1.29점 상승하고 MoCA는 20.58점에서 23.57점으로 2.99점 상승해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부산시한의사회는 이를 근거로 경도인지장애 대상에게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연구소가 2017년도 한방치매예방사업 보고서를 분석해보니, 2016년도 사업에서 드러났던 문제점이 거의 그대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먼저 연구소는 치매예방사업의 대상자 선정부터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MoCA 검사에서 양성이더라도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초기 치매일 수도 있고, 인지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며 "주관적 건망증,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구별하려면 정밀 신경인지기능검사와 더불어 일상생활능력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는 경도인지장애를 엄밀한 진단기준이 아니라 인지장애 유무를 선별하는 도구에 불과한 MoCA 점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 대상자가 경도인지장애 외에 정상인과 초기 치매환자를 혼재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지적이다. 연구소는 "정상 노인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로 낙인 찍혀 장기간 한방치료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초기 치매 환자가 치료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더욱 끔찍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해당 치매예방사업이 예방효과에 대한 결과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연구소는 "일반적으로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15% 정도는 치매로 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치매예방 효과를 주장하려면, 치매로의 이행 여부에 대한 의학적 분석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서는 치매로의 진행 여부나 이행률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이 단지 인지선별검사 점수의 호전 정도로만 인지기능 개선을 평가했다. 이는 부산시 한방치매예방사업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경도인지장애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산시 사업은 2016년도에 이어 2017년도에도 여전히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이용한 임상연구였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부산시 사업에서는 이전 사업과 마찬가지로 인지기능 선별검사인 MMSE와 MoCA 등을 지정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직접 시행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해당 검사 항목은 의과의료행위로 분류돼 한의사들이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의과행위의 침해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률전문가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최근 보건복지부도 2017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일반 한의사의 치매진단 참여가 불가하다는 것을 밝히며 향후 객관적이고 과학화된 한방 치매진단법을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며 "이처럼 한의사들이 의료기기 사용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MMSE와 MoCA 등의 의학 검사법 사용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 것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소는 "부산시 사업에서는 대상자 1인당 60회 정도 시행하는 침구치료 비용 중 공단부담금은 심평원에 청구하면서도 대상자가 납부해야 할 본인부담금은 한의원이 지원하는 것으로 해 전액 무료로 실시했다"며 "그러나 이는 본인부담금 면제를 통한 환자 유인 행위로 볼 수 있어 의료법 제27조 제3항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누구나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연구소는 "예외사항으로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아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가 존재하지만, 한방치매예방사업에 이 조항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결국 환자에게는 전액 무료를 앞세워 사업 참여를 유인하면서 뒤로는 침구치료 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업에 참여하지도 않는 건강보험공단을 사업에 참여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라며 "이는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국민들의 세금도 모자라 건강보험료까지 낭비시키는 것이다.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소는 해당 사업으로 인해 부작용을 호소한 참여자도 있었다고 밝혔다. 참여자 중 1명에게는 환각증상이 나타났으며, 가슴통증과 피로, 다한증의 상태를 보이는 참여자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사업 대상자의 대부분은 고령이기 때문에 한방치료의 부작용은 아주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한방치매예방 치료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부산시가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보호에는 별로 관심이 없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